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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샘 Oct 21. 2020

배구... 꼭 해야 하나요?

안 할 수 있다면 격하게 안 하고 싶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전 학교는 학교가 좀 큰 학교였던 만큼 교직원 수도 많아 의무적으로 배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종종 구경이라도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선수 수가 부족하진 않았기에 그냥 웃고 말아도 딱히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작은 학교에 가니 그냥 웃고 말 수가 없었다. 선수가 부족하니 무조건 해야만 했다.


교대 다니면서도 체육시간에 혹은 교생실습 때나 해봤지 별로 경험이 없었던 터라 걱정이 되었다. 아주 가끔 하니 할 때마다 멍이 들던 손목도 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와야 한다는 단호한 말에 고개를 저을 수가 없었다. 매주 수요일,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등 떠밀리 듯 들어간 체육관에서 나는 항상 안절부절못하며 서있곤 했다.


작은 학교에서 기간제 할 때,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이 배구를 참 좋아하셨다. 허리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실 정도로 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다. 우리는 종종 주변의 작은 다섯 학교와 경쟁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교장 선생님의 점점 굳어지는 얼굴을 보기가 힘이 들었다. 즐거운 운동 시간이라기보다 야단맞으러 모이는 자리 같아서.

그리고 그날은 늘 회식을 해야 했다. 경쟁에서 진 우리는 패잔병이 되어 "오늘은 술 한잔 해야겠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건네주시는 술 한잔을 빼지 않고 받아 마시며 교장선생님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 드려야 했다. 심지어 교장선생님의 주량은... 어후... 그날은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할 수 없는 날이 되곤 했다. 내 주량도 그리 약하진 않은데...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 중 배구를 가르치는 분이 계셨다.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았다. 스파이크는 얼마나 강력하던지. 저거 받으려 했다간 골로 가겠구나 싶었다. 순간의 욕심으로 행여 받으려 하다 얼굴에라도 맞는다면? 오금이 저린다는 말이 딱 알맞은 표현 이리라. 고등학교 때 정면으로 날아오는 농구공을 얼굴로 받아버렸던 기억이 떠오르니 더 겁이 났다.


그런데 좋지 않게도 내게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서브나 겨우겨우 하는 정도인 내가 그 공을 받으려 했다니. 제정신이었다면 감히 손도 갖다 대지 않았을 공에 손을 가져다 대고야 말았으니 내 손이 멀쩡했을까.


"아이고. 그걸 왜 받으려고 해. 큰일 난다니까? 저런 공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


그러게요... 내가 왜 그랬을까요...


엄지손을 보니 이 터져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내가 이럴까 봐 안 하고 싶었는데. 무의식 중에 뻗친 손은 어떻게든 민폐 끼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듯했다. 다행히 이 날 이후로 또 다치는 일은 없었다. 몸을 더욱 사리게 되었기 때문에. 하지만 즐기게 되는 일 또한 없었다.


스포츠를 즐겨 하진 않지만 하면 재미있어는 하는 편인데. 배구는 좀처럼 재밌어지지가 않았다. 어쩌다 서브 잘 들어가면 "오~" 하는 소리에 잠시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는데 딱 거기까지. 수비 자세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병풍처럼 서있다 나올 때가 많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어 오죽하면 요일이 월, 화, 목, 금, 토,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딱 반년 경험했지만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기어코 들지 않았다. 발령받고 배구는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전혀 아쉽거나 하지 않았다. 하라고 부르는 이도 없었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매번 이런 운이 따라주는 건 아닐 거라는 걸 안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배구로 꽤나 떠들썩한 지역이니 말이다. 어떤 선생님이 전근 오거나 발령이 나서 들어오면 배구 잘하는 선생님인지부터 언급되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실현되기 힘든 바람만 품고 있다. 교직 사회에 배구 대신 다른 스포츠 열풍이 불기를. 다른 스포츠로 대체되길 말이다. 불행하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꿈만 꿔보는 것이다.


어쨌든 상황에 따라 또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교직 생활 중 반드시 하게 되겠지 싶다. 혹 즐기게 될 수도 있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데. 우선 두려움만이라도 걷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그래도... 다른 스포츠로 대체되길 바라는 바람은 앞으로도 이어질 듯하다.


무서운데... 배구 꼭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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