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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안경과 그것을 초월한 자

어떤 안경을 쓸 것인가? 아님 안경을 벗을 것인가?

우리는 모두 세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의 햇살, 사람들의 표정, 오늘 해야 할 일들, 어제의 기억까지 마치 외부 세계가 그대로 눈앞에 주어진 것처럼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우리가 보는 것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나만의 안경을 통과한 세상이라는 것을.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 안경을 쓰기 시작한다.

부모의 말, 사회의 규범, 비교의 감각, 어린 시절의 상처, 그리고 내가 나라고 믿어온 기억들.
이 모든 것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이렇게 세상을 봐라’는 필터를 만들어낸다.

어떤 이는 세상을 불안의 안경으로 보고, 어떤 이는 결핍의 안경을 쓰고 산다. 또 어떤 이는 세상을 늘 경계하며 바라본다. 그럴 때 세상은 실제보다 더 날카롭고 더 무겁고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는데, 바뀐 것은 안경뿐이다.




1. 의식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세상은 원래 힘들어.”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이야.”

하지만 이 말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단지 특정 안경을 쓴 사람이 보는 세계의 형태일 뿐이다.


같은 하루를 보더라도

어떤 이는 감사할 이유를 찾고,

어떤 이는 불만을 찾고,

어떤 이는 가능성을 보고,

어떤 이는 좌절을 본다.


의식이 세상의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현실이 창조되는 것이다. 바샤르는 이것을 ‘평행 현실’이라 표현하지만, 결국 인간의 시야 구조를 말한 것과 같다. 불교는 이것을 “분별심의 세계”라고 말한다.

현대 심리학은 “인지 재구성”이라 설명하고, 현상학은 “해석을 통한 존재”라 말한다. 언어만 다르지, 가리키는 방향은 완전히 동일하다.




2. 고통은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세상을 보게 만드는 안경에서 온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착각한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한다.”
“사람들이 나를 괴롭게 한다.”
“환경 때문에 내가 고통받는다.”

하지만 고통은 외부에서 안으로 온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투영된 것일 때가 훨씬 많다.

불안의 안경을 쓰면 작은 일도 크게 보인다. 결핍의 안경을 쓰면 이미 가진 것조차 모자라 보인다. 비교의 안경을 쓰면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부족해 보인다. 안경이 왜곡을 일으키고, 왜곡이 고통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을 없애려면 삶을 바꾸거나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안경을 바꿔야 한다.




3. 충만의 안경을 쓰면 충만한 현실이 나타난다

‘긍정적으로 살아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리지만 그 문장이 가리키는 핵심은 훨씬 깊다.

충만함을 느끼면 뇌는 위협을 해체하고 시야는 넓어지고 선택은 부드러워지고 행동은 자연스러워진다.

그때 현실은 실제로 충만한 방향으로 재구성된다.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가 변하면서
그에 맞는 현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이것은 종교적 믿음이 아니라 인간 시스템의 구조적 원리다.




4. 수행가들은 안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경을 벗어버린다

일반적인 사람은 내 안경이 어떤 색인지도 모른 채 산다. 조금 더 깨어 있는 사람은 안경의 색을 바꾸려 한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결핍에서 충만으로, 두려움에서 평온으로.

하지만 수행가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안경 자체를 벗는 삶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불교가 말하는 ‘무아’이고, 명상가들이 말하는 ‘깨달음’이며, 철학이 말하는 ‘메타 의식’이다.

안경을 벗으면 세상은 더 이상 ‘해석된 세계’가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세계’로 다가온다.

그때 사람들은 집착에서 벗어나고 비교에서 벗어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자아의 굴레에서 해방된다.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일으키던 구조가 사라지는 것이다.




5. 존재는 결국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종교도, 명상도, 치유도, 철학도 모두 궁극적으로 한 방향을 향한다.


존재가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것.

그 과정에서 안경을 인식하고, 안경을 바꾸고, 마지막에는 안경을 벗는다.

인간이 스스로의 의식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그 사람은 세상 속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외부 세계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고통에 의해 방향을 잃지 않고, 자아의 속삭임에 끌려가지 않는다.


그는 세상 속에서 살되 세상에 갇히지 않는 자가 된다.

그가 바로 존재를 초월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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