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5 22:10
최근 광고 회사가 유료 광고(Paid ad)를 집행하는 사례가 흔히 보인다. 과거 버스나 지하철 및 미디어보드 등 옥외 광고 업체에서 광고 인벤토리를 광고하는 것과 달리 디지털 광고대행사가 직접 광고하는 경우다. 디지털 상에서 광고를 하는 것을 넘어서 옥외 광고에서도 간혹 광고가 보인다.(사진 첨부) 물론 광고 마케터인 내게 광고대행사 광고가 더 보이는 경험도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광고 회사, 특히 디지털 광고 회사의 자사 광고가 점차 늘어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광고 회사뿐만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에 활용되는 솔루션과 플랫폼 등 디지털 광고 산업 전반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광고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돈'을 풀어서라도 광고를 해야 하는 이유는 광고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 포화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더 빠르게 디지털화된 산업군에 속한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디지털 광고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신규 디지털 광고 대행사 출현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대행사들 역시 디지털화를 가속화했다. 그리고 광고 시장의 필요에 의해서 디지털 광고 대행사가 오프라인 영역까지 확장해 가는 통합의 과정에서 광고 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겹치면서 시장 성숙도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이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거대 종합광고대행사가 존재한다. 그것도 많이 존재한다. 그뿐이겠는가, 내부 솔루션과 각종 지원부서가 갖춰진 무림의 고수들 역시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최고가 되기 위해 피 튀기는 무협 영화를 찍고 있는 셈이다.
무서운 광고 시장에 여. 전. 히 신규 광고 대행사가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을 금치 못할 사실이다. 고수들이 판치는 무림에 갓 등문이라니... 살아남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빠를 일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등록 광고 회사가 2019년 10월 1,150개에서 2021년 10월 1,263개로 113개 증가했을 뿐 아니라, 코바코에 등록되지 않은 신규 온오프라인 대행사들 역시 난립하고 있다. 광고업은 1인 대행사를 사업자만 내면 진입할 수 있다. 성공의 벽은 높을지 언정 진입 자체는 굉장히 허들이 낮은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이 수많은 대행사 난립으로 이어졌고, 혼란한 춘추전국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광고 회사들은 스스로 광고해야만 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광고 시장 이전에는 수수료 치킨 게임으로 얼룩져왔다. 심지어 광고하면 마이너스인 캠페인도 레퍼런스를 쌓고 살아남기 위해 진행한 사례들도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기업의 마지막 사명은 '경영을 위한 수익 창출'이어야 함에도 수익을 포기하고 자선 활동을 하는 수준까지 이르러 버린 것이다. 물론 모든 캠페인이 그러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광고 회사가 존재하고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매해가 지날수록 광고 대행사의 수익률은 감소하고 있다. 산업이 발전함에 있어 광고 전문가들이 양산되었다. 소위 잘 치는 광고인들이 씨앗이 되어 다시 새로운 광고회사를 만듦이 반복되면서 광고 마케팅 전략과 아이디어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다. 상향 평준화된 시장에서 각 회사가 차별화 포인트를 잃게 되자, 누가 더 그럴듯한 솔루션을 개발하는가 그리고 누가 더 저렴한 수수료로 승부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아쉽게도 솔루션은 R&D의 영역이기 때문에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쉽게 건드리기 어렵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후자인 수수료를 회사들은 건드리기 시작했다. 광고 대행사들은 광고를 유통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를 깎는다는 것은 자신들의 몸값을 스스로 낮추는 행위이지만,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제 살 깎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 진입을 위한 마케팅 전략 중 low-Price 전략이 있다. 경쟁사보다 낮은 금액으로 시장을 진입하는 방법인데,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 우위를 점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보통 한번 낮아진 가격은 다시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 광고 대행사 역시 스스로 깎아낸 가치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관성의 법칙에 따라 광고주들은 더 낮은 수수료에서 시작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전략 차별화를 통한 건전한 광고 수수료를 얻는 것이 아니라 광고 회사의 고혈(膏血)을 뽑아 광고주가 성장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광고 회사의 난립과 수수료 치킨 게임에서 신생 대행사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코로나19와 디지털화의 바람을 타고 광고 전체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한 개의 광고 회사가 오롯이 서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전체 파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남을 가능성'은 시장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21년 20.4%의 고성장을 보인 광고 시장은 22년에도 9.3% 수준의 준수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 속에서도 결국 살아남는 놈만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디지털 광고 시장을 중심으로 생각해 봤을 때, 이미 수수료 전쟁은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영상 광고의 경우 제작비 등 기본적으로 줄일 수 없는 고정비가 발생하며, 이에 대한 청구 할인은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디지털 광고 시장은 제작에 대한 비중이 운영/인건비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수수료 네고가 굉장히 유연하다. 때문에 수년간 수수료 할인이 시장 내에서는 이슈가 되었다. 간혹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처럼 과감한 수수료 배팅을 하는 업체들이 발생하면서 시장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물론 가치 없는 서비스에 높은 수수료를 매기는 '담합'형태는 문제가 되지만 기본적인 인건비와 제반사항들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는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수료 배팅으로 인하여 광고주들은 '수수료'가 가장 낮은 업체를 찾게 되고 다른 업체들 역시 낮아진 수수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광고가 최소 수익에 대한 기준이 있듯이 디지털 광고업도 존립을 위한 최소 비용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업계 통용되는 그 수수료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수수료 치킨 게임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우리는 다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은 솔루션과 플랫폼이다. 앞 서 이야기했듯이 이는 R&D 영역이기 때문에 투자가 쉽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제대로 된 솔루션 또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면 타사와의 경쟁력 격차를 크게 벌릴 수가 있다. 지금까지 소총으로 싸웠다면 탱크를 만들어서 타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광고와 개발적 지식을 두루 갖춘 인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적 리소스 및 시간도 개발 경쟁력을 막는 허들이 된다.
개발도 안되고 더 이상 수수료 싸움에도 동참할 수 없다면, 그다음 생각해야 할 것은 서비스 확장이다. 본질은 어느 시점에나 전제되어야 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전략과 아이디어가 상향 평준화된 시기라면 더 높은 이상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광고 대행사 내부적으로 치열한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나오고 있다. 잘 치는 광고 마케팅 전문가들 많기 때문에 단순히 아이디어 개발이나 광고 전략 엣지만의 이야기로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어렵다. 솔루션이나 플랫폼 역시 '본질'을 극적으로 올릴 수 있는 서비스 중에 하나이나 다소간 투자가 필요하다.
때문에 우리가 선행해야 하는 것들은 광고주를 케어하는 마케터들의 정성적 교육과 마인드셋 정비나, 광고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확장 등 다양한 방안으로 본질을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점이다. 하지만 굿즈 맛집이기도 하다. 커피라는 본질을 위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광고 시장이 그래야 한다. 이러한 광고 시장의 변화는 대행사들의 커머스 및 중소상공인 마케팅 플랫폼 개발 그리고 '온오프라인 통합 광고 마케팅'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광고 시장은 다시 한번의 성장을 위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희망한다. 지금 낮아져 있는 광고 마케팅 산업이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 수수료를 받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높아진 광고주의 서비스 니즈를 맞춰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이 잇따른다. 미래의 광고 대행업은 어떤 기업이 '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다음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광고 마케팅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전략과 전술 또는 수수료 내리는 것 외에 본질을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 광고주가 혹할만한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