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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May 12. 2023

<가오갤 3>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자는 불협화음 환상곡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연인 '가모라'(조 샐다나)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술에 의지하는 스타로드 '피터 퀼'(크리스 프랫). '네뷸라'(카렌 길런)와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맨티스'(폼 클레맨티에프)'를 비롯한 동료들은 그저 그를 지켜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담 워록'(윌 폴터)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기습하고, '로켓'(브래들리 쿠퍼)이 치명상을 입는다. 동물을 개조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가 로켓 몸에 심어둔 폭탄이 기습 때문에 작동한 것. 폭탄이 터지기까지는 48시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로켓을 살리고, 더 나아가 팀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임무에 나선다. 



진정한 가족을 만드는 여정

2014년, 1편이 개봉할 때만 해도 물음표가 가득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 외계인, 사이보그, 말하는 라쿤, 움직이는 나무가 한 팀을 이룬다니. 아무리 마블이라지만 터무니없는 도전 같았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가오갤> 시리즈는 의심의 여지없는 인기 시리즈다. 마블의 올스타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자랑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재치 있는 입담,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 이야기에 스며드는 음악까지. 그뿐만이 아니다. 독특한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가오갤>은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가족 영화이기 때문이다. <가오갤>의 주인공들은 제각각의 사연으로 가족을 잃은 패배자다. 종족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피터가 음악을 드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영화는 설령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가오갤 멤버들은 함께 모험을 떠나 식구를 찾을 수 있었다. 매일 같이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안아주며 아픔을 보듬었다. 덕분에 그들은 마음속 어두움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서로 방패인 셈이다. 피터가 가모라를 비롯한 팀원들의 손을 잡으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듯이. 피터의 아버지 에고가 아들을 죽이려 했지만 피터를 직접 키운 아빠 욘두는 목숨을 희생해 아들을 살렸듯이. <가오갤> 시리즈는 진정한 가족을 찾는 여정이었다. 

 


안팎으로 무너지는 가족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 3>)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여전히 가오갤이라는 가족의 여정을 다룬다. 하지만 흐름이 다르다. 이전 두 편은 가오갤이라는 보호막을 찾고 단단히 만드는 이야기였다. 반면에 세 번째 영화는 방패가 무너지는 이야기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가오갤은 위기에 빠진다. 아담 워록의 기습 때문에 로켓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에 다른 팀원들은 로켓을 살리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러다 보니 시리즈 내내 각 캐릭터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트라우마가 여과 없이 튀어나온다. 일례로 피터는 애써 외면하고 있던 지구에 대한 그리움, 외할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을 직면한다. 자기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2014년의 가모라를 만나 가슴이 아프다. 정작 가모라는 피터를 아예 무시하고, 오히려 가오갤을 더 큰 위기에 빠트린다.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맨티스는 에고의 하인으로, 또 가오갤의 멤버로 지내느라 미처 깨닫지 못한 자기 자신을 궁금해한다. 개그 캐릭터였던 드랙스의 아픔도 다시 언급된다. 1편에서 가족이 모두 죽었던 아픔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는 게 밝혀진다. 시리즈 내내 감정이 없던 네뷸라도 로켓이 다치자 눈에 띄게 동요하며 성격이 더 고약해지고 예민해진다. 아담 워록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크래글린'(숀 건)'은 '욘두(마이클 루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가족을 지키려는 사투 속에서 이 모든 불안함과 두려움은 거칠게 부딪힌다. 가오갤이라는 울타리를 유지하는 데 집착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화내고, 짜증을 낸다.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을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고 충돌한다. 일례로 피터는 타노스에게 죽은 자기 여자친구 모습을 2014년의 가모라에게 강요한다. 네뷸라도 매번 멍청한 짓만 한다며 네뷸라가 드랙스에게 면박을 줬다가 맨티스와 말다툼을 벌인다. 



자기혐오를 자기 긍정으로 

제임스 건은 가오갤의 난맥상을 영리하게 정리한다. 여태 베일에 싸여 있던 로켓의 과거를 중심으로 위기를 타개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로켓은 임사 체험한다. 평범한 라쿤이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말하는 라쿤, 로켓이 된 사연을 보여준다. 완벽한 질서로 가득한 우주를 만들려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실험체였던 그. 그는 온갖 개조 실험에 시달린 결과 창조자를 뛰어넘는 지성과 창조성을 갖추게 됐다.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번번이 실패한 실험을 해결할 정도로.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열등감에 빠진다. 자기 피조물이 자기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에 충격받다. 로켓을 죽이고, 로켓의 뇌를 활용해 더 완벽한 우주를 창조하려 한다. 로켓도 평생 따라다닐 트라우마를 피하지 못한다. 친구를 잃었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자기처럼 개조된 수달 '라일라', 바다코끼리 '티프스', 토끼 '플로어'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로켓. 로켓은 그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나 하이 레볼루셔너리의 공격 때문에 혼자 살아남는다. 오프닝에서 로켓이 라디오헤드의 'Creep'를 따라 부르며 자기혐오에 빠지는 이유다.


