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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pr 21. 2021

들어가는 말

시어머니 길 들이기 

뭐? 시어머니를 길들인다고?, 이런 발칙한 것!


맞다. 발칙하다 못해 시건방지다는 말을 들을게 분명하다. 시어머니를 길들인다니?!  세상의 시어머니들께서 시위를 할 듯 들고일어날지도 모른다. 아님, 아이고~ 그 댁 어르신 마음고생 좀 하시겠네~ 어디서 드센 며느리 귀신이 들어왔구먼 그려 쯧쯧... 할 수도 있다.


 시어머니를 길들인다는 말이 나온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여든이 넘은 시어머니의 식사 불량(?)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예닐곱 살 먹은 편식쟁이 아이처럼 한. 두 가지만 죽어라 드신다. 사실, 편식이 심한 것도 아니요, 당신의 손으로 음식을 하지 못할 만큼 기력이 딸려서도 아니다.


건강이라면, 오히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당당할 만큼 정정하시다. 근데, 도통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못해서 안 하고, 안 하니 대충 때운다. 달랑 밥과 김치 아니면 라면, 일회용 쌀국수 등이 시어머니 밥상의 메인 메뉴다.


누군가(나와 시이모님)가 해주는 음식이나 사다 나르는 일도 딱히 대환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뭐, 주니까 받는다는 식이다. 대개 공짜 음식은 도네이션용으로 선심을 쓴다. 내가 드리는 음식은 살짝 시이모님 드리고,  시이모님께  받은 음식은 몰래 우리(남편과 나)에게 준다. 당신의 돈을 주고 사드시는 것도 싫고, 귀찮고, 아깝다!


"어머니 외식해요, 외식이요~" 하고 주문을 외쳐도 "뭣하러! 그까이꺼  됐어!" 한다. 며느리를 위하는 것인지, 돈을 써는 것이 아까워서인지 거절한다. 아무튼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흔히, 먹자고 산다는 말이 있잖나. 시어머니에겐 입자고 산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먹는 일보다 멋 내는 일에는 밥도 굶을 정도다!. 그 정도로 먹는 일에는 시큰둥하다.


언젠가는 시티에서 제공하는 가사도우미를 보내드릴까요? 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당신은 혼자 잘 먹고 , 잘 살고 있으니 에버리띵 오케이라는 것이다. (사실, 집에 낯선 사람이 오는 것을 질색한다) 한마디로 , 가사 도움 이는 노 땡큐다!. 여든 시어머니는 자칭 인디펜던트 우먼이란다.^


뭐, 시어머니가 그대로가 좋다면 좋은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예, 인디펜던트 한 시어머니도 머리가 좀 복잡하다. 어째, 은근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사실 아닌가?


며느리(나)는 얼마 전에 퇴사를 했고, 20여 년 만에 얻은 황금 휴가를 히히 낙락 하며 보내고 있는 중. 조금씩  노는 재미에 빠져가며 한량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식사 불량인 시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 괜히 불량 며느리(나) 같기도 하고 반성도 할 겸, 효도도 하고, 뭐 용돈도 벌 겸 해서 나섰다.


시어머니께 밥을 좀 해드리기로!.


양심상, 그간 며느리로서 제대로 해 드린 것이 없다. 풀타임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땐 형편없는 며느리였다. 찾아뵙는 일도 잘하지 못하고, 음식도 오더 해서 나르는 일 말고는 직접 해 드리지 못했던, 마이너스에 가까운 며느리였다.


그러니 운명이라면 그렇고, 시어머니가 복이 많은 건지(노인 아파트의 남의 시어머니들 말로는) 좌우지간 시어머니를 위한 서비스(밥 짓는 일)를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뭔지 괴로운 척(?),  반가운 척하며  "아이고~밥은 뭔 놈의 밥? , 그까이꺼 뭐!"라고 했지만 (그까이꺼라는 말은 시어머니의 18번).


백수인 며느리가 용돈이래도 번다니 "음. 그랴!" 하고 일단은 오케이다. 내심, 아들 돈을 축내는 며느리에 무슨 헌금이라도 하듯. 그런점에서 반은 환영이다!.


일주일에 3일간의 시어머니 돌봄이다. 아침 8시부터 하루에 4시간씩의 서비스다. 뭐, 일종의 가사도우미다. 밥하고, 청소하고, 장 보고, 병원 가고, 말동무하기 등을 하는 일이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우선 밥! 밥을 잘 챙겨 드시게 하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제부터 불행인지, 악연인지, 복인지 모를 고집불통의 시어머니와 당돌한 며느리와의 한바탕 밀당의 시작이다.


이거, 기분이 어째 좀 이상하네?

시어머니 집으로 출근하는 며느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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