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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 Apr 02. 2020

<주디>, 무지개 너머를 꿈꾸던 그녀의 마지막 노래

<주디> 리뷰

1. 전기 영화의 전개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굵직한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소셜 네트워크>처럼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또 <스티브 잡스>처럼 인물의 생애 중 한 사건 혹은 짧은 시간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그의 삶을 응축시켜 보여주기도 한다. 루퍼트 굴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1940~5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 주디 갈란드의 이야기를 다룬 <주디>는 마지막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사망하기 얼마 전 런던에서 콘서트를 하며 겪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녀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디 갈란드(르네 젤웨거)'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오르다. 그러나 무리한 스케줄과 혹사로 인해 그녀는 큰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 고통스러운 기억에 시달리면서 한때 화려했던 배우로 남게 된 주디는 나이를 먹은 후에도 자신의 콘서트와 쇼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남편 '시드니(루퍼스 스웰)'는 그녀가 집도 없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채 공연에 데리고 다닌다면서 양육권 소송을 제기한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돈이 필요해진 주디는 거액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는 '버나드(마이클 갬본)'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원치도 않고 갈 생각도 없었던 런던에서 무대에 오른다.



2. 왕년의 배우 주디가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가는 <주디>는 그녀의 트라우마가 생겨난 계기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특별해지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지만 영화배우를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던 주디. 자존감이 낮았던 그녀는 자신과 다른 아역 배우들의 외모와 스타성을 비교하는 제작자의 농간과 자극에 의해 스타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고 그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가 된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스케줄을 돌리고, 잠을 못 자도록 하는 약물을 먹도록 강요하는 가학적인 영화 산업의 피해자가 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주디는 어릴 때와는 반대로 평범함 삶을 동경한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꿈꾸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는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영화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작중 현재 시점 에피소드 사이에 삽입하면서 주디의 유년 시절 경험이 얼마나 그녀를 망가졌는지 그 인과관계를 강조한다. 영화 촬영에 염증을 느낀 그녀가 갑자기 수영장 세트에 들어가 촬영을 지연시키고 혼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런던 공연을 망친 후 그녀가 기획자인 버나드와 대화하는 장면과도 오버랩되는데, 이때 그녀는 과도할 정도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자신의 컨디션이나 상황보다도 고용주의 권력이 더 중요했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속되었던 유년시절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3.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삶을 마음대로 살 수도 없는 주디의 상황을 영화는 런던 투어 장면 안에 담아낸다. 그녀는 안정된 집에서 양육권을 빼앗기지 않고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한, 순전히 경제적인 목적으로 런던에서 콘서트를 한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투어 내내 자의로 무대에 나가서 노래하기보다는 술에 취한 채 지각하거나 끌려가서 간신히 공연을 하기에도 바쁘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디는 런던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삶이 어떠한 모습인지, 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기회를 잡는다. 어느 날 밤, 공연 후 늦게까지 자신을 기다리던 커플 팬의 집에서 그녀는 오믈렛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사람들과 달라야만 했고, 차별받던 그들의 아픔을 들으면서 그녀는 그들을 위로해준다. 그날 밤 그녀는 자신이 스타였기에 노래로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면서, 오래간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숙면을 취한다. 


한편 쇼에서 해고당한 후 주디에게 매니저 '로잘린(제시 버클리)'과 밴드 리더 '버트(로이스 피어슨)'는 그간 투어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케이크를 선물한다. 그 케이크를 나눠 먹으면서 주디는 벅차오르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낸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 하는 평범한 시간의 소중함을 마침내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주디에게 평범함은 그저 달성해야 하는 목적에 불과했고 잡는 순간 사라지는 허상이었다. 어린 시절 제작진의 억압을 뚫고 기어코 한 입 베어 먹은 햄버거가 먹는 순간 그 맛을 잃는 것처럼. 이렇게 그녀는 자신이 원하던 평범한 삶이 지금을 살아가면서 그 순간의 기쁨과 슬픔을 느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4.  <주디>는 모두가 기대했을 주디 갈란드의 대표곡 'Over the rainbow'를 마지막에 등장시키면서 영화의 내용과 그녀의 인생을 한 장면에 담아내 큰 감동을 선사한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익숙한 노래이지만, 주디의 인생을 닮은 노래의 가사는 이 영화의 서사 안에서 새롭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도로시는 무지개 너머에 있는 희망을 노래하며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디는 그 무지개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처음에는 스타로서 사랑받는 삶을, 나중에는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원했던 그녀는 무지개 너머에 있는 땅에 가려고 했지만 끝내 가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런던까지 왔지만, 정작 아이들은 주디와 함께하는 삶을 거절하고 그녀는 혼자 남는다.


하지만 중단된 그녀의 노래는 관객들에 의해 다시 불러지며,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게이 커플이 그녀에게 무대에 다시 올라갈 이유를 알려주었고, 그녀가 원하는 삶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로잘린과 버트가 알려줬듯이, 관객들은 힘을 잃고 쓰러진 그녀를 다시 일으키고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사실 이 무대는 런던에서 주디가 자의로 올라간 첫 무대다. 그렇기에 <주디>의 결말은 특별한 삶과 평범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고 평생 상처만 받던 그녀의 삶에 마침내 조화와 균형, 그리고 위로가 찾아온 완전한 엔딩처럼 보인다.  



5. 물론 <주디>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영화이고, 그 구성이나 구조 역시 익숙한 측면이 많은 작품이다. 하지만 'Over the rainbow'를 들으면서 마지막 무대를 보다 보면 이 작품의 단점은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주디 갤런드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가진 힘을 뿜어내는 노래, 그리고 그녀의 희로애락을 표정과 제스처로 고스란히 표현하는 르네 젤웨거의 연기만으로도 파란만장했던 그녀의 삶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주디>이기 때문이다. 



A(Acceptable, 무난함)

끝까지 부르지 못한 노래가 가장 감동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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