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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Aug 17. 2022

[JIMFF 데일리]모토에 충실한 JIMFF의 엔딩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폐막식 현장 스케치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렸던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16일 19시 의림지 야외 무대에서 강준규, 오하늬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식을 끝으로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선 5일 간의 여정을 되짚어보는 영상으로 시작된 폐막식은 김창규 제천 시장 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인삿말 이후 2022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지원작 발표, 한국 경쟁 부문 수상작 및 국제 경쟁 부문 수상자가 발표, 폐막선언과 축하 공연, 그리고 대망의 폐막작 상영으로 이어졌죠. 



'E.T.' 필름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 이번 영화제는 개막식부터 유독 우천으로 인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인 폐막식 만큼은 아름다운 노을이 한 눈에 보이는 쾌적한 날씨에서 무난하게 진행 되었습니다. 마치 영화제의 모토를 온몸으로 느끼라는 자연의 의도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슬로건인  ‘a tempo’는 ‘본래의 빠르기로’라는 뜻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영화제가 짖궂은 날씨라는 장애물을 만났지만 무사히 진행되었듯이, 작년과 달리 온전히 오프라인으로 열린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원래 모습을 되찾을 거라고 말하는 듯 하죠. 



폐막식에서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역시나 수상작 발표였습니다. 신나게 무대를 즐기고, 깊은 여운을 주는 영화들을 감상하는 사이 잠시 잊을 수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의 끝은 언제나 관심을 되찾기 마련이죠. 우선 2022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지원작은 두 작품, 김태희 감독의 '룩킹 포'와 엄하늘 감독의 '너와 나의 5분'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실 수상작을 발표하는 심사위원의 평가는 미묘했는데요. 개성적인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불안정한 소절들이 제작 지원을 거쳐 멋진 화음과 리듬으로 바뀌길 바란다는 희망과 격려가 공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감독의 상이한 수상 소감에 담긴 절실함은 그 미묘함마저도 잊게 만들었습니다. 부친상에도 불구하고 지키기 위해 돈이 없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김태희 감독은 내년 제천에서 멋진 작품으로 만나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엄하늘 감독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른 채 진심이 담긴 "감사합니다" 단 한 마디로 모든 소감을 대신했죠. 두 감독의 작품은  23년 19회 영화제에서 만나게 될 예정입니다.



열세 편의 단편과 네 편의 장편 영화가 출품된 한국 경쟁 부문은 작품상도 단편과 장편 영화로 나뉘어서 발표되었습니다. 단편 부문에서는 어두운 주제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냄과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뮤지컬에 담아낸 조하영 감독 '언니를 위하여'가 선정되었습니다. 가능성이 엿보이며 장편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들뜬 목소리로 쉽사리 소감을 잊지 못한 조하영 감독은 20년도에 제작 지원을 받은 후 지금까지 힘써준 배우와 스태프, 제천 프로그래머와 모든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장편부문에서는 권철 감독의 '버텨내도 존재하기'가 작품상을 가져갔습니다. 극장의 존재를 버팀목으로 삼아 영화의 존재를 보여주듯이 음악의 의미를 보여주었고, 음악과 영화와 삶, 그리고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들과의 관계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권철 감독은 언질을 주는 줄 알았는데 주지 않아서 놀랐다며, 초청만으로도 좋았는데 수상하게 되어 더 기쁘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해외 경쟁 부문 작품상은 반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심사위원장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음악이라는 공통점 하에 다양성, 젠더, 민족성, 영화 기술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장편 영화들을 즐길 수 있었고, 그래서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두 작품이 박빙이었다며 2등을 차지한 작품도 얼마나 놀라운 영화였는지를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두 영화가 아주 달랐지만 이들이 보여준 새 감수성과 시네마와 내러티브에 접근하는 협업 방식은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보였다는 것이었죠. 


이에 특별상을 받은 '포저' 팀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리 세게프, 노아 딕슨 감독은 친구들과 저예산으로 제작한 작품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면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작품상은 리타 바그다디 감독의 '사이렌'에게 돌아갔습니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한 작품 안에 모두 녹여낸 놀라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는데요. 미국에 있어서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한 바그다디 감독은 영상을 통해 수상소감을 전해왔습니다. 아랍 여성들이 항상 피해자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바그다디 감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게 해준 메탈 밴드 '슬레이브 투 사이렌' 멤버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 진실과 꿈을 위해서는 항상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는 뜻깊은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치열했던 경쟁의 끝은 영화 음악과 함께 마무리 되었습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의 폐막사 이후 무대에 오른 박동준 밴드는 멋진 색소폰 공연을 선보였는데요. 영화 '대부'의 ost와 영화 '봄날은 간다'의 엔딩 타이틀 곡인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가필드' 속 'I got you(I feel good)'까지 곡을 연주하며 별빛이 반짝이는 달콤한 여름밤을 아름답게 꾸며주었습니다.  


제천 메가박스와 제천 CGV,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 레스트리 리솜은 물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제천 비행장과 제천의 대표 명소인 의림지에서 진행되어 더 뜻깊었던 제 18회 제천국제영화제는 이렇게 내년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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