'땜빵'으로 1군 선발 기회 잡은 김정인, 올해야말로 일 낼 수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의 1선발 역할을 해주던 에스밀 로저스가 손가락 분쇄골절의 부상을 입고 수술대에 오르면서 올 시즌 내에 복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시즌 전에 토종 선발투수로 분류되었던 신재영은 연이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히어로즈 구단이 비난 일색의 여론을 감수해가면서 기용하려고 했던 신예 안우진은 선발로 등판한 두 경기 동안 14.8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몸이 덜 만들어진 신인 투수가 당장 1군 선발로 뛰기는 힘듦을 입증하고 말았다. 결국 외인 선발과 토종 선발이 한 명씩 빠지면서 선발진이 두 자리 비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단이 선택한 '선발투수 후보'는, 올 시즌 화성 히어로즈에서 선발 자원으로 육성되고 있었던 김정인이었다.
화순고등학교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정인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고 입단하였다. 7라운더라는 지명 순번이 보여주듯, 김정인은 '즉전감'이 아닌 '장기적인 육성 자원'으로서 선택받은 선수였다. 프로 입단 직후 대만 육성주 캠프에도 보내지지 않고 따로 벌크업을 지시받는 등 특별 관리를 받았으며, 데뷔 1년차에 퓨쳐스 리그 올스타전에 참여하고 이듬해에는 일본으로 떠난 밴헤켄의 등번호 22번을 물려받은 부분에서 구단의 기대치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김정인도 이러한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였다. 데뷔 2년차까지만 해도 구속, 구위, 제구 등 그 무엇하나 좋은 면모를 보이지 못하면서 2군에서도 7점대의 방어율을 찍었던 김정인이었으나, 2017년에는 제구가 되는 147km/h의 공을 던지면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다만 지난해 역시 조금만 연투를 하면 구속이 곧바로 140km/h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아직 1군에서 큰 도움이 될 정도의 전력은 되지 못했고, 2군에서도 부진하면서 2년 연속 7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말았다(2016시즌 97이닝 무승 9패 ERA 7.33/ 2017시즌 25.1이닝 1승 3패 ERA 7.11). 이번 시즌에는 지난 3년 동안의 모습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2군에서 출장한 11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등판한 것이었고, 45.1이닝동안 4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4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이었다. 가장 최근 등판일인 6월 7일에는 6이닝 6탈삼진 1실점 무자책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김정인에게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김정인의 지난 3년 간의 모습을 생각하면 확실히 이번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작년까지의 모습에 비해 나아졌을 뿐 퓨쳐스리그 전체로 보면 평균자책점 16위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중일 뿐이다. 이닝 소화 능력 또한 좋지 않았다. 앞서 소개한 6월 7일 경기가 올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경기였다. 올 시즌 김정인의 퓨쳐스리그에서의 평균 이닝은 4이닝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2군에서 MVP급 성적을 기록하는 투수들도 1군에 와서는 선발투수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불안요소가 산재해 있는 김정인에게서 좋은 활약을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그것이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김정인을 2015년 말부터 기대했던 김정인 팬으로서 내일 김정인이 깜짝 호투를 선보였으면 좋겠다. 김정인선수 내일 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