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동생을 만나서 점심밥을 먹었다. 거의 두 달만에 만났다. 처음에는 내가 코로나에 걸렸고 나중에는 동생이 코로나에 걸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버이날에 아버지를 뵈러 가자."
"그날에 하루종일 수업이 있어서 전날에 가자."
"그래. 그리고 어머니가 싱크대를 교체하고 싶어 하시더라. 가스렌지도 잘 작동하지 않고 이십년 정도 되었으니 교체할 때가 된 것 같아서 교체해 드릴까?"
"그래 행님."
"오늘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져서 스터디카페에서 두 시간 있다가 도서관에 갔는데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더라."
"대단하네."
"모두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동생과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것일까. 어버이날이 다가와서 그런 것일까.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Karolina Grabowska @ Pexels
아마도 방학이었던 것 같다. 평일 오전이었는데 약속이 있어서 백화점 근처 식당에 갔다. 무슨 약속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식당에는 수십 가지 음식을 팔았는데 빌지 제일 끝에 돌솥밥인지 된장찌개인지 그런 비슷한 메뉴가 있었다. 식당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지하로 내려가서 백화점과 연결되었다. 어찌하여 약속은 허탕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아버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허탕쳤다고 투덜거리면서 빵을 먹었다. 아버지가 소파에서 양말을 찾으시며 말씀하셨다.
"아들 대게 먹으러 가자."
거실에서 어머니가 외출 준비를 했고 동생은 자기 방에서 옷을 입었다. 꿈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편찮으신데 외출해도 괜찮을까 걱정했다. 아버지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등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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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에서 아버지와 대게를 사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장 시장에서 대게를 사서 바닷가 횟집에 자릿세를 내고 방갈로 같은 곳에서 먹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었는데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그후에 서울에서 아버지가 거래처 손님과 식사할 때 불러서 랍스타를 같이 먹었는데 당시에는 부자들만 먹는 거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버터맛이 느끼해서 시장에서 먹었던 대게가 더 맛있었다. 나중에 취직하고 대게를 사드렸는데 이상하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나중에 전조증상이었던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꿈에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듯이 손녀들을 데리고 대게를 먹으러 갈 계획이다. 곧 둘째의 돌인데 동네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기장에서 대게를 먹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