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피우는 이유

진화심리학 관점으로 바라본 외도행위

by CIELO

외도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간 행동 중 하나이며, 동시에 가장 강한 감정적,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인류학적 조사에 따르면, 단혼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에서도 배우자 이외의 성적 관계를 경험한 비율은 일정하게 존재하며, 이는 외도가 단순한 윤리적 일탈이 아닌 심리적, 진화적 기원의 영향을 받는 전략적 행동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외도는 우발적 충동의 결과가 아닌, 남성과 여성이 생식 전략의 충돌에서 비롯되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1972년 트리버스는 부모 투자 이론을 통하여, 남설과 여성의 생식 전략은 투자 비용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최소 부모 투자로 인하여 다수의 번식 기회를 추구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으며, 여성은 높은 임신, 양육 비용 때문에 자원 안정성이 높은 배우자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외도가 나타나는 양상과 동기를 서로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신경생리학적 연구는 외도와 유사한 행동에서 나타나는 보상 회로의 활성 패턴을 제시하였습니다.

2005년 피셔는 초기 로맨틱 사랑 상태의 인간에게서 도파민 중개 보상 시스템이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하였습니다.(Fisher et al., 2005) 이 활성은 위험, 흥분, 보상 단서와 결합할 때 더욱 강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금지된 관계나 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이 더욱 강한 심리적 흥분을 유발하는 이유는 뇌의 보상 시스템이 사회적 규범보다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외도의 진화적 기원


외도는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나 개인의 결함으로 환원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문화와 시대가 달라도 외도는 꾸준히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보편성은 외도가 개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닌, 인류가 공유하는 생물학적, 진화적 설계를 바탕으로 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해당 장에서는 남성과 여성 각각 어떠한 진화적 압력을 겪으며 외도라는 전략을 취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남성의 전략 - 기회의 극대화


진화적 환경에서 남성의 생식 성공은 상대적으로 단순하였습니다.

배우자가 임신을 수행하는 동안 남성은 추가적인 짝짓기를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남성의 생식 성공을 높인 전략은 "가능한 많은 여성과의 잠재적 번식 기회 확보"였습니다.


이러한 전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부성 불확실성입니다. 남성은 "자신의 아이인지 아닌지"를 항상 완전히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일부 남성은 여러 여성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분산 투자함으로써 번식 가능성을 극대화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고전적인 연구에서도 남성은 단기적 관계에서의 섹스 동의 기준이 더욱 낮으며, 성적 기회를 더 즉각적으로 긍정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 Buss & Schmitt(1993)의 ‘성적 전략 이론(Strategic Pluralism Theory)

이는 현대의 행동 실험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외도는 남성에게 비용이 적지 않지만(배우자 상실, 사회적 처벌 등), 진화적 보상 즉, 추가 후손 확보가 이러한 비용을 상회했던 환경에서는 해당 행동이 자연스럽게 선택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전략 - 유전적, 자원적 이중선택


여성의 외도는 종종 더 복잡한 진화적 전략과 연관되었습니다. 여성에게 외도는 남성보다 큰 위험을 동반하였습니다.

임신 위험, 사회적 낙인, 파트너로부터의 자원 상실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외도는 오랜 시간 다양한 사회에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 가설은 '좋은 유전자 가설'입니다.

여성은 장기적 파트너로는 자원을 제공하는 안정적인 남성, 단기적 파트너로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남성을 선호하는 이중 전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Gangestad, S. W., & Thornhill, R. (1998). Menstrual cycle variation in women’s preferences for the scent of symmetrical me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즉, 여성에게 외도는 단순한 성적 흥분이 아닌, 유전적 상향 선택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특히, 파트너의 유전적 질이 낮다고 판단될 때 여성의 외도 확률이 상승한다는 연구도 존재합니다.

(Haselton, M. G., & Gangestad, S. W. (2006). Conditional expression of women’s desires and men’s mate retention tactics across the ovulatory cycle. Hormones and Behavior, 49)


*외도가 보편적 행동으로 남은 이유


외도가 사회적으로 금지되고 처벌되어 온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외도율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는 외도가 단순한 도덕 결함이 아닌, 인간 뇌의 설계와 연결된 적응적 심리 기제임을 암시합니다.


- 외도는 때때로 번식 성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습니다.


-때때로 외도는 유전적 질을 향상하는 우회적 전략이었습니다.


- 그리고 일부 상황에서는 관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보상적 선택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즉, 외도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처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활성화되는 적응적 전략의 하나입니다.


일부 문화는 일부다처제, 일부일처제, 일처다부제 등 다양한 결혼 형태를 취하였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모든 결혼 형태에서 외도는 존재하였습니다.

이는 외도가 특정 문화의 산물이 아닌, 인류 보편적 행동임을 보여줍니다.

