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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준철 Dec 14. 2016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읽어 봤으면 하는 이야기

'수단으로써의 창업'과 '목적으로서의 창업'을 구분하자.


‘수단으로써의 창업’과 ‘목표로서의 창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수단으로써의 창업' - 본인이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다양한 수단을 찾아봤으나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해서 직접 회사를 설립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


'목표로서의 창업' - 낮은 경제성장률로 인해서 투자여력이 줄어든 대기업의 채용 수요가 낮아진 가운데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기 위해 또는 정부로부터 지원되는 자금을 받기 위해서 창업 자체를 목표로 창업을 하는 것 


지금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나는 과연 이 두 가지 창업 중에 어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단으로써의 창업'을 택하여 사업을 시작한 경우 이미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본 후 마지막 수단으로써 창업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 담대히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면 '목표로서의 창업'을 택하여 사업을 시작한 경우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 언제든 후퇴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장이 되는 것이 목표' 였기에, '대회 수상이나 정부지원금 타기가 목표' 였기에 이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 사업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아무런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창업자의 삶이 화려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미디어는 성공한 사람들의 결과만 보여주지 과정을 다루지 않는다. 


창업자의 삶이 화려해 보이게끔 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마도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서 다루어지는 창업자들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다루어지는 창업자들의 사업현황을 보면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회원 유치'에 성공해서 인지도를 쌓게 된 상태이거나,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서 '투자유치'에 성공해서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 경우가 많다. 


이 두 가지는 모두 회사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의 일부분이기에 사실은 크게 조명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는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이 '사업을 성공시킨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킬 만큼 투자유치를 해낸 것에 대해서 크게 조명하고, 그 투자유치를 해내기까지 힘들었던 과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직 투자유치를 받을 만큼의 여력이 되지 않거나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대부분의 창업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사회가 말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성공했다 말하려면 창업자는 M&A를 통해서 Exit을 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 회사를 키워서 전문경영인에게 대리 경영을 맡기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기 전 까지는 온전히 '성공했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언제든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사업이 망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고, 창업자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한 그 현실과 항상 맞서 싸우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마다 오른 각자의 창업 길에서 가고자 하는 지점들에 대한 마일스톤을 촘촘히 세우는 것을 통해서 소소한 성공들을 인식하고 성취하게 만드는 것이 스스로 성취감을 만들어내고 그 성취감에서 오는 보상으로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몇 년간 왕따 당할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 소주제에 대해서 써 내려가기 전에 현재 창업 전선에 있는 친구들에게 후배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재능과 기술을 사고파는 서비스 숨고(Soomgo)'의 공동창업자인 강지호 이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서 고생을 하겠다는 창업자들에게 응원을 해주기보다는 이런 이유로 안될 거고 저런 이유로 안될 거고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창업자가 정신적인 여유가 있거나 자기 확신이 강할 때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크게 영향을 안 받지만 만약 정신적인 여유가 없을 때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약해져서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많이 뺏기기도 한다. 가까운 곳에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없다고 보는 것이 한국사회의 환경인 것 같다

수많은 위험들을 감수해야 하는 위치,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패망, 성공과 재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방법 중에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과 같은 보증기관을 통해서 발행된 보증서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일으키는 것인데 과거에는 이 대출에 대해서 만약 회사가 망해서 갚지 못할 경우에 창업자 개인이 해당 금액에 대해서 대신 갚아야 하는 '연대보증' 때문에 '신용불량자'들이 많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서 금융권 거래를 제한받아 재기를 하지 못하는 기업인들이 많았다. 


지난 몇 년간 정부가 '연대보증을 없애겠다'라고 발표하면서 당장은 표면적으로 '연대보증'이 사라진 것처럼 되어 있지만 최근 스타트업 포럼에 제보된 내용을 보면 회사가 망해서 청산을 해야 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출은행에 대위변제를 하고 채권을 가져온 후 채권자로서 은행연합회에 신용불량 통보를 한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연대보증이 없어진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신용불량 통보를 통해서 창업자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동일하다. 


이렇듯 창업자는 회사를 하면서 조직을 위해서 자신의 개인 신용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모아놓았던 돈을 회사에 넣거나,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인간관계를 통한 부탁 등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다 끌어모아서 '성장' 혹은 '생명연장'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위치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온전히 홀로 부담해야 하는 외로운 위치라는 점에서 겉으로 보이기에 화려해 보인다고 해서 선택할만한 만만한 위치가 아니다.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해라.


'같이 가면 멀리 간다'라는 문장을 어느 송년회 건배사 자리에서 들은 것 같다.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창업자가 해내야 하는 일들과 겪어야 하는 일들은 참 많고 다양하다. 이 모든 일들을 창업자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면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와 고독감으로 인해서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옥불이라도 같이 뛰어들 사람을 구해라'라는 표현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틀렸고 안될 것이라고 조롱받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서 큰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오지 못하더라도 하나하나 단계별로 밟아 올라가서 성장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파트너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온오프믹스를 함께 창업하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믿어준 이상규 부사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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