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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우 Oct 11. 2019

'직업', 그저, 상상했으니까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우리는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꿈이 무엇이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을 것이고 나 또한 그래 왔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똑같이 되물은 적도 많다. 사실 이러한 질문은 아무런 의도한 바 없이 그저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것일 수도 있지만, 질문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왠지 꿈을 가져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에 빠지게 된다.


꿈은 스스로 가지는 것이다


꿈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많은 책과 매체에서 꿈을 가지라고 말하며 꿈이야 말로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건 맞는 말이다. 꿈이 있으면 도전할 수 있고 설렘이 있으며 실패의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나는 꿈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꿈이 없다고 해서 꼭 꿈을 가지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그 사람에게 잔소리로 다가갈 가능성이 크다.


꿈이란 누군가가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상상하며 계획하는, 명사가 아닌 동사다. 그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연장자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강박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 꿈이란 절대 수동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꿈을 가지라고 할 것이 아니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다.


꿈은 직업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


어리면 어릴수록 경험과 지식이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눈으로 보고 멋있거나 흥미로울 것 같은 일들을 말하곤 한다. 어른들은 그런 대답에 실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직업을 가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며 내게 겁을 주고는 했다.


우리는 대체로 꿈이라는 것에 대해 '무엇을 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라는 결과보다는 직업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러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의사가 돼서 아픈 환자들을 보살필 거야.' 라기보단 그냥 왠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의사가 좋다고 하기도 하고 보람도 있을 것 같으니 의사가 되고 싶은 것으로 점점 변하게 된다.


점점 작아지는 꿈


꿈의 크기가 나이와 반비례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가고 있는 방향이 우려스럽다. 아이들과 청년세대는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미래. 사명감과 직업의식보다는 돈과 안정성만을 보고 따라가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나도 나이를 먹다 보니 마냥 아이들처럼 이상 속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꿈을 놓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꿈이 없고 도전이 없으면 삶이 설레지 않다. 미래는 모르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다. 영화를 스포일러 하면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왜 인생에 관해서는 점까지 보면서 미래를 알 수 있길 바라는 것인가.


최근 동영상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아이들의 꿈이 크리에이터나 개인 방송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크리에이터가 그저 돈만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서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겸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지만. 취미가 일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직 그들은 모른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니 그저 해보도록 내버려 두자.


나, 이거 해볼래!


어린 시절에는 신기한 것들이 참 많았다. 버스 정지 버튼도 눌러보고 싶고 무거운 것도 들어보고 싶고 부모님과 비 오는 날에 나갈 때면, 그 작은 키로 우산을 들겠다며 난리를 치거나, 지하철에서 표를 뽑거나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개촬구를 지나갈 때면 그게 어찌나 하고 싶었는지 칭얼대자 부모님은 난감을 표정을 지으며 나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카드를 손에 쥐어주고는 했다. 어릴 때는 그렇게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음에도, 커가면 커갈수록 시시함을 느끼고 경험이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든다. 우리는 왜 어릴 때처럼 하고 싶은 것이 많지 않은 걸까?


꿈에 대해 고민하고 상상하려면 경험뿐만 아니라 흥미가 있어야 한다. 사실 경험 같은 건 없어도 된다. 경험하지 않으면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지만, 꿈을 꿀 수 있는 필수요소라고 보긴 어렵다. 도리어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곤 한다.


그저, 상상했으니까


어릴 때 우리가 의사나 소방관, 과학자와 같은 직업들을 경험해보지 않고 막연하게 꿈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건 상상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는 무대에 서서 관중에게 환호받는 모습, 누군가는 의사가 되어 환자를 진료하며 보람을 느끼는 모습, 상상하는 것은 제각기 다르지만, 어릴 때 우리는 현실에 치이지 않고 상상할 수 있었다. 그게 꿈을 막연하게라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이다. 꿈이 없으면 상상하지 않는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시간에 몸을 맡겨 살아가게 된다. 그저 상상한다.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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