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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우 Sep 10. 2018

'인내', 꽃은 저마다 다른 시기에 개화한다

근거 없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글을 쓰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웹소설 작가로 인정받기 위해 이제 막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 초보 작가다. 그렇다 보니 친구로서 걱정되는 것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그 친구는 편독을 하는 터라 오직 재미 위주로만 글을 읽고, 그 외에 작가로서 글을 쓰기 위한 배경지식 등이 결여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작가들은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논문을 찾아보거나 관련 문헌까지 살펴본다고 하는데, 이 녀석은 그런 것은 하나도 없이 바로 펜부터 잡았다. 


아무리 판타지라고는 해도 문학성이 결여된 작품은 독자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나도 소설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세계관, 개연성, 인물 간의 관계 등은 정말 중요한데, 내 친구의 글에는 그런 것들이 결여되어 있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는 글쓰기를 접었다. 


친구가 글을 접은 이유는 반응이 없어서다. 애초에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은 무명 상태에서 반응을 바라는 것도 과욕이지만, 상업 웹소설 작가로 살아가려면 팔리는 글을 써야 하지, 작가의 욕심으로 가득한 글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팔리는 글에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개성을 겸하는 글을 쓰면 반응은 온다. 이건 말로 하니까 쉽게 적을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딜 가나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나도 크리에이터나 해볼까?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를 하려 한다. 그리고, 접는 사람도 많다. 유튜버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누구나 할 수 있고, 기획이나 콘텐츠 작성 같은 일도 모두 혼자 하기 때문에 제약이 없고 자유롭다. 이러한 장점 덕에 많은 이들이 유튜버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도중에 포기하기에 이른다.


왜일까? 자신의 영상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감,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창작하는 어떤 일이든 다 그렇다. 내가 쓴 글, 영상, 음악이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착각을 하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이 오게 되면 접게 된다.


저마다 꽃 피우는 계절이 있다
 

내 친구는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조회수가 나오지 않고 있어 우울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친구가 가진 정말 큰 문제점은 글보다도 자존감이었다. 자신의 글이 다른 사람의 글보다 높은 조회수를 얻지 못해 내 글은 가치 없고 재미없는 글이라고 자기가 쓴 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제야 새싹이 나고 있는 어린 생명을 꺾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르기에 조마조마했다. 지금이야 본인이 스스로 타협하고 글을 접었으니까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글을 한 창 쓰고 있었을 당시라면 아무 말도 안 했을 것이다.


당신이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도 웹소설을 간간히 쓰고 있지만, 조회수가 나오지 않고 있고, 구독자도 정말 적은 편이라 그것에 대해 여러 차례 고민도 해보고 해서 충분히 공감하고는 있지만 어지간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 하고 있다. 조회수라는 숫자놀음에 매달리다가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재미와 같은 중요한 것을 놓쳐버릴지도 모르니까.


이름이 알려진 작가, 유튜버 같은 사람들을 보면, 전부 작게 시작한다. 나는 브런치에 내 글을 올리는 것이 시작이다. 모든 유튜버와 브런치 작가는 구독자가 0명인 상태로 시작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제로다. 그렇게 차근차근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작가라면 조회수와 같은 숫자놀음에 신경 써야 할 시점이 아니라, 글을 쓰고 성실하게 발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정작 글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 글을 좋아해 주고 호응해주고 사이트의 메인에 게시돼서 조회수가 올라간다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글쓰기 자체에 집중할 수 없다. 조회수와 호응은 내가 글을 쓰기 때문에 오는 것이지 그것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회수는 보수 같은 것이어서 글을 쓰면 알아서 따라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 인생에는 때로는 하는 일이 안 풀리고, 우울증이 오고, 자존감이 추락하는 등, 마치 겨울이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시기를 이겨내면 봄이 온다. 아니, 이겨낼 필요가 없다. 이겨낸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하다 보면 언젠가 봄이 온다. 난 지금 겨울을 나고 있다. 일은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취직에는 번번이 떨어진다. 하지만 난 그런 일들에 흔들리지 않고 하던 일을 묵묵히 하고자 한다. 고민을 많이 하곤 하지만, 고민만 해서는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봄에 피우지 못한 꽃은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개화할 수 있고, 그때만 개화하는 꽃도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품이, 인생이, 봄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계절에도 피울 수 없다는 법은 없다. 누군가는 어린 나이에, 누군가는 노년 시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때를 기다리고 우직하게 나아가다 보면, 꽃을 피울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봄이 오도록 성공하는 비결이 아니라, 겨울이 지나가도록 실패를 흘려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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