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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ject One Oct 07. 2018

[Project One] 이직을 위한 이력서

HR 스타트업 종사자가 말하는 좋은 이력서의 조건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최소한 한 번쯤은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직을 하고자 할 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직이라는 주제의 특성상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물어보기에 무거운 주제이고, 대답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누군가의 이직, 경력에 대해 쉽게 조언을 해주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원티드'라는 채용 관련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인사/채용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본 주제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인사담당자나 헤드헌터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도 많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원티드 자체 채용에 대해서고 직접 이력서를 검토하고 사람을 뽑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조언을 해주게 되거나, 원티드에서 진행하는 온/오프라인 코칭을 하기도 하였다. 오늘은 다양한 자리에서 누군가와 나누었던 피드백과 팁들을 모아서 공유해 보고자 한다.


Part 1. 좋은 이력서 쓰는 법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보통 첫 번째로 준비하는 것이 이력서를 쓰는 일이니, Part 1에서 이력서에 대한 것부터 시작을 해보고자 한다.


대기업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관리자급이 되기 전까지 누군가의 이력서를 보고 평가할 기회는 없다. 누군가에게 내 이력서를 보여주는 것은 부끄럽다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친구와 동료의 이력서를 볼 기회도 흔지 않다.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많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이력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은 이력서인지 비교를 하긴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분명히 좋은 이력서는 존재한다.


이력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이력서를 쓸 수 있을까?


나와 회사의 간격을 좁혀주는 것이 이력서다

사람마다 이력서에 대한 정의는 너무나 다양하겠지만, 나는 위와 같은 그림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A)에 해당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사실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쌓아온 경력, 학력이나 역량 혹은 스킬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C)는 어떤 직무 경험이 있거나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는지에 대한 기업의 요구사항으로, 채용 공고를 보면 보통 자격 요건이나 우대 사항 등으로 적혀있다.


(A)와 (C)를 연결해주는 것이 (B)가 바로 이력서이다. 나 자신에 대한 내용(A)을 잘 정리하고 포장하여 기업의 요구사항(C)에 맞는 인재임을 어필하는 문서인 것이다.


(A)와 (C)는 개인이 바꿀 수 없다. 나 자신에 대한 사실인 (A)를 바꾸는 것은 거짓말이자 위조이다. 기업의 요구사항인 (C)는 지원자인 개인이 정할 수 없다. 하지만 (B)는 내 의도에 맞추어서, 기업의 요구사항에 맞추어서 조금씩 바꾸어 쓸 수 있다.


내 이력과 경력을 바꿀 수 없다고 가정했을 때, 다시 말해 추후에 새로운 경력과 이력을 쌓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직을 생각한다고 했을 때, (A)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력서도 지원할 때마다 매번 달라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업의 요구사항 (C)가 달라진다면 조금씩 의도를 가지고 이력서를 고쳐야 할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두산중공업에서 7년간 근무를 하면서 4.5년은 재무 업무를 하였고, 3.5년은 전략 업무를 하였다. 만약 내가 지망하는 포지션이 재무 직무라면 4.5년의 재무 경험을 더 상세하게 적고 재무 직무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갖춘 것으로 스스로를 포장해야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필자와 같이 경력 내에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명확히 다른 경우에 동일한 이력서를 가지고 재무 포지션이나 전략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하지만 7년 내내 재무 직무를 해오다가 재무 포지션에 지원한다면 굳이 지원할 때마다 이력서를 다시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력서 쓰기,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이력서가 무엇인지를 이해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써야 할 순서이다. 하지만 막상 쓰고자 하면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럴 때 많이 권해드리는 방법이 이력서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내용 (A)부터 적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그 요구 사항에 맞추어 나를 어떻게 잘 표현할지를 고민하지 말고 FACT에 해당하는 것부터 적기 시작하는 것이다. 양식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 보통 EXCEL을 활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은데, 본인은 이것을 Fact Sheet라고 부른다.


필자의 Fact Sheet 중 일부를 캡처하면 아래와 같다.

