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문화 만들겠다던 회사가 실패하는 이유

by 숫자의언어

협업 문화 만들겠다던 회사가 실패하는 이유

회사에서 협업 문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대가 있었다. 각자 따로 움직이던 일이 하나로 연결되고, 불필요한 오해와 중복 업무가 줄어들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협업 문화는 점점 회의가 많아지는 이유가 되었고, 일의 속도는 느려졌으며, 책임의 경계는 흐려졌다. 많은 회사가 협업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실패하는 이유가 있다.


협업을 문화가 아니라 구호로만 취급할 때

협업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그것을 문화가 아닌 슬로건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포스터에 협업을 적어 붙이고, 타운홀 미팅에서 협업을 강조한다고 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협업은 일하는 방식과 평가 기준, 의사결정 구조까지 바뀌어야 가능한데 대부분의 회사는 말만 바꾼다. 기존의 위계와 보고 체계는 그대로 둔 채 협업하라는 말만 던지면, 직원들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책임은 개인에게 두고 결과는 협업 탓으로 돌릴 때

협업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조직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실패했을 때 책임을 협업의 문제로 돌린다는 점이다. 일은 여럿이 했지만 평가와 책임은 개인에게 묻는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주도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고, 의견은 점점 무난해진다. 협업이 책임 분산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사람들은 협업을 회피하게 된다.


협업이 곧 잦은 회의라고 착각할 때

협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회의가 늘어나는 것도 실패의 신호다. 결정은 나지 않고 공유만 반복되는 회의는 협업이 아니라 피로를 쌓는 과정이다. 실무자들은 회의 준비와 회의 참석에 시간을 쓰느라 정작 자신의 일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 협업은 정보를 줄이고 판단을 빠르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하는데, 많은 회사에서 그 반대가 일어난다.


협업에 필요한 권한은 주지 않을 때

협업을 하려면 역할과 권한이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협업하라고 하면서도 최종 결정 권한은 상위 관리자에게만 있다. 실무자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해도 마지막 순간에 뒤집히는 경험이 반복되면 협업은 형식이 된다. 의견을 내는 것보다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고, 협업은 점점 껍데기만 남는다.


협업을 사람의 문제로만 돌릴 때

협업이 잘 안 되면 사람 탓을 하는 조직도 많다. 누구는 협업적이지 않다, 누구는 소통이 부족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개인보다 구조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정이 과도하게 빡빡하거나, 부서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도록 설계된 구조에서는 협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을 바꾸기 전에 시스템을 점검하지 않으면 같은 실패가 반복된다.


협업 문화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 평가 기준, 책임과 권한의 배분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업은 늘 좋은 말로만 남고, 현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단어가 된다. 협업을 진짜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회사가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부터 질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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