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하브루타 / 알수록 더 맛있는 음식과 식재료 이야기 -1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기와 독감. 아이들이 유치원, 학교에서 돌아올 때 콧물을 훌쩍이거나 기침 소리가 들려오면 '또 시작됐구나.'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해마다 우리 아이들은 빼놓지 않고 돌아가며 독감에 걸린다. 이제는 병원에 면역력 높일 방법에 대해 찾아보기를 수십 번. 결국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먹거리다. 겨울 제철 식재료, '굴'에 대한 하브루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굴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아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 아연은 세포 성장과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중요한 미네랄이다. 성장기 아이들은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연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성장 지연을 방지하고 피로 및 무기력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비타민 C, D, E와 같은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인 비타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셀레늄이 포함되어 겨울철 감기나 독감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굴이 불사의 약이라 여겨졌다. 일부 동양 전통 의학에서는 건강과 기력 회복을 위한 약재로 굴을 사용했으며, 실제로 굴에 포함된 타우린과 아르기닌은 체내 에너지 생성을 돕는다. 활동적인 아이들은 자주 에너지가 소모되어 피로를 느낄 수 있는데, 굴을 제공하면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굴에 이렇게 효능이 많다니. 우리 부부는 매년 굴전을 즐겨해 먹는다. 마트에서 굴이 눈에 보인다면 그날 저녁 식탁에는 어김없이 올라앉아 있다. 그렇게 친숙한 식재료인데 한 번도 굴의 영양성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렇게 영양분을 갖췄는데 유독 겨울철에만 굴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여름과 가을에 번식하는 굴은 겨울에는 번식하지 않는다. 알을 품지 않은 굴은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그만큼 육질이 단단하고 영양이 농축된다. 또 낮은 수온에서 미네랄을 더 많이 흡수하여 풍미가 더욱 진하다. 이에 따라 겨울철 굴은 그 신선함과 영양, 맛의 깊이에서 다른 계절의 굴과 차이 난다.
영양 면에서도 맛에서도 최고인 굴을 아이들이 환영해 주면 좋겠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굴 특유의 향과 식감이 익숙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처음 굴전을 만들어 주었을 때 한 입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굴국을 끓여 주었을 때도 국물만 먹고 굴은 남기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상했지만,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천천히 적응할 수 있게 해 주기로 했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으니깐.
대신 '굴'과 친숙해지기 위해 하브루타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고대 중국에서는 굴이 '불사의 약'이라고 불렸데."
"불사의 약?"
"응, ‘아니 불’ 한자에 ‘죽을 사’를 써서 불사의 약이지"
"안 죽는 약이야? "
"맞아~ 굴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더 오래 살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나 봐. 마리오 오디세이에서 목숨 하나 먹으면 한 번 더 살잖아. 굴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신기하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 수준에서는 게임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한 소재는 없다. 쉽게 이해되는 비유를 통해서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자는 엄마의 노력이 돋보인다.
"퀴즈 하나 낼게. 굴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 음..."
"겨울이 아닐까? 이건 그냥 엄마 생각이야. 굴은 여름이랑 가을에 번식을 한데. 그리고 겨울에는 쉬나 봐. 그러니까 신경을 안 써도 되고 더 편하지 않을까? "
" 나도 왠지 겨울일 것 같았어. 겨울에 먹잖아 "
" 맞아. 모든 영양소를 다 가지고 있데. 겨울에 굴은 정말 맛있는데 그것 때문이래."
" 난 근데... 굴은 별로야. 근데 굴도 알을 낳아? 어떻게 알을 낳아?"
그러고 보니 '굴의 산란기' 정보는 봤지만, 어떻게 수정하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국내 영상으로는 예전에 MBC에서 방영된 ‘꼬막의 산란 과정’ 다큐 영상을 만날 수 있었다.
굴은 보통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되며 각각 알과 정자를 방출하여 번식한다. 번식은 보통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수컷이 정자를 물속에 방출하면 암컷도 알을 물속에 뿌린다. 이 과정을 산란이라고 한다. 정자와 알이 바닷물 속에서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고, 수정란이 형성된다. 수정란은 바닷물 속을 떠다니며 빠르게 세포 분열을 시작한다. 수정 후 약 24시간 이내에 유생으로 성장하며, 이 유생은 미세한 플랑크톤처럼 바닷물을 떠다니며 자란다. 약 2주가 지나면 유생은 조개껍데기나 바위 같은 단단한 표면에 달라붙을 준비를 한다. 이때 부착 단계라고 부른다. 굴의 유생은 특정한 표면에 달라붙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부착 후 굴은 점점 껍데기를 형성하고, 작은 굴로 자라나며 성체가 되기까지 수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보통 내셔널지오그래피 등의 외국 유튜브 채널을 보면 양질의 과학 영상들을 접할 수 있다. 굴의 산란 과정도 그곳에 있었다. 물속에 알을 뿌리고 수정되어 성장하는 굴의 번식은 신비로울 따름이다. 아이들은 조개와 굴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다는 것과 물속에서 체외 수정을 한다는 것을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와 너무 신기하다. 그렇지? 엄마도 사실은 처음 보는 광경이야.”
“이렇게 굴이 생겨나고 자라나는구나. 굴은 자라나면서 바다를 깨끗하게 만든대.”
“어떻게?”
“바다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바다 생물이 있어. 플랑크톤이라고 하는데 여러 바다 친구가 이 플랑크톤을 먹고살지만 가끔은 플랑크톤이 많아져 버려서 바다 친구들이 살기 힘들어질 때가 있데. 그런데 굴은 많은 바다의 플랑크톤을 먹고살기 때문에 바다 친구들이 살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나 봐.
“그럼, 바다 친구들이 굴을 엄청나게 좋아하겠다.”
“그러네. 인기 최고일 수 있겠다. (웃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야기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니 내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지어졌다. 면역을 키우기 위한 식재료로 접근했는데, 굴이 왜 제철 음식으로 여겨지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떻게 자라나는지에 대한 생태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비록 아이들이 굴이 입맛에 맞지 않아 식탁에서 남기는 일이 여전하지만, 하브루타를 통해 굴과 더욱 가까워졌기를 기대해 본다.
언젠가는 굴의 참맛을 깨닫고 다 같이 생굴을 함께 초장에 찍어 먹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