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후반 되는 남자 고객님이 내게 허겁지겁 달려와서 큰 일 났다며 "아가씨 내 돈 좀 찾아줘
내가 안쪽 주머니에 통장하고 돈을 넣고 집에 가다 보니,찾아보니 없어 어떻게 해 "라며 목이 잠긴 상태로
울먹이는 고객님
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자초지종부터 들었다.
우리 우체국 방문 고객들은 대부분 나이가 좀 있는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다. 그래서 간혹 가다 우체국
금융업무를 보고 그대로 통장과 돈을 놓고 가는 고객님들이 계시기에 우선 금융업무 본 직원에게
혹시 통장이랑 돈 놓고 간 거 있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고객님이 갖고 간 거 확인했다는 답변이 돌아오니 고객님은 애가 타들어 간다며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라고 소리치며 답답한 심정을 나에게 토해냈다.
나는 고객님에게 혹시 내가 주머니 좀 볼 수 있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고객님과 주머니를 살펴보니 안쪽
호주머니는 구멍이 나있었다.
아마도 그곳에 넣고 집까지 걸어가다 어디에 흘린 모양이다.
나는 그 고객과 함께 걸어갔던 길을 걸어갔다.
혹이나 바닥에 떨어진 게 있나 싶어서 여기저기 살피며 걸어봐도 통장은 보이지 않았고
지나가다가 보이는 상가에 계시는 분들에게도 혹시 통장 습득하셨냐고도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 못 봤다 뿐
고객님은 나에게 60만 원이 내 한 달 생활비이고 나 그 돈 없으면 안 된다.. 꼭 좀 찾아주라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나는 그런 고객에게 위로차원에서 요즘은 쉽게 남의거 주워가지 않는다.. 그거 가져가면 처벌받는 거 알기에 아마 누군가는 주인 찾아 줄 거다..여기 cctv도 있으니 일단 경찰에 한번 신고해 보자..라고 고객을 진정시키고 우체국으로 다시 돌아와 물 한잔을 건네고 나는 바로 112에 신고를 했다.
혹시 60만 원 현금과 통장 습득한 게 있느냐고...
이런 게 진정한 선행인가..
어떤 시민분이 길거리에 떨어진 통장과 현금을 보고 지구대에 맡겨놓고 가셔서 안 그래도 우체국에
와서 고객 인적사항 알아보고 연락하려던 참이었다고...
나는 고객님에게 경찰관이 우체국으로 통장과 현금 가지고 온다고 얘기했더니
그 고객님은 내게 연신 고맙다고 손을 붙잡았다.
한 5분쯤 지났을까?
경찰차에서 경찰관 두 분이 내려 우체국으로 통장과 현금을 가지고 오셨다.
그 고객님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숙이며 연신 나와 경찰관에게 생명의 은인이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난 경찰관분들께 여기 고객님 집이 우체국에서 좀 멀기도 하고 , 고객님이 너무 놀랬기도 했고,
다리도 불편하니 혹시 집까지 모셔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경찰관분들은 흔쾌히
아버님 함께 가시죠..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했다.
그렇게
그분의 생명은인이 되어 나는 그날 하루 정말 심장이 멈춘 고객님의 심장을 다시금
부드럽게 뛸 수 있게 했단 생각에 너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