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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우 Oct 13. 2019

'회고', 수고했어!

지금까지 난 뭘 했지?


난 고등학교 때부터 개발을 시작해서 지금 7-8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성과는 없다. 취업에는 번번이 낙방한다. 거의 매일 같이 개발을 접어야 하나 고민한다.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 도전을 했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자존감이 끝없이 추락하는 것은 버티기 힘들다. 시간은 흘렀음에도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럴 때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해보자 마음 잡아보기도 하지만, 다시금 취업에 낙방하고 나면 또다시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 지금까지 난 뭘 했지?


성과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한 걸까?


2019년, 여태껏 살아오면서 가장 바쁘게 살아온 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름 3개의 자격증에 도전했고(다 붙은 것은 아니다), 잠시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글 쓰기를 다시 시작했으며, 다니던 대학을 졸업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쨌든 도전했다. 거짓말일까? 증명하지 못하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든 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난 도전했으니까. 비록, 대단한 성과는 없지만.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다.


사회에서는 성과가 없으면 도태된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월급만 받아먹으면서 정작 도움이 되는 실적이 없다면 회사의 입장에서 그 사람과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를 가더라도 성과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를 쭉 돌아보면, 이 나이를 먹도록 진짜 뭐했지? 생각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스스로도 돌이켜보니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서 말이다.


집에 있으면 놀고먹는 걸까


집에만 있으면, 취업준비를 하고 있으면, 대부분 놀고먹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취준생으로서 몸은 그렇게 힘들지 않지만, 정작 마음속으로 스트레스받으며 하루하루를 욕과 함께 끝마무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했을까? 성과가 없다고, 이룬 게 없다고 정말 자신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실은 무언가에 도전하고 노력했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그저 겉으로 보이기에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당근도 줘야 하는 법이다. 우리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하기는 했다. 단지 그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도전이라는 것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물론 그에 따른 성과는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필수는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이야기할 필요 없다. 
이는 마음가짐의 문제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 없다. 
나 자신이 도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했다


자신이 도전했다는 그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했다'가 된다.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일이다. 간혹 우리는 무언가를 하기는 했어도 남들 다 하는 것이라서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생의 과반수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한 것에 대해 남들도 다 하는 것이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자신을 돌아보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을까? 대학에서 공부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으며 졸업을 하고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펼쳐보며 낙방했다는 사실에 자존감이 떨어진 채로 스트레스받으며 이를 갈면서 하루를 끝내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한 번쯤 거울보고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성과가 없다고 해서 그런 말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 남들이 다 한 것이라고 해서 자신이 한 도전이 가치 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수고했어!


취업준비생, 재수생, 고시생, 그리고 무언가를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는 수많은 친구들, 그리고 나까지! 우린 단순히 집에서 그저 놀고먹으며 부모님에게 밥이나 얻어먹는 식충이 생활이나 하려고 무언가를 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라고 계속 집에만 있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주위 어른들의 잔소리는 흘려버리고 우리는 나아가면 된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마치 어린 시절 공부하다가 잠깐 쉴 겸 다른 것을 하려니까 놀기만 하고 공부는 안 한다고 잔소리하는 부모님처럼,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저 집에서 놀고먹는 줄만 안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민하고, 경쟁하고, 공부하고, 움직이고 있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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