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에 어린왕자를 읽고 인간은 소행성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는작은 방의 유리창이든 컴퓨터의 윈도우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전부였다. 몇 발자국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좋았다. 세상을 감당할 수 없었고 인간 사이의 간극을 조절하지 못했다. 사람들이자기만의 소행성에불시착하는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은 것 같았다.최근에 애드 아스트라를 보고 인간은 우주비행사 같다고 생각했다.거대한 행성의 인공위성처럼 각자의 궤도를 돌다가 우주선을 타고 도킹을 시도하는 것이다. 우주선은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다. 우주선을 타고 항해하다가 우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처음부터 소행성 같은 목적지가 없는 항해였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외계 생명체를 찾으러 해왕성으로 떠났다. 그는 지구로 귀환하려는 대원을 제거하고 혼자서 연구를 계속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처럼 우주비행사가 되어서 아버지를 찾으러 태양계의 끝으로 떠났다. 아들도 그의 임무를 방해하는 동료를 죽이고 마는데 아버지와 달리 고의가 아니라 과실로 인한 사고였다. 드디어 부자는 만났다. 해왕성이 아니라 명왕성이었다면 진부했을까.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운명은 이곳에 있다고 함께 지구로 가지는 아들의 간청을 거절했다. 아버지는 해왕성의 궤도로 사라지고 우주선은 폭발하고 아들은 혼자서 지구로 돌아갔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연구를 하러 우주로 떠났다. 우주도 거창한 일도 아니지만 타지에서 일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봉급도 조건도 마음에 들었지만 주말부부가 싫어서 남았다. 아기들을 주말에만 볼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떠났을 것이다. 가끔씩 불만족스러울 때 떠났어야 했는지후회가 되었다. 하지만그때 그곳의 나는 지금 여기의 나로부터 지구에서 해왕성처럼 멀다. 잠시의 후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버지도 어쩔 수 없이 처자식과 떨어졌던 것일까.해왕성은 아니지만 그만큼 먼 곳에 계시다가 더 먼 곳으로 떠나신 것 같다. 언젠가 나도 아버지 뒤를 따르는날 긴이별도 끝날 것이다. 그때까지 아기들을 잘 키우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