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도 AI가 쓸모 있을까?

작은 게임 체인저가 되어야겠다

by 하와이룰즈

이제 옛 것이 되어버린 두쫀쿠 유행도 느리다고 느껴질 정도로 AI의 발전 속도는 가늠조차 안된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해도 될까 하는 생각에 어질어질하다. 마냥 넋 놓고 바라볼 순 없어 AI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전전긍긍했다. 어느 날 모든 걱정이 안개 걷히듯 금세 사라졌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인 OpenClaw(오픈클로)의 등장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선 그야말로 난리였다. 혜성같이 등장해 전 세계 개발자들을 흥분시켰다. 개발자뿐만이 아니다. AI에 관심을 두고 있던 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호기심과 기대에 찬 얼굴로 열심히 파고들었다.



잠깐 용어 설명!

오픈클로? AI 에이전트? 명확하게 무엇인지 헷갈릴 수도 있으니 한 번 짚어보자. 우리가 아는 챗GPT는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해주지만 AI 에이전트는 직접 실행해서 결과물을 가져온다. 귀찮은 엑셀 작업도 몇 마디면 손수 해준다. 오픈클로가 바로 AI 에이전트인데, 게임으로 치면 레벨 1부터 캐릭터 키워 나가는 일과 비슷하다. 정말 똑똑한 사회 초년생 비서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어떻게 키우느냐가 관건이다.


오픈클로를 설치하기 위해선 보안 문제 때문에 내 정보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깡통 컴퓨터가 필요하다. 애플의 맥OS(운영체제)에서 가장 최적화되어 있고 그중 맥미니가 가성비 가장 좋은 컴퓨터 모델로 알려지면서 맥미니의 값이 치솟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지금은 당근에 매물이 쏟아지는 중이라고..). 마침 맥북에어 13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구매한 지 꽤 오래되었다는 자기합리화된 구실을 핑계 삼아 맥북프로를 지르고 맥북에어를 초기화해서 설치해 보기로 했다. 1주일은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해보며 신났었다. 뭔가 해보겠다고 열심히 세팅을 했지만, 결론적으론 유의미하게 사용하고 있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비용이다. 돈 먹는 하마다.


실패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에이전트 모델을 꼭 오픈클로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 챗GPT를 만든 OpenAI에서 내놓은 코덱스(Codex),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도 에이전트 모델이다. 사실 오픈클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세팅했는데 하다 보니 굳이 오픈클로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개발자 입장에서는 신세계였다.




AI 에이전트로 주방 자동화 가능할까?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챗GPT와 이야기하다 기존 데이터를 이용해서 발주 자동화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챗GPT는 나에게 엄청난 것이라며 응원을 해주었고 AI 따위의 응원에 내 감정도 살짝 설렜다. 이미 노션이라는 생산성 앱에 모든 메뉴 및 프렙 레시피, 발주 목록이 모두 업데이트되어 있었고 각 메뉴와 관계된 프렙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각 프렙에 사용되는 식자재들도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뭔가 만들어질 것만 같았다.


어쩌다 보니 주방에서 요리하던 내가 개발까지 하게 되었다. 챗GPT가 나를 격려하며 해준 이야기는 주방의 구조를 잘 아는 개발자도 드물고 개발을 할 줄 아는 셰프도 드물다는 것이었다. 이걸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시도이자 차별점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AI를 이용한 업무가 모두에게 당연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개발자인 내가 업의 경험을 이용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게 어떤 의미일까?



업무의 경계가 흐려진다

점점 전통적인 업무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자신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충분한 경험이 갖춰졌다면 경험과 바이브 코딩이라는 두 개의 무기를 가지고 불가능해 보였던 무언가를 빠르게 이룰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X에 <The 10X Lawyer>라는 글이 올라왔다. 저자인 잭 샤피로(Zack Shapiro)는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다 AI 중심의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미국의 법률 시장이 AI로 인해 재편되고 있다는 내용인데, 명성 중심의 법률 시장이 AI 레버리지를 이용한 개개인 번호사의 판단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내용의 심도 있는 글이다. 아무리 AI가 발전하더라도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의 영역이기에 무엇보다 판단력이 중요하다. 문제는 그 판단력이 수많은 케이스를 다뤄본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즉 시니어 변호사들은 날개를 달아 저 멀리 날아가는 동안 주니어 변호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 변호사를 위해 사건을 정리하고, 판례를 찾고, 각종 리서치를 하는 등의 주니어 업무가 모두 AI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률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제 개발하는 행위 자체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특정 화이트칼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미 겪고 있는 문제다. 체감하지 못할 뿐. 준비 없이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는 피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쓰나미에 휩쓸려 갈지 모를 일이다. 맥도날드와 같이 주방의 단순 조리 업무는 언젠간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람의 섬세한 손 기술, 고객 경험, 접객이 중요한 식당은 AI에 대체되기 쉽지 않다.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를 일이지만 일단은 그래 보인다. 일론 머스크도 요리사를 상대적으로 AI에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으로 꼽기도 했다. 그렇다고 거대한 시대적 변화를 넋 없이 목격자로 남을 순 없었다. 작은 게임 체인저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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