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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Oct 28. 2019

과정 없는 가정

Data has a better idea

우리 서비스가 어렵다

 살다 보면 추측이 지식보다 앞선 의견을 제시할 때가 있다. 사실 나는 종종 그런 추측을 배설해왔다. 특히 '일'을 할 때는 내 주장을 공고히 하고 싶은 마음에 의식하기도 전에 그것들이 튀어나온다.

Photo by Gilles Lambert on Unsplash

 지금은 퇴사한 ‘센드애니웨어'에 막 합류했을 때, '서비스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낸 적이 있다. 고백하자면 그건 일부 아쉬운 점이 있었을 뿐, 서비스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다. 단지 제품의 외형이 내 마음에 닿지 않자, 전체가 그러한 것처럼 과장하여 표현했다.

 놀라운 것은 그 똑같은 추측을 오랜 시간 제품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일부도 여태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램파드는 골을 넣었다

 물론, 추측이 맞을 수 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그러한 어떤 무언가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추측이 틀렸을 경우 그 결과의 무거운 짐을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2010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독일이 만난 16강 경기를 돌아보자. 2 : 1로 뒤지고 있던 37분쯤, 램파드가 슈팅한 볼이 노이어의 손을 스쳐 골포스트 상단을 맞혔다. 볼은 곧장 아래로 빠르게 떨어졌고, 주심은 야속하게 아무런 제스처가 없었다. 골라인 밖으로 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왜곡된 주심의 골라인

주심은 자신의 오랜 경력으로 짐작건데, 다시 튀어나온 볼은 골인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 이건 골이 아니라 확신했다. 하지만 램파드는 골을 넣었다.

 골의 라인을 따라 쉼 없이 움직이는 부심은 그 순간의 장면을 머릿속에 기록했을 것이다. 하지만 골라인을 정확히 볼 수 없는 주심은 소위 ‘짬밥’으로 상황을 판단했다.

 동점의 상황을 만들어 경기를 환기시킬 수 있었던 잉글랜드는 결국 경기에서 졌고, 야속한 주심을 원망하며 짐을 쌌다.

 중계 카메라의 뛰어난 성능으로 램파드의 골을 확인한, 그것도 축구를 죽도록 사랑하는 잉글랜드는 한동안 주심의 이름을 잊지 못했다.


과정 없는 가정

 우리는 일을 함에 있어 항상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예를 들면 램파드에게 잊지 못할 판정을 한 주심같이, 경험으로 짐작하여 사실을 가리고 오판하는 짓 말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 확신하는 어떤 그것도 그러 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그러한 경우에도 이유가 있다.

 최근 축구계는 주관적 판단으로 인해 경기의 경과를 바꾸는 참사를 없애기 위해 VAR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심판이라도 오판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대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물며 이미 디지털이라는 필드 위를 뛰고 있는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본인의 추측과 감으로 화면을 설계한다면 골라인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유저를 알기 위해 충분한 데이터를 보고 분석과 실행, 수정을 끝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 없이 섣부른 가정으로 제품을 망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Photo by Appsee on Medium

 축구에 VAR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애널리틱스 플랫폼(Analytics Platform)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GA(Google Analytics)를 비롯해, AppSee와 UserHabit 등 모바일 애널리틱스 플랫폼, Hotjar와 Beusable 등 웹사이트 애널리틱스 플랫폼들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애널리틱스 플랫폼들을 사용할 때에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 목표(KPI) 설정

    - R&R 설정

 간혹 '우리는 GA, Hotjar, AppSee로 다 보고 있어요'라는 말을 자랑처럼 하는 팀들을 본다. '무엇으로 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는지'가 더 중요하다. 팀원 모두가 알고 있는 명확한 목표(KPI)를 가지고 데이터를 봐야 한다. 우리가 어느 정도 수치에 언제까지 도달하면 '만족'하는지 알지 못하면 데이터를 보는 것도 의미가 없다.

 또한 당연히 툴을 심어 놓는 것만이 끝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주기적으로 보고, 누군가는 정리해서 공유하고, 누군가는 정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누군가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투두(to-do)를 정리해야 한다. R&R이 정리되지 않으면 다들 '누군가 보겠지'하는 심정으로 미루어 아무도 보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미 충분히 좋다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아주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센드애니웨어에서 'AppSee'를 통해 처음 데이터를 접했을 때 의외의 곳에서 유저가 헤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선택하는 화면에서 'Select all' 버튼을 찾지 못하고 일일이 모든 사진을 선택하는 유저가 꽤 많았다. 매일 제품을 들여다보는 우리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틈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이 미뤄 짐작하여 나온 몇 가지 문장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Photo by Franki Chamaki on Unsplash

 반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연히'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도 그렇지 않은 근거리 인지 오류가 있다. 데이터를 먼저 본 후에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를 판단하자. 그리고 이미 뛰어난 팀원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괜찮은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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