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는 너의 것
- 양보는 너의 것 -
퇴근길이었다.
국도는 늘 정겹지만, 퇴근길은 더 정겹다.
퇴근길에는 늘 양방향 차선이 가득이다. 비록 마음껏 달릴 수는 없지만 집으로 가는 바퀴들의 마찰 소리는 늘 경쾌하다.
국도의 특징은 샛길이 많다는 것이다 우회전은 마음대로 되지만
좌회전은 상대편의 허락이 필요했다, 특히 퇴근길에서는!
좌회전이 벽이 되는 순간 길은 멈춰 선다. 잠시가 그토록 긴 시간인지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양보는 늘 남의 일이다.
두 길 모두 잠시지만 그 잠시의 대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오늘 퇴근길, 신호등도 없는 반대편 차선에서 좌회전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차를 지나쳤다. 차들이 도로에 가득이어서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냥 잠시 정지선에서 브레이크 한 번 밟았다 떼면 됐다. 하지만 나는 꼬리 물기를 하고 말았다.
뒤차들의 원망을 길게 받으며 좌회전의 기회만 엿보고 있는 트럭을 지나치려는 순간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다.
운전자는 일 수건을 머리에 동여맨 할머니였다.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순간 할머니의 눈이 사라졌다. 그리고 차마다 안내판처럼 들어선 폭발 직전의 이글거리는 눈들을 보았다.
줄은 길었다. 꽤 많은 거리를 왔음에도 반대편 차들에서는 브레이크 등이 꺼지지 않았다.
잠시만 생각했어도 저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길에 갇히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잠시를 생각하지 아둔함이 후회되었다.
우리의 삶에도 국도에서의 좌회전 같은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때 운전자가 좌회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무모한 용기 아니면, 속절없는 기다림!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잠시의 양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