그러나 둘의 말로는 달랐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끝내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한다. 완전히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로켓에 집착한다. 로켓에만 있는 창조성을 손에 넣기 위해서 그의 뇌를 원한다. 반면에 로켓은 마침내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환상 속에서 친구들을 만나 속죄하고, "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정신을 되찾는다. 오프닝과는 달리 자기 과거와 당당히 맞선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함선에서 실험용 동물들을 구출하고, 자기 창조자를 징벌한다. 



있는 그대로면 충분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로켓의 이야기는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로켓의 치료법을 찾는 여정에서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어두움을 극복하기 때문이다. 로켓의 부상은 가오갤 모두의 성장통이었던 셈이다. 피터는 그간 외면했던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지구로 향한다. 가모라에게 집착하는 마음도 내려놓는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드랙스는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창조한 어린아이들을 구출하고 보호하면서 마침내 아픔을 씻어낸다. 맨티스는 난생처음으로 주도적인 삶을 선택하고, 네뷸라는 양아버지 타노스의 학대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함께할 수 있는 완전한 가족을 만난다. 크래글린도 욘두가 남긴 화살 조종법을 마침내 터득한다. 


덕분에 무너졌던 가족도 안정을 되찾는다. 더 단단해진다.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가오갤 멤버들은 다른 멤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설령 자기가 원하 않은 길이라 해도. 다른 가족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이 에볼루셔너리처럼 화내지 않는다. 리더가 바뀌고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더라도 동요하지 않는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공고하니까. 불협화음도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가오갤 3>가 삼부작의 마무리로서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메시지는 다양하게 변주된다. 로켓과 친구들이 일례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본래 생체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동물 신체를 개조한다. 실험이 끝난 뒤에도 그들이 완벽하지 않다고 혐오한다. 그런데 정작 로켓과 친구들은 그 기괴한 모습마저 사랑한다. 감옥을 행복한 천국으로 바꿔버린다. 그들은 설령 동물이 귀엽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아껴야 한다고 말한다. 


아담 워록을 통해 예상치 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아담 워록에게 이미 정해진 일만 잘 해내라고 다그친다.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나면 죽일 거라고도 협박한다. 가오갤은 다르다. '그루트'(빈 디젤)는 죽을 위기에 처한 아담 워록을 구해준다. 모든 이에게는 두 번째 기회가 있어야 한다면서. <가오갤 3>가 삼부작 중에서도 유달리 감동적인 이유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영화 밖에도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질서대로, 정해진 삶의 경로대로 살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회는 또 다른 하이 에볼루셔너리나 다름없다. 따라서 정해진 대로 살지 못해 실패했다고 좌절하는 모든 이에게 <가오갤 3>는 따스한 격려이자 응원이나 다름없다. 



액션과 음악의 조화, 제임스 건의 환상곡

<가오갤 3>의 보고 듣는 재미는 메시지와 주제의식에 힘을 실어준다. 우선 액션이 인상적이다. 작중 가장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는 긴 복도에서 가오갤과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부하들이 일제히 격돌하는 장면이다. 카메라는 이 순간을 롱테이크로 잡는다. 싸우는 방식이나 장점이 서로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시너지를 내는지를 멋지게 포착한다. 


유달리 한 팀을 강조하는 연출도 눈에 띈다. 가오갤 멤버가 일렬로 나란히 서서 함께 걷는 모습이 유달리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초반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피터를 네뷸라가 옮기는 장면, 오르고스코프에서 탈출하는 때, 마지막으로 하이 에볼루셔너리를 공격하는 모습까지. 유사한 연출을 반복하며 한 가족으로서 가오갤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듣는 재미를 살린 음악도 귀를 사로잡는다. 자기부정에서 긍정으로 전환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삽입곡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 오프닝곡 'Creep'과 엔딩곡 'Dog Days Are Over'가 대표적이다. 두 노래 가사만 비교해도 오프닝과 엔딩 사이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오프닝에 로켓은 'Creep'을 따라 부르며 자조한다. 반면에 엔딩에서는 가오갤 멤버, 노웨어 행성 주민, 구출된 아이와 동물들이 'Dog Days Are Over'에 맞춰 춤추며 즐거워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광경을 예찬하는 제임스 건의 환상곡인 셈이다. 

  


마블이 아닌 제임스 건의 성공

물론 <가오갤 3>도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몇몇 단점이 있다. 일단 주인공 서사를 매듭짓는 데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빌런의 역할이 평면적이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가오갤과 철학적으로, 사상적으로 대립하는 완성도 높은 빌런이다. 다만 위협적이지는 않다. 타노스처럼 강력한 액션을 보여주는 빌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가오갤의 성장을 위한 발판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더불어 액션이 양적으로 부족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담 워록 역시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는 인상은 약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단점은 삼부작을 너무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는 사실이다. <가오갤 3>는 <가오갤> 시리즈는 물론, 인피니티 사가가 진정으로 종결됐다는 인상을 준다. 피터와 2014년의 가모라 서사까지 끝내면서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에필로그처럼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MCU의 멀티버스 세계관이 관객의 호응을 좀처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 결과 멀티버스와 큰 관련성이 없는 <가오갤 3>의 성공은 향후 MCU에 대한 기대로 직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임스 건이 MCU를 떠나 만들 <슈퍼맨: 레거시>와 DC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만 높아진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불협화음이라서 아름다운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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