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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할매

by Blue Moon

런던 할매는 에어비엔비 호스트다.

2년 전 묵었던 숙소에서 만난 뒤 친구가 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났다.

20대에 배낭여행자가 되어 , 겁도 없이 전 세계를

홀로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그야말로. ‘노매드 걸‘

이였다.


런던은 여행 중 잠시 들었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듯 푹 빠졌다고 한다. 대학을 마치고, 진짜 런던러가 될 작정으로 아예 눌러앉았다.


런던 할매는 80세다. 오래전부터 편한 게 좋다고 혼자 산다. 에어비엔비 호스트가 된 건, 돈벌이를 하기보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즐거워서 한다.


여행자들과 만나고 , 수다 떨고, 먹는 즐거움은 삶의 큰 충전거리다. 그러니까.. 아직도 일하는 셈이다.

은퇴는 몇 년 후라고 한다.


런던할매는 흔히, 그냥, 할매가 아니다. 독립적이고, 강하다. 아는 것도 많다. 이것저것 배우는 일도 열심히 한다.. 덜렁덜렁, 물렁물렁 거리는 성격도 아니다. 자기 철학이 확고하다.


멋 내기에도 진심이다. 게다가, 이번에 안 사실인데, 걸음걸이가 나보다 빠르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날아다닐 정도다.


특히,, 맘에 드는 건, 런던할매의 머리스타일이다. 할매형의 짧고 , 뽀글거리는 파마머리가 아니다. 어깨길이의 하얀 머리- 생머리를 야무지게 하나로 틀어 올려 묵었다.


그 모습은 , 칼만 들지 않았지, 마치 , 일본의 무사 같다. 잘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언뜻, 첫인상은 좀 싸아~해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지 뭔지.. 코옆에 진하디 진한 제법 큰 점이 하나 있다. 애교점 같다. 그 점 때문인지 한결 부드럽고 , 귀엽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그녀를 나는 '끼 있는 노매드 걸’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 연세에.. 틈만 나면 여행을 간다.

나는 이래저래 용감하고, 씩씩한 런던할매가 좋다.

런던할매의 ‘끼’를 닮고 싶다, 따지고 보면 나랑 닮은 점이 많다. 인연이 별 건가?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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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의 커버이미지 사진은 런던할매가 보내준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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