(Schmitt, D. P. (2005). Sociosexuality from Argentina to Zimbabwe: A 48‑nation study of sex, culture, and strategies of human mating.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이러한 보편성은 외도가 근본적으로 생물학적 기반 위에 놓여 있음을 지지합니다.


*외도의 전략적 기능

외도는 단순한 충동이나 도덕적 실패로 축소될 수 없는 복합적 행동입니다.

진화심리학은 이 행동을 장기짝짓기 전략과 단기 짝짓기 전력의 충동 혹은 상호 보완으로 해석합니다.

즉, 인간은 하나의 전략만을 사용하는 존재가 아닌, 상황, 환경, 개인의 기질에 따라 복수의 전략을 동시에 운용합니다.


- 장기 전략 속의 단시 전략 : '혼합 전략 가설'


혼합 전략 (mixed mating strategy) 가설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기반합니다.


인간은 장기적 관계(안정, 자원, 양육)를 선호하면서도, 특정 조건에서 단기적 관계(유전적 이득, 다양성)를 선택합니다.


여성의 경우, 장기 파트너로부터 안정과 자원을 확보하면서도 유전적으로 뛰어난 남성과 단기적 관계를 추구해 유전적 이점을 얻는다는 가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패턴은 여러 문화권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됩니다.

(Thornhill & Gangestad, 2008)


남성의 경우, 상대 여성의 가임기 여부와 관계의 기회비용이 낮을수록 단기 전략을 활성화하며, 이는 높은 번식 기회를 얻기 위한 기제와 연결됩니다.

(David M. Buss. The Evolution of Desire: Strategies of Human Mating)


외도는 무작위적 행동이 아닌, 특정 조건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 여성의 경우 : 장기 파트너의 '유전적 질'이 낮다고 판단될 때


여성은 다음 상황에서 단기 전략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 파트너의 지배성, 신체 대칭성, 유전적 적합성이 낮다고 평가될 때


- 배란기 전후, 즉 가임 가능성이 높을 때 (David W. Gangestad & Randy Thornhill, “Menstrual cycle variation in women's preferences for the scent of symmetrical me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 장기 파트너가 자원, 정서적 지지에서 충분히 안정적일 때


이는 외도가 단순한 파괴적 충동이 아닌, 유전적 다양성과 적합성 향상을 위한 조건적 전력임을 시사합니다.


- 남성의 경우 : 낮은 비용, 높은 기회 상황일 때


남성 외도는 다음 상황에서 증가합니다.


- 파트너 부재 기간이 길 때


- 외도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약할 때


- 기회비용이 낮은 환경(높은 지위, 높은 매력도 등)


이는 외도가 남성에게 비교적 낮은 생식 비용을 갖기 때문입니다.

남성은 임신, 출산이라는 고비용 과정을 겪지 않기 때문에, 단기 전략이 활성화되기 쉬운 구조적 특성이 있습니다.


*외도의 감정적 구조 - 욕막, 탐색, 리스크


외도는 단순히 성적 추동이 아닌, 정서적, 인지적 경로를 통하여 발생합니다.


- 심리적 신선함 기제


인간의 도파민 시스템은 장기 파트너보다는 새로운 파트너에게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른바 "신선함 효과"는 포유류 전반에서 발견됩니다.

(Andrew D. Wilson, et al., “Novelty and the neural substrates of sexual reward in mammal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따라서 외도는 뇌의 보상 체계 차원에서도 전략적 유혹이 됩니다.


- 환경, 스트레스와 외도


외도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더욱 자주 발생합니다.

자원이 불안정하거나 관계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은 '대안 탐색' 메커니즘을 활성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진화적으로, 만약 현재의 관계가 깨질 위험이 있다면, 미래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다른 파트너 ㅇㅂ션을 확보해 두는 기제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도를 "전략"으로서만 해석하는 행동은 위험합니다.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단순 적응론은 제한적입니다.


1. 외도는 높은 비용(신뢰 붕괴, 사회적 처벌)을 동반하며 항상 적응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2. 인간의 도덕, 문화 시스템은 짝짓기 전략을 넘어서 강력한 억제 규범을 발달시켰습니다.


3. 모든 외도가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심리적 충동, 우연, 문화적 요인 역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외도는 진화적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적응적 기제 + 상황적 요인 + 문화적 맥락이 결합된 복합적 행동으로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외도는 수십만 년 동안 인간 종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는 두 가지 사실을 시사합니다.


1. 외도가 완전히 제거될 만큼 리스크가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2. 외도가 경우에 따라 '적응적'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여성에게는 유전적 이점을 남성에게는 번식 기회의 증가를 그리고 인류 전체에게는 유전적 다양성 증가라는 잠재적 이득이 존재하였습니다.

따라서 외도는 인간의 짝짓기 전략이 가진 자연스러운 변이형에 가깝습니다.


