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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영혼의 선택인가, 신의 랜덤 배정인가?

인간의 삶은 선택인가, 배정인가?


종교는 흔히 말한다.
“전생의 업보로 지금의 고통을 받는다.”
“영혼이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
이 말은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현실을 오래 들여다보면 의문이 생긴다.
정말 영혼이 스스로 선택했는가?


그렇다면 잔혹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왜 그런 생을 선택해야 했을까?

아무리 영혼의 관점이라 해도, 실제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몸과 뇌, 감정과 신경이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아이, 학대 속에서 사는 아이, 가난과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영혼이 경험을 위해 고른 삶’이라는 말은 너무나 잔인하고 현실을 모르는 설명처럼 들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삶은 선택이 아니라 배정이라고.
몸, 부모, 국가, 시대, 환경은 인간이 선택하지 못한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모든 조건이 정해진다.
그 배정이 다르고, 그 조건이 다르기에 평생의 삶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다면 이 배정은 누가 하는가? 신인가, 우주인가, 혹은 시스템인가? 아니면 그저 무작위의 실험일 뿐인가?


확실한 것은, 그 어떤 힘도 개인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특별한 목적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통 종교는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착하게 살면 보상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고.

그러나 자연은 그런 구조로 움직이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는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다. 오직 조건과 생존만이 있다. 인간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렇듯 신이 개인에게 특별한 사명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삶은 허무로 흘러갈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지점에서 비로소 인간은 자유를 얻는다.
“왜 태어났는가?”라는 질문 대신 “어떤 의미를 만들며 살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삶은 랜덤 하게 주어졌다. 그러나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권한은 인간이 가진다.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스스로의 의식이 만들어가는 세계다. 그렇기에 인생은 맘대로 가 아니라, 맘껏 살아도 되는 것이다.


남이 정한 목적도, 신이 내려준 의무도 필요 없다. 이미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미를 채워 넣으면 된다. 특별한 목적이 없다는 것은 결코 공허가 아니라 가장 큰 자유이다.


그 자유를 스스로의 삶으로 증명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인간다운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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