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광고 시장이 나아갈 길

by 차준영

25년의 광고 마케팅 회사가 무너졌다. 각고의 노력이 있었을테다. 그럼에도 결국 무너졌다. 말로만 떠돌던 국내 광고 마케팅 시장의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모 경제지에서는 이를 두고 '오랜 시간 누적돼 온 광고 업계 구조의 한계'라고 표현했다. 참담했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현실이 공식화됐다.

나는 결과주의자다. 물론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마스터피스라고 불릴만한 것은 과정과 결과의 완벽한 서사와 사회적 맥락, 삼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 이루어진다. 반대로 그간 알면서도 쉬쉬했던 참담한 과정과 산업적 위기의 거시적 결과 그리고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는 수수료(commission)의 악순환. 삼박자의 합은 기업의 몰락이라는 미시의 결과로 이어졌다.

다시 돌아가서, 국내 광고 시장은 수수료(Commission)를 기반으로 한다. 수수료는 업무의 난이도와 총량 그리고 퀄리티와는 별개로 Task 자체에 주어지는 비용이다. 만약에 '내가 네이버 광고를 운영 대행을 한다면 15% 수수료를 지불해야해'라는 기준점이 사회통념상 또는 플랫폼이나 서비스의 주체가 정한다. 글로벌 업무에서는 수수료가 아니라 Fee 제도가 익숙하다. Fee는 고정값이 아니다. 업무의 퀄리티와 총량에 따라 비용이 정해진다. 같은 네이버 광고를 운영 대행을 한다고 해도, 업무를 운영하는 사람의 연차와 능력 그리고 투입 시간에 따라 투여할 비용은 차이가 발생한다.

국내 광고 시장은 수수료 기반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광고 시장은 노동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광고 대행사 비용에서 인건비에 대한 비중이 굉장히 높다. 하지만 수수료의 시장에서는 잘하든 못하든 버는 것은 매한가지다. 높아지는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장이 '고작' 만들어낸 전략은 수수료 치기다. 남들이 15% 얘기할 때 8%를 들이밀면서 더 많은 약속을 한다. 자연스럽게 광고업은 야근과 과로가 당연시 되는 산업적 피로를 요구하게 된다.

지금까지 산업적 피로를 광고업을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크리에이티브'란 힘든 것이라는 가스라이팅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조직 관리를 하면서 충분한 데이터를 통해서 결론을 낸 것. 그리고 이미 많은 리더쉽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는 바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이다. 크리에이티브를 내야 하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야근이라는 굴레로 새로움이 사라지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굴 위한 야근인가 싶어진다.

나아가 수수료 체계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한 패로 수수료치기를 내놨다면 그만큼 수익은 줄어든다. 1억 매출이라면 과거에 20% 수준으로 2천만 원을 벌었다면 절반 수수료로 수주했으면 1천만 원이 된다. 문제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덩치(매출 규모)보다 건전성(수익과 현금 유동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1억을 벌고 1,000만 원 남기는 회사보다는 5천을 벌고 1,000만 원을 버는 회사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는 결국 매출을 더 해야 한다. 매출을 더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멤버는 2배를 더 일해야 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수수료 기반 운영이 가져오는 결론은 '증발'이다. 수익의 증발도 있지만,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의 증발이다. 노동을 해주어야 할 사람이 없어진다. 굳이 돈 벌 길이 많아진 세상에서 야근에 치이는 광고업이 왠 말인가. 더이상 크리에이티브 화이트칼라 직업으로의 멋찜은 사라졌다.


광고 대행사가 무너진다. 시장이 그리고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하나 더하자면 광고주 역시 광고 시장의 몰락을 거들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시장이 암울하다는 23년부터 지금까지 광고 시장에 RFP(Request For Proposal)은 계속 나온다. 어느 기업이든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매년 비딩 요청을 하면서 대행사를 바꾸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행사를 뽑기 위한 비딩 절차는 광고주 역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좋은 대행사가 있다면 구태여 매년 비딩을 해야하는 이유는 뭘까.

광고주들이 대행사를 바꾸는 이유 중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것은 '前 대행사가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아니 대행사를 교체하는 99% 기업은 '소극적'이라는 이유가 매번 존재했다. 일반화의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많은 기업들이 동일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 나름의 업력으로 확신한다. 25년의 유수의 광고 대행사 몰락을 지켜보면서 공식적으로 밝히자면 그 역시 수수료 체계의 폐해이며 광고인 업무의 가치를 평가 절하했던 시장의 문제다.