*외도가 가진 리스크 :심리, 관계, 사회적 비용


외도는 단순한 성적 일탈이 아닌, 관계 시스템 전체를 교란하는 고비용 행동입니다. 인간의 짝 보호 시스템과 애착 설계는 상호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기에, 이러한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파급되는 손실은 치명적입니다.

신뢰 붕괴, 정서적 불안정성, 자기 가치의 손상, 공격성 증가, 관계 안정성의 파열, 사회적 낙인 등 외도는 여러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Shackelford, T.K. (2001). The impact of infidelity on psychological well-being)


*배신 인지의 심리 생리학적 충격


외도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인간은 위협 감지 시스템을 강하게 활성화시킵니다.

코르티솔 농도가 급증하고, 편도체가 공포 자극과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하며, 전전두피질(PFC)은 감정 조절 기능의 부담으로 과부하 상태에 들어갑니다.

(Sbarra & Hazan (2008). Stress physiology after relationship threats)

이는 단순한 감정적 고통이 아닌,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과 거의 동일한 형태입니다.


특히 여성은 정서적 배신에 남성은 성적 배신의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애착이론에 따르면, 안정 애착 관계는 예측 가능성과 정서적 일관성을 기반으로 구축됩니다.

(Hazan & Shaver (1987). Adult attachment theory)

외도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훼손하며, 파트너는 상대의 행동을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형적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도한 감시 및 집착적 행동


- 관계 재평가와 회피적 거리두기


- 상대에 대한 이상화/악마화의 급격한 교차


- 정서적 애착의 약화와 회복 불가능성 판단


애착 기반 관계는 단순히 "함께 있는 시간"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닌, 상호 예측 가능성을 고도로 합축한 시스템입니다. 외도는 이러한 예측 가능성을 극도로 파괴하며, 결국 관계는 '기능 장애적 패턴'으로 빠르게 전환됩니다.

(Mikulincer & Shaver (2007). Attachment and relationship breakdown)


* 질투 시스템의 과활성


질투는 인간의 번식 전략 속에서 발달한 짝 보호 메커니즘의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Buss, D. (2000). The evolved function of jealousy)

외도는 이를 강하게 자극하는 단일 사건 중 가장 위력적인 요소입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친자 불확실성에 대한 진화적 위험 때문에 공격성 증가, 감정적 폭발, 통제 행동이 활성화되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Goetz & Shackelford (2009). Male aggression and paternity threat)

여성의 경우, 파트너의 정서적 이탈은 자원 상실 위험을 자극하여 불안, 의존 감정적 과잉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Treas & Giesen (2000). Women’s resource-based jealousy)


이 질투 시스템은 원래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적응적 설계였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관계 파탄, 강한 갈등, 심리적 폭력 등 부적응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 비용 : 낙인, 평판 손실, 자원 분배 문제


외도는 개인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네트워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고비용 행동입니다.


- 친구, 가족 네트워크의 균열


- 양육 자원의 재분배 문제


- 사회적 신뢰도 저하


-집단 내 평판 손실과 도덕적 평가


- 재혼 및 향후 관계 형성 시의 불이익


특히, 외도는 공동체가 공유한느 협력 규칙을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회적 제재가 강하게 작동합니다.

(Fehr & Gächter (2002). Social sanctions and cooperation norms)


즉, 외도는 '개인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신회 시스템의 균열을 일으키는 행위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도는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나 개인적 결함으로 축소할 수 없는 다층적 행동 현상입니다. 해당 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외도는 심리적 충동의 산물이 아닌 생존, 번식 압력 아래에서 형성된 진화적 설계, 그리고 그 설계가 현대의 관계 구조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정서, 사회적 부작용의 결과물입니다.


외도는 그 자체가 적응적 행동이라 하더라도, 현대 사회에서는 고비용 전략이 되었습니다. 일부일처를 기반으로 한 법적 장치, 사회적 평판 시스템, 정서적 애착 구조는 외도로 인하여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그 비용은 진화적 환경보다 훨씬 큽니다. 외도는 친밀한 관계의 붕괴, 폭력적 갈등, 정신적 상처, 자녀 양육 환경의 악화 등 연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Buss, D. M. (2019). When Men Behave Badly)

즉, 과거 진화 환경에서 잠재적 적응이었을 수 있는 행동이, 현대 환경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부적응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외도의 기원을 이해한다는 것은 외도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 행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학문적 시도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관계는 오직 문화나 도덕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생물학적 설계와 진화적 압력 또한 그 기반에 존재합니다. 외도는 이러한 다층적 구조가 충돌하며 표면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따라서 외도를 연구하는 일은 인간의 욕망을 변명하기 위헌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왜 특정 방식으로 사랑하고 갈등하며 배신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입니다. 외도는 그 탐구에 끝이 아닌 시작점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더 정교한 관계를 설계하고, 더 안정적인 애착을 구축하며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려면 먼저 인간 행동의 생물학적, 진화적 뿌리를 직시하여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진화심리학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