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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플백 Oct 27. 2020

요리는 나를 챙기고 대접하는 방법

이선용 셰프와 10문 10답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뉴욕 월가의 금융 전문가에서,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요리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습니다. ‘1인 가구 매일 한 끼 집밥 먹기' 프로젝트의 매니저이기도 한 이선용 셰프인데요.


10문 10답을 통해 그의 직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Q.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드려요. 


합정동에서 함께 요리하고, 만든 요리를 나누는 소셜 레스토랑 ‘목금토식탁’을 운영하는 이선용입니다. 


Q. 뉴욕 월가에서 금융 전문가로 일하다가 요리사로 전향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그 이전에는 특별한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어요. 2008년쯤 미국 금융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죠. 일하는 환경도,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어요. 저도 그때 처음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죠. 


당시에 제가 요리하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요리사가 되면 지금처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니까요(웃음). 그런 마음으로 요리학교에 등록했어요.


Q. 일을 하면서 요리를 배우셨는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일이 전처럼 많지는 않았어요. ‘아 이때다!’라고 생각해서(웃음) 요리 학교 야간반을 등록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요리를 배웠어요. 방학 포함해서 거의 1년 정도 그런 생활을 지속했던 것 같아요.


(보통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일과 병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후회하셨던 적은 없으셨나요?)


첫 일주일은 집에 와서 샤워도 못 하고 뻗어서 잤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수업은 6시간 정도인데, 설명도, 요리도 서서 듣고 해야 하니까 30분도 앉아서 쉬지를 못하거든요. 그런데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요리의 열기 때문에 땀띠가 난 적도 있었는데, 그것도 괜히 뿌듯했어요. 정말 단 하루도 후회한 적이 없었어요. 요리 학교가 5시 45분부터 시작이었는데, 퇴근 시간인 5시만 되면 바로 “See you tomorrow!(내일 봐!)”하고 사무실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Q. 요리 학교를 마치고 바로 요리사로 일하기 시작했나요? 요리사로 전환했을 때의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요리학교가 끝날 무렵에 상사에게 그만둔다고 했더니, 주 20시간만 근무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저도 학교에서 배우기만 했을 뿐, 실제 일과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 제안을 받았죠. 주 3일은 회사에서, 주 4일은 레스토랑에서 6개월가량 일했어요. 그때가 육체적으로는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아무래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테스트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던 거 같아요.


그 뒤에는 남편이 머물던 워싱턴 DC로 갔어요. DC에서는 요리사가 아니라 소믈리에로 일했어요. 주방은 이미 경험했으니,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또 제가 와인을 좋아하기도 해서요. 


커리어 전환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는 누구를 막론하고 “나 금융인이었는데 지금은 요리해"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반응을 하고, 미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왜 더 빨리 요리를 안하고 시간 낭비를 했어?”라고 반응하거든요.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가 은행을 그만둔다고 할 때도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거 같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요리학교를 등록한 거예요.
진짜 요리사가 되기 위한 곳이었기 때문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등록을 했죠. 



Q. 목금토 식탁은 일주일 중 ‘목금토’만 운영하잖아요. 이렇게 결정한 계기가 궁금해요. 그리고 남은 4일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목금토 식탁을 열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웃음). 20대, 30대를 지나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뭘까?’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래 했어요. 돈을 많이 벌어, 그 돈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 무언가를 사는/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죠. 돈 버는 행위 자체가 행복하다면 돈을 좀 덜 벌어도 이미 행복을 추구하는 게 되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요리사가 되었어요. 


목금토 식탁을 운영하면서는 시간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매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손익 계산을 해보니 고용은 어렵겠고, 혼자 이 노동 강도를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아무리 순간이 즐겁더라도 결국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도요. 그래서 목금토만 열기로 한 거죠. 


나머지 4일은 주로 쉬는 편이에요. 이 시간에 친구를 만나거나 도자기 공방에 가서 식탁에서 쓸 그릇을 만들기도 해요. 



Q. 1인 가구들의 집밥 프로젝트를 개설하면서 처음 기대했던 것과 비슷한 점, 또는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췄고, 그래서 제목도 ‘1인 가구 매일 한 끼 집밥먹기’로 정했거든요. 요리를 전혀 못 하는 청년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요리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거였어요.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보니, 1인 가구보다 주부나 가족 구성원 모두 일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코로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급식으로 해결하던 아이들의 점심도 무조건 해야 하고요. 재택근무로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는 분들도 늘었고요. 메뉴나 요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젝트가 되고 있습니다. 


Q. 멤버들과 인증을 실천하며 느낀점, 혹은 기억에 남는 인증글이 있으신가요?


한 멤버에 국한되는 건 아니고, 아팠다고 소식을 전하는 글들이 기억에 남아요. 체했다며 흰죽 사진을 올리거나, 어딘가 아파서 이렇게 먹는다며 인증글을 올릴 때, 먹는 것과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요. 


또 인증글을 보면 꾸준히 요리에 흥미를 갖는 분도 발견하게 되고, 요리가 주는 일상의 의미를 찾는 분들도 계셔서 보람을 느껴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멤버분들에게 다른 사람을 먹이려는 것보다 내가 내 몸을 챙기고, 아주 쉽게 나를 대접하는 게 요리라는 점을 굉장히 강조했거든요. 그 취지에 공감하고 직접 실천하는 멤버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Q. 일할 때 또는 집에서 쉴 때 자기만의 하루 루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특별한 루틴은 없어요. 굳이 꼽아보자면 자기 전에 항상 미국 정치 코미디 유튜브를 듣다 잠드는 정도?(웃음)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커피 물을 끓이는 것도 일종의 루틴인 것 같아요. 일어나자마자 남편과 함께 커피와 차를 한 잔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Q. 요리사로서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과제, 혹은 우리 모두가 어떤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진행하는 집밥 프로젝트는 미시적인 부분이에요. 스스로에게 초점을 맞춰서 나를 위해 요리하고, 챙기고 대접하는 행위죠. 그런데 나를 위한 요리도 하다 보면 점점 시야가 넓어져요. 예를 들어 재료 하나를 고르더라도 ‘왜 이게 저 야채보다 싱싱하지?’라는 의문이 들거고, 달걀도 2천 원부터 6천 원까지 정말 갖가지 브랜드와 종류를 보게 되잖아요. 그럼 ‘왜 3배나 가격 차이가 나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달걀이 생산되는 환경과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 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집밥 프로젝트 멤버분들도 요리하는 습관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확장될 거라고 믿어요. 저도 그렇게 된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고요.


결국 오늘날 겪는 문제들이
내가 밥상에 올릴 재료를 고르는 것
하나로부터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 하나하나에 신경쓰면서
지구를 생각하는 움직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멤버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다들 감사하게도 정말 열심히 하세요. 질문도 많이 주시고, 꾸준히 열심히 참여해주실 거라 믿어요. 아직 한 번도 인증 안 하신 분들도 계세요. 아마 인증을 안 했을 뿐이지 그분들도 한두 번쯤은 집밥을 드셨을 거예요. 그걸 뭔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드시면서 인증도 한 번쯤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이선용 셰프는 “요리는 내가 나를 챙기고 대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각양각색의 집밥과 요리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1인 가구 매일 한 끼 집밥먹기’ 프로젝트로 놀러오세요 :)


목금토 식탁의 이선용 셰프가 알려주는 영상 레시피는, 카카오임팩트 유튜브 채널의 레시피 재생목록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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