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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n 24. 2024

평범한 오늘을 특별하게 만드는, 친밀한 드라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2023), 정덕현>

드라마덕후로 관심 있던 작품이 시작하면 챙겨하는 행동이 있다. 정보 검색하기!


홍보용으로 배포된 기사 말고, 제작발표회 내용을 정리한 기사나 작품에 대한 감독, 작가, 배우 등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드라마 기획의도와 인물 상세 설명을 읽으며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유추해 본다.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떻게 요리하는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는 것처럼, 드라마를 풍성히 즐기기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를 자세히 살펴 놓는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난 후에도 기사를 찾아본다. 드라마가 방영되면 매 회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언론사 기자가 썼다는 기사 대부분이 단순한 줄거리 요약에 그칠 때가 많다. 무미건조한, 형식적인, 오늘치 할당량을 채운듯한 기사에 클릭 수를 보탤 이유가 없다.


나는 정덕현 평론가가 쓴 기사를 찾아 읽는다. 그의 글은 다르다. 
드라마에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매 회 시청자가 느끼고 생각할 지점이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러한 '지점'을 기가 막히게 찾아 풀어준다. 2시간 안에 몰아치는 영화와 다르게, 드라마는 매회 촘촘히 서사를 쌓기 때문에 감정선을 이해하려면 한 회도 놓쳐선 안되며, 60분가량의 시간을 몰입해서 봐야만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의심했다. 이 드라마들을 정말로 다 보고 썼을까 하고.


코로나 19로 약속을 잡을 수 없었던 2년간 나는 당시 방영한 (거의) 모든 드라마를 보고 대사를 손글씨로 옮겨가며 글을 쓴 적이 있다. 작품 하나당 한 편 정도 썼음에도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드라마를 보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희로애락이 폭발하는, 온갖 인간의 군상이 얽혀 있는 이야기는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덕현 평론가는 꾸준히 글을 써 왔고, 그 안에는 언제나 시청자가 놓쳐선 안 되는 이야기의 지점이 존재했으며, 그렇게 찾은 메시지를 그만이 가진 시선으로 풀어내어 '우리' 이야기가 되게 해 주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아는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하는 글에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김은숙 작가는 정덕현 평론가의 신작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에 “노잼, 존잼. 단 두 단어면 드라마가 평론되는 이때, 그의 글에 빚지지 않은 작가가 없다”라고 추천사를 썼다. 드라마를 매개체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감독, 작가, 배우의 응집된 마음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고 있다고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드라마 속 주제를 일상으로 가져오는 노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취향을 설명하는 표현이 부족한 요즘에 의미 있게 다가온다. ‘느껴지는 감정(Just feeling)‘, 좋고 싫음이 취향을 표현하는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직관적인 감정을 공유하여 공감하며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진정한 존중에 닿기 위해서는 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나는 이것이 '문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덕현 평론가의 문장에는 이러한 풀어내는 노력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감정과 생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정덕현 평론가가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길 좋아한다. 좋다고 느낀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하거나, 별로라고 생각한 부분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전환도 맞는다. 그가 쓴 글을 읽고 드라마를 보면 훨씬 재미있어지는 이유다.


“다시 말하면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리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 …. 비평을 읽고 가치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비평이란 이름에 값하지 못한 것입니다(<리뷰 잘 쓰는 법(2018, 가와사키쇼헤이, 유유 출판사>중 에서).”


꽤 날카롭게 드라마를 파헤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사람이 보인다고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세상을 향한 희망이 담겨 있다. 이러한 따스함은  이번 신작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에도 많이 묻어 있다.


 ’모든 것을 잃은 나조차도 사랑할 수 있는 나 자신, 그게 마인(mein)‘이라던  드라마 <마인>  속 대사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 보내는 요가매트 위 1시간을 닮았고, 먼저 떠난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과거로 시간을 돌이키는 추억의 음악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생각나게 하며,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고 말하던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통해서 연봉에 담을 수 없는 존재가 지닌 가치를 상기시켰고, 예쁜 이름을 붙여주어 키우고 있는 아보카도가 보여주는 성장 스토리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닮았다.


친밀한 드라마. 이를 공통분모로 두고 있어 그런가 그의 일상이 그리 사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접하는 드라마가 어떻게 평범한 오늘 하루를 조금 특별하게 보게 하는 통로가 되어 주는지 알게 되는 기쁨 속에 소소한 감동을 누렸다.


이 책을 읽을 때 목차에서 시청한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를 표시한 뒤, 구분해서 읽어보는 것도 책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본 드라마라면 봤을 당시 어떤 점이 좋았는지 생각하며 읽을 때 드라마를 다른 방향으로 체험해 볼 수 있고, 보지 않은 드라마라면 이야기를 즐길 시청 포인트를 얻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드라마가 아닌 삶이 어디 있을까요?’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는, 당신과 나의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책이 될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하였으나, 주관적인 생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출판사로부터 신작을 읽고 글을 써달라고 했을 때, 팬심으로 기뻤습니다!  같은 드라마를 보고 나는 왜 이렇게 쓰지 못할까 하며 필력을 샘내긴 했지만, 제가 쓴 글도 언젠가 읽는 분의 삶을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담을 수 있길, 소망해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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