Fact Sheet 예시

일부만 캡처를 하다 보니 위에 생략된 정보도 많다. 실제로 저것의 2배 이상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대한 많이 상세한 내용을 준비해놓고 있어야지 잊어버릴 염려도 없고, Fact Sheet에서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이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사실 팀을 옮기거나 담당업무가 바뀌고, 이직을 하면 과거에 했던 업무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언젠가 필요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미리 상세히 기록해놓기를 권한다. 보통은 몇 달에 한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라고 권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몇 달에 한 번씩 Fact Sheet만 업데이트하는 편이다.

Fact Sheet는 미즈앙 플라스와 같다.

Fact Sheet과 이력서가 무슨 차이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Fact Sheet은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고 이력서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미즈 앙 플라스 (mise en place)"라는 말이 있다.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들을 요리 직전의 상태까지 미리 준비해놓는 것을 의미한다. Fact Sheet 역시가 이력서라는 요리에 있어서 "미즈 앙 플라스"의 역할을 한다.


Fact Sheet가 완성된 이후에는 자세히 적힌 Fact 위주의 정보를 잘 선별하고 포장하여 이력서의 형태로 만들어 나갈 차례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에 대한 정보들, 내가 어필하고 싶은 정보들 위주로 고르고 순서를 조정하고 더 좋은 표현을 찾아서 이력서 양식에 기입해나가면 된다.


이력서 양식은 뭐가 좋을까?

나 자신(A)에 해당하는 사실들을 잘 정리해놓았다고 해도, 다시 한번 많은 사람들이 막막함을 느낀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양식을 정해주었다면 거기에 맞추어서 하나씩 채워나가면 되니 오히려 쉽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력직 이직은 양식의 제한이 없는데,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어떤 양식이 좋은 양식이지?


자신만의 이력서 양식을 창조한다면 좋겠지만, 아주 많은 경험이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이 방법은 권해드리고 싶진 않다. 다른 많은 이력서를 참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간도 아끼고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이력서 양식”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결과가 나온다. 사람인, 잡코리아 같은 채용 플랫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필자가 근무하는 원티드에서도 좋은 양식을 제공한다.


좀 더 추천드리는 방법은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최근 1년 사이에 이직한 친한 친구들 중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친구한테 부탁을 하여 그 친구의 이력서를 받아보았다. 친한 사이니까 달라는데 부담도 없고, 최근에 가장 똑똑한 친구가 쓴 양식일 테니 템플릿이 엉망일 염려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그렇게 해서 받은 양식은 외국계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1 page의 영문이력서 양식이었는데,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필요도 없고 영어 실력도 자신이 없기에 이것을 한글로 바꾸어서 1 page 짜리 한글 이력서 양식을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완벽하게 카피하지는 말자.

이력서 양식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조언드리고 싶은 것은, 그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에게 맞추어서 양식을 수정하는 것이 무조건 필요한 작업이다. 예를 들어  가족사항이나 결혼 여부 등 개인 정보를 묻는 항목들을 과감히 삭제하는 것이 좋은데, 대부분의 회사는 그런 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병역 및 보훈 사항'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에 해당 사항이 없다면 이 역시 삭제하자. 위와 같은 방법처럼 기업에서 궁금해하지 않거나 내가 관련하여 적을만한 정보가 없거나 어필할 만한 정보가 아닐 경우에는 과감히 삭제하자. 주어진 양식에 없더라도 반드시 기업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이를 양식에 추가하자.

해당 사항이 없으면 적지 않으면 되는데 왜 굳이 양식을 수정하느냐고 생각할 텐데,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2가지이다. 첫 번째는 이력서를 작성하는 '성의'에 대한 문제인데, 이력서를 작성함에 있어 단순히 내용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템플릿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공을 들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가자의 입장에서 이력서를 보면 내용보다도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력서 양식임으로 인데, 이런 것까지 신경 써주는 것이 좋다. 사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주목도'이다. 앞서 거듭 언급했듯이 이력서에서는 내가 어필하고 싶은 강점들이 최대한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에게 불필요한 정보들이 가득 차 있는 양식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내가 드러내려고 하는 내 경력과 역량적인 장점들이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내 장점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정보들을 과감히 삭제하고 줄이는 작업을 하길 권해드린다.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이력서 작성법

