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했다. 아기들도 자가격리 중이라서 일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식탁에 앉으면 첫째는 뛰어왔고 둘째는 기어왔다. 방은 아기들의 놀이터 겸 침실이었다.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방역수칙을 어길 수 없었다. 고민하다가 작은방에서 일했다. 첫째가 수시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컵케이크를 만들어 먹자고 말했다. 가루에 달걀 하나를 넣고 둘이서 같이 저었다. 전자렌지에 돌려서 아기 쟁반에 담아줬다. 둘째가 큰방에서 엄마와 낮잠을 잤다. 첫째가 무섭다고 말했다. 소파에 앉아서 같이 뽀로로를 봤다. 원래 첫째가 큰방에서 자고 둘째는 작은방에서 자는데 아빠 때문에 첫째의 공간이 사라졌다. 첫째와 둘째는 예민해서 같이 잠들지 못했다. 첫째가 소파에서 잠들었다. 작은방에서 겨우 일했다. 아직호흡이 불편했고 기침이 계속 나왔다.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저번주에 회사 동료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전 8시에 단톡방이 울렸다. 내가 챙기지 않아서 상사한테 핀잔을 들었고 다른 일이 많으니까 집에서 조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집에서 꾸역꾸역 어설프게 초안을 만들어서 보냈다. 그럴 수 있다. 무증상 확진자도 있으니까 꾀병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하루종일 잠만 자느라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종합감기약, 타이레놀, 진해거담제, 해열제, 등을 삼켰는데 정신이 몽롱했고 감각이 이상했다. 증상이 조금 완화된 후에는 아기들 걱정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해열제를 많이 먹여서 그런지 잠들지 못했고 새벽에 울면서 잠꼬대를 했다. 다행히 열이 내렸고 약을 먹이지 않으니까 증상이 사라졌다. 그런데 회사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졌다.직장 동료가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고 그럴 수 있었다.실망했다거나 다음에 똑같이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의 문제는 아니었다.
저녁 여섯시가 지나서 첫째와 동화책 빨간 암탉을 읽었다. 빨간 암탉은 밀알을 심고 베고 털고 갈아서 빵을 만들었다. 빨간 암탉이 고양이, 돼지, 오리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친구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빨간 암탉은 친구들 앞에서 혼자서 빵을 맛있게 먹었다. 힘들 때 도와주지 않았으니 나누어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첫째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아기는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빵을 혼자서 먹을거야? 아니면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거야?" 아빠가 물었다.
"친구들이랑 나누어 먹어야지." 첫째가 대답했다.
"왜?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같이 먹을거야?" 아빠가물었다.
"응 나누어 먹는거야." 첫째가 대답했다.아빠보다 속이 깊었다.
그런데 빨간 암탉이 하루종일 일할 때 친구들은 이것저것 먹어서 빵이 들어갈 배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빵만 먹고 살 수 없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