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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우 Oct 02. 2019

'증명', 당신은 틀렸습니다

언제까지 과거만 찾을 것인가


윌리엄 H. 맥레이븐의 <침대부터 정리하라>라는 책을 자기 전에 읽고 있는데, 자기 계발서를 쓰는 저자들과 꿈의 장벽으로 존재하는 어른들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말하는 바는 둘이 비슷할지 몰라도 말에서 나타나는 시제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해서 무언가를 이루어낼 것이 이라는 것보다는 과거에 내가 잘 나갔고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만 한다. 과거만 이야기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에피소드 중에는 저자가 훈련을 받고 있을 무렵, 훈련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자 교관으로부터 장교가 될 자질이 없다고 들었고, 그 대가로 서커스(과외로 진행되는 두 시간짜리 맨몸 운동이라고 한다.)를 여러 번 거치면서 나중에는 1등으로 훈련에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어본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굳건히 나아가라"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해석하였으나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그런 것보다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었다.


또 떨어졌다.


또 떨어졌다. 난 또 내가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지 못했다. 중견도 아니고 대기업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좀 괜찮은 중소기업으로 입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기업에서 보내오는 탈락 이메일은 또다시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이런 걸보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던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전을 하고 꿈을 꿈으로써 겪는 고통이니까.


이미 작은 중소기업을 여러 차례 겪고 이번에는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제대로 된 기업에 가보자는 마음으로 공부하면서 쉬고 있는 것인데, 역시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에는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으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물론, 내가 그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는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지 않고 가능성으로 남아버리면, 결국 사라진다.


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야


지금 내 자존감은 끝없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아무도 써줄 것 같지 않으며, 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나 스스로가 너무 밉기도 하다. 내가 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고작 이 정도가 한계라는 생각과 다른 사람에 대한 열등의식이 점점 나를 옥죄어 온다.


자신에 대해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해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꿈과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간다.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꿈과도 멀어지고 자존감도 바닥 친다. 그게 설령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렇다고 해도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은 분명 나온다. 그걸 어떻게 핸들링할 것인가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꿈을 따라가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라


윌리엄은 이미 자신에 대해 틀렸다고 진단을 내린 교관에게 당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했기에 장군이라는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실제로 저자는 담당 교관으로부터 장교로서의 자질이 없으니 포기를 하라고 종용받았다고 한다. 난 서류심사와 면접에서 많이 떨어졌다. 나를 평가해야 하는 상대방은 어떻게든 내 자질을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게 내린 결론이 지금의 당신은 틀렸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관점을 바꿔보면, 내게 틀렸다는 판정을 내린 그들에게 내가 가진 능력은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수학을 풀면서 증명이라는 것을 하기도 하고 때 때로 상대방의 주장이 잘못되었을 때는 그가 틀렸다는 근거를 찾아 제시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승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


현실적으로 나를 평가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음을 증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 틀렸다고 주장하면 기분이 안 나쁠 사람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가는 블랙리스트로 찍혀 낙인이 남게 될 수도 있다. 어른들이란 무서운 존재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행위를 했을 때, 업계에 소문을 퍼트려 그 사람을 배척하는 행위는 비단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어른도 하는 못돼 먹은 행위 중 하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안 그런 어른들이 더 많지만, 그런 사람도 간혹 가다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에서조차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 사회생활을 간접 체험하는 게임에서는 순간 말 한번 잘못하는 바람에 상사가 업계에 소문을 퍼트려 다시금 입사 지원할 때 매번 서류심사에 탈락하는 엔딩을 맞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 내린 결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를 평가하는 사람은 잘못 건드려서는 안 되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최대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증명하는 방법이 무엇 일지를 고민해보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고민해봐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마냥 자존감이 하락했다고 해서 자포자기하지 말고, 상대방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을 고민해보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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