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세미나 준비, ‘나만 모르는 것 같은’ 순간들

by 늦깎이대학원생

수학과 대학원에 들어와 처음 연구실 세미나를 준비하던 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긴장감이 생깁니다. 논문 한 편을 맡아 발표해야 하는데, 막상 읽어 내려가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기호 하나하나가 낯설고, 정의는 정의를 부르고, 증명은 몇 줄로 끝났는데 그 속에 담긴 논리는 며칠을 붙잡아야 겨우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나만 그런 게 아닌데, 막상 세미나 준비를 하다 보면 ‘혹시 나만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다른 연구실 선배들은 다 아는 것처럼 보이고, 친구들은 질문 하나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는데, 나는 기본적인 정의조차 다시 찾아봐야 하는 순간이 생기곤 합니다. 그때 느껴지는 위축감은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 같습니다.


하지만 세미나의 진짜 의미는 완벽하게 아는 사람만이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부분을 붙잡고 고민한 흔적, 질문을 던지고 다른 사람의 시각을 듣는 과정에서 배움이 이루어집니다. 내가 놓친 부분을 동료가 채워주고, 동료가 막힌 부분을 내가 설명할 때, 연구실은 혼자가 아닌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세미나 준비 과정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발표 전날까지 슬라이드를 붙잡고 수식을 고치고, 어떻게 설명하면 이해가 잘 될지 고민하다가 밤을 새우는 일도 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한 끝에 작은 개념 하나라도 또렷하게 이해하게 되면, 그 성취감은 오히려 논문 한 편을 읽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나만 모르는 것 같은 순간들’은 사실 대학원생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입니다. 그 불안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이 배우고, 함께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쌓여 어느새 후배들에게는 든든한 선배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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