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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Aug 24. 2022

여행의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계획대로 될 리 없음!> 윤수훈

'망한 여행'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여행만큼 계획의 유무를 따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을 최대한 늦게 쓰려고 한다.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일이나 랜드마크 등은 미리 정해두고, 그 동선은 현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배치하는 편이다. 그래도, 여전히 계획에 힘은 들어가 있다.


맨 처음 저자는 여행 에세이 제안을 받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망(望)한 여행, 즉 '바라는 시간'들로 꽉 채워졌던 여행의 자취를 책에 담았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책으로 나오면서 다듬어진 이야기인 만큼, 나도 고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막상 나도 저자의 상황들을 마주했다면 정말 멘붕이었을 것이다. 당장에 여행을 그만두고 귀국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리라.


하지만 낯선 환경, 재정의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위해 노력하고 기대해왔던 과거의 나 자신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떠나온 여행인데. 어떤 모양이 되었든 정해진 일자는 끝까지 마치고 오려고 했을 것이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들을 돌이켜 보았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던지, 지금은 그저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남아있다. '그때도 다녀왔으니 앞으로도 또 다녀올 수 있겠지' 하며 자신감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계속 마주하게 되는 숙제를 생각한다. 바로 '계획'이다.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히 안다. 그동안 나는 최대한 부정해왔지만, 한편으로는 편해지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예전보다는 힘을 많이 뺐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평생의 숙제가 될 것 같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조급함보다는 여유를 갖고 싶다. 그런데 이 여유를 갖고자 하는 마음이 아이러니하게도 조급함을 불러일으킨다. 여유를 즐기려면, 그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미리미리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도 참 복잡하다. 결국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문제이다.


에세이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그래도 '나의 이야기'이다.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여행과 에세이. 저자의 여행 자취를 따라가며 재미와 행복도 느꼈지만, 문장력이나 의미들을 자꾸 곱씹는 것을 보니... 직업병 아닌 직업병 증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질문들에 직면할 기회를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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