이력서에 들어갈 내용 (Fact Sheet)도 정리했고, 이력서 양식도 정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적을 순서이다. 이력서는 내가 보는 글이 아니고,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글이고 내가 매력적인 지원자임을 보여줘야 하는 목적을 가진 글임을 항상 유념하자.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1. 성과 위주로 적고 성과에 대한 나의 기여도가 잘 드러나도록 적는다.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본인의 업무를 그대로 나열하는 것이다. 그냥 업무를 나열한다면 비슷한 업무를 해왔던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돋보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업무 내용을 적기보다는 그 업무의 결과로 얻어진 성과를 표현하고 그 성과에 내가 어떤 부분을 기여했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적어주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필자가 했던 업무 중 '인수 합병된 자회사의 PMI 업무'가 있는데, 이것을 그냥 적기보다는 '새롭게 인수한 회사의 조직별 R&R 세팅 및 전결 권한 원칙 수립을 통해 성공적인 PMI 및 조기 안정화에 기여함'이라고 정확하게 내가 했던 업무와 그로 인한 성과를 적는 편이 좋다.


성과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숫자이다. 숫자는 해당 업무를 모르는 누군가가 보아도 가장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작성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매출 성장에 기여, 새로운 고객 확보라는 표현보다는 '30% 성장, 100억 원의 매출, 50명의 신규 고객'과 같은 구체적인 표현으로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2. 내 장점이 잘 드러나도록 간결하게 적는다.

인사담당자가 누군가의 이력서를 처음으로 열어보고 스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이내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면접 기회를 가질만한 지원자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5분 이상의 시간을 쓰면서 고민하는 지원자는 극히 소수이다. 이력서가 몇 년의 경력을 녹여내서 적는 글이고 그 글을 작성하는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너무나 아쉽고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사담당자는 수많은 이력서를 동시에 검토하게 되고 개별 이력서에 쏟아줄 시간은 많지 않다.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감안하여  짧은 시간 안에 본인이 좋은 인재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기업에서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을 내용, 내 업무에서 굳이 어필할 필요가 없는 내용은 과감하게 삭제하는 편이 좋다. Fact Sheet에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이력서에 넣을 필요도 없고, 넣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내 경험과 경력을 한 줄이라도 더 적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적지 못한 내 장점들이 너무나 아쉽겠지만, 10가지를 나열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보다 5가지를 좀 더 자세하게 적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필자가 두산중공업 Treasurer팀에서 했던 업무를 Fact Sheet에는 15가지 항목으로 작성해놓았고, 이 중 원티드에 입사할 당시 적었던 항목은 5가지이다.


3. 남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적는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이력서뿐 아니라 글쓰기를 함에 있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해서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본인이 다니던 회사에서만 쓰던 전문용어나 약어를 잔뜩 넣는다면 해당 분야가 아닌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필자가 과거에 SKODA POWER라는 해외 자회사의 전략 담당자로 근무했는데, 그냥 SKODA POWER 전략 담당자라고 한다면 아무도 이해를 못할 것이다.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어느 나라에 있는 회사인지, 인원이 몇 명이고, 매출은 어느 정도가 되는 회사인지 간단하게라도 적어놓는다면 제삼자가 읽는데 도움이 된다.


단순히 전문용어나 약어를 피해서 정보가 파악 가능하도록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왕이면 짧은 시간 내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문장을 간결하게 적고 여러 번 읽어보면서 가다듬는 것이 좋다.


더 좋은 이력서는 무엇일까?

서두에서 말했듯이 더 좋은 이력서는 존재하고, 이를 위해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필자가 생각하는 더 좋은 이력서의 요건에 대해, 위의 글에 근거하여 아래와 같이 표 형태로 정리해보았다.

나쁜 이력서 vs. 좋은 이력서

누군가에게 코칭을 해줄 때, 평가자로서 이력서를 리뷰할 때 생각했던 좋은 이력서의 요건과 작성법 중 대부분을 본 글에서 소화한 것 같다. 막상 이 글을 적은 이후에 필자 본인의 이력서를 열어보니 부족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남들에게 조언하기에 앞서 나부터도 먼저 좋은 이력서를 적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좋은 이력서를 쓰는 법에 대한 Part 1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글인 Part 2에서는 이력서 외에 다른 이직 관련 고민들에 대해서 써볼 예정이다.


(Part 2. 커리어에 대한 고민에서 계속)




Written by 백승엽

Edited by 김왕수, 조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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