광고 대행사는 깍여 나가는 수수료를 보존하기 위해서 더 많은 매출을 벌어야 한다. 더 많은 매출을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업무를 누군가 해야 한다. 과거에 한 명의 AE가 2개의 광고주를 밀착 마크했다면 지금은 4개 이상의 광고주의 업무를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시간이 늘지는 않았다. 각 광고주에게 가야할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광고주의 경영진은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는 것에 만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비용의 절감이 업무 퀄리티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지 못했다. 물론 모든 광고주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충분한 경영적 베네핏을 제공하면서 광고 대행사의 팀을 꾸려서 업무를 해나간 광고주도 있다. 하지만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많은 수의 광고주는 '저렴한' 가격의 대행사를 택했다. 저렴한 가격의 대행사의 선택은 퀄리티 저하로 이어졌고 광고주는 매년 비딩을 해야하는 떠돌이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럼, 우리는 시장 탓만 하고 있으면 되는걸까? 싸질러 놓은 글 하나로 플레이어들 모두가 각성해서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받으며 일하는 시장이 만들어질까? 결국 누구 하나는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미꾸라지가 되든, 게임체인저가 되든 말이다. 그리고 불씨가 보이고 있다.

<솔버타이징>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solve 문제를 푼다는 의미와 advertising 광고의 합성어다. 광고대행사 아이디엇 이승재 대표님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사실 개념 자체는 광고인의 한 사람으로 익숙하다. 다만 솔버타이징이라는 명명이 새롭다. 광고 마케팅에서 광고를 뺀 느낌이다. 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마케팅 컨설팅사에 가깝다. 도구가 광고일 뿐.

시대예보 저자, 송길영 박사님의 강연을 들었다. 새로운 키워드의 정의를 강조했다. 개개인의 브랜딩을 강조했다. 아이디엇과 이승재대표님 그리고 '솔버타이징'은 다가올 시대의 예보와 적확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이 필요하다. 솔버타이징은 이 시대의 우산같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미쳤다.

그럼 모두 솔버타이징 개념에 닿으면 성공하는걸까? 또 그것만은 아니다. 이미 Top5의 광고대행사로 우뚝 선 차이커뮤니케이션은 2016년부터 성공이든 실패든 플랫폼을 만들어 재꼈다. 정말 이것저것 만들었다. 그들의 도전 정신과, 도전을 시스템화하는 조직력은 2025년 1분기 영업이익 흑자라는 쾌거를 거뒀다. 더 의미있는 것은 2024년 동기 대비 매출 규모는 비슷하지만 수익은 높아졌다는 것. 짧은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플랫폼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결국 혼란한 세상에서는 기업이든 사람이든 '내 것'이 필요하다.

수년 전부터 쏠쏠히 들리는 브랜드 엑셀레이터. FSN은 광고업을 기반으로 브랜드엑셀레이터를 표방했다. 그리고 2024년 영업총이익 흑자를 넘어서, 2025년 1분기만에 2024년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차이 커뮤니케이션의 단기적 성공과 함께 FSN의 부스터즈(브랜드엑셀레이터 조직)은 중기적 성공에 대한 증명을 보였다. 두 기업의 '진심'은 단순히 플랫폼이나 브랜드 엑셀레이터가 아니다. 결국 고객사에 제공되는 업무의 퀄리티가 높아진 것이다. 플랫폼과 마케팅은 도구일 뿐.


2017년부터 주구장창 얘기하던 것이 있었다. 박학다식해져야 한다. 간학문적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개념을 정리한 책이 바로 '폴리매스'다. (지금은 절판되어 나오지 않기 때문에 E-book으로 봐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대표적이다. 미술과 건축, 의학과 문학. 여러 학문을 뛰어 넘는 천재다.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 면면히 천재들이다. 우리가 천재를 쫓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우리 업(業)에서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탄생했던 개념이 '시퀀스마케팅(Sequence Marketing)'이었다. 시퀀스는 연극에 단락을 뜻한다. 시퀀스마케팅은 각 단락을 이어서 하나의 연극을 완성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생소한 개념이라면 아직은 단어의 사회화가 되지 않은 것이겠지만, 적어도 사회적 맥락에서 성공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과정과 결과가 발생하면 빠르게 정의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단어를 떠나, 다시 광고 산업으로 돌아오면 기업은 여전히 마케팅이 필요하다. 기업이 브랜드가, 제품이 소비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수 많은 채널을 통해 보여지고 알려져야 한다. 그 뿐이겠는가. 소비자가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구매 결제까지 하는 모든 과정을 마케팅이 해내야 한다. 기업은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리고 복잡 다양해지는 시대에는 더욱 고도화된 고퀄리티 마케팅이 필요하다. 당연지사 고퀄리티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가치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앞으로 광고 시장은 부익부빈익빈의 시대가 올 것이다. 고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고 대행사가 업무를 독식해나갈 것이며 기업을 성장시킬 것이다. 성장하고 고퀄리티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기업만이 또 다시 성장해갈 것이다. 광고든 마케팅이든, 영상이든 AI든, 도구가 된다. 기업 성장을 위한 고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광고 대행사인가. 그리고 그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준비가 된 회사인가가 중요하다. 광고 대행사를 영위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이 되겠는가. 단순히 내 업무만 보고 달려가면 '답'을 내기 어렵다. 세상을 읽고 시장을 읽고 고객사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돌아가서 우리는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폴리매스로서 도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광고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K-마케팅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조심히 예견하고 강력히 바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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