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세상
시온은 태어날 때 울지 않았다. 산파는 “이상하게 조용한 아이네.”라고 말했다.
눈을 뜬 그는 의사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순간, 아주 어릴 때 본 듯한 감각이 스쳤다.
이 장면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처음 본 친구의 얼굴, 처음 들어본 노래, 처음 배운 글자까지 —
모든 게 이미 지나간 듯 익숙했다.
그는 세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다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건 그냥 기시감이야.”
“누구나 그런 경험은 해.”
그들은 웃었지만, 시온은 그 웃음조차 전에 본 적이 있었다. 모든 건 되감기 되고 있었다.
시온은 어릴 때부터 세상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다.
사람들의 대화, 손짓, 표정,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반복 패턴으로 보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은 매번 같은 타이밍에 한숨을 쉬었고, 교실에서는 누군가의 웃음 뒤에 반드시 누군가의 불쾌한 표정이 따라왔다.
그는 노트에 그것을 기록했다.
[15:43] 2초 뒤 비둘기 날아감.
[15:44] 버스 출발.
[15:45] 창문에 빛 반사.
[15:46] 나와 눈 마주친 여자아이가 고개 돌림.
그리고 그다음 날, 그는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가보았다. 모든 게, 똑같이 일어났다.
그때 시온은 직감했다. 이 세상은 즉흥적인 현실이 아니라, 이미 연습된 장면의 재생본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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