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아버지와 동생과 셋이서 차를 타고 산길을 갔다. 동생은 조수석에 앉았고 나는 뒤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온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여기 물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동생은 여기 말고 조금 지나서 오른쪽으로 급경사를 올라가는 동네의 약수가 게르마늄 같은 성분 때문에 유명하다고 말했다. 온천에 가지는 않았고 대화만 나누었다. 아버지는 운전해서 미용실에 갔다. 세 사람이 모두 이발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지갑을 꺼내서 계산을 하는데 내가 재빨리 지불했다. 아버지는 미용사한테 환불하고 자기 카트로 결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그래도 된다고 아버지께 말했는데 "그러지 말고 니가 쓸 곳에 쓰라" 아버지께서 대답하셨다. 손녀한테 간식과 장난감을 사주라는 말씀이셨을까. 다다음주는 첫째 생일이다. 생전에 아버지가 손녀한테 자주 사주셨던 고구마 케이크와 콩순이 장난감을 선물해야겠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풍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겼다
생전에 아버지와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났다. 여행사에서 패키지 상품으로 갔다. 거의 십년 전에 인당 백오십 만원 정도였으니 꽤 고급 여행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첫번째 항암 이후에 회복하는 시기였는데 힘을 드리고 싶었다. 마침 회사에서 보너스가 두둑하게 나왔다. 후쿠오카에서 아버지가 좋아했던 일본 우동을 사먹었다. 시내에서 우동집에 들어갔는데 동생이 메뉴를 가리키며 나니가 시이코노 우동 데스까 라고 점원에게 물어봤던 것 같다. 체인점 같았는데 맛있었다. 유후인에서 산책하고 군것질했다. 벳부에서 삶은 달걀을 먹고 라무네 사이다를 마셨다. 뱃부의 스기노이 호텔에 갔다. 스기노이 호텔은 낡았지만 바다가 보이는 온천이 좋았고 뷔페도 맛있었다. 뷔페 식당에서 외국인 밴드가 라이브로 공연했는데 즐거웠다. 다음날 산동네에 있는 료칸 단지에 갔는데 아버지는 목욕을 너무 많이 했다고 료칸 거리에서 구경만 하셨다.
나기사노유는 나에게 최고의 온천이다
그후에 아버지와 대마도에 갔다. 히타카츠에서 렌트카를 빌려서 이즈하라까지 당일치기로 왕복했다. 대마도는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깊은 숲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지브리 만화영화의 신들이 사는 곳 같았다. 초밥, 우동, 모밀, 덮밥, 등 다양한 일본 음식을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사먹었던 일식보다 저렴하고 맛있었다. 나기사노유 온천에서 목욕했다. 동네 어민들이 다니는 작은 목욕탕이었다. 뱃부의 온천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지만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목욕 후에 로비에서 자판기 커피 우유를 뽑아서 마셨다. 우리는 대마도를 사랑했다. 아버지는 대마도에 살면서 등산을 다니고 싶어하셨다. 혼자서 카이센동을 사먹고 집을 구경할 정도로 대마도를 좋아하셨다. 언젠가 대마도에 가면 아버지와 함께 보냈던 추억에 잠겨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