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의봄,1학년 4반 교실이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니 여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끌벅적 북새통이 따로 없다. 가정통신문을쏘아보는것은 신애뿐이다. 친구들을 뒤로하고 슬그머니 일어나 교실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하하호호 수다를 떠느라 신애가 보이든 말든 신경 쓰는 이 하나 없다. 부러운 눈으로 친구들을 훔쳐보며 한참을 응시하다보니 입에서 단내가 나는 듯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신이 난 친구들은 한껏 들떠 보였다. 그 모습을 새겨 보던 신애의 눈에서는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아득한 계단 (픽사 베이)
털레털레 복도를 지나 계단을 바라보았다. 1학년 교실은 4층이다. 1층 교무실까지 내려가 담임 선생님을 만나 봬야 한다. 담임 선생님의 짜증스러운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신경질 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느껴지는 것을 보면 지레 겁을 먹은 게 틀림없다. 하지만 신애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가까스로 옮기며 한 계단, 한 계단 힘겹게 내려보냈다.
"저... 선생님..."
담임 선생님은 뒤를 돌아보시며,
"응? 왜?"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그 드릴 말 한 번 들어보자."
빙긋 웃어 보이며 건네는 표정에는 장난기가 잔뜩 보였다. 담임 선생님은 올해 새봄 고등학교로 부임되었다. 큰 키에 중국 배우 유덕화를 닮은 남자 선생님이었다. 입학식 첫날,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담임 선생님을 보며 여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러 보였다. 여학교에 부임한 젊은 남자 선생님이라 다른 반 학생들의 부러움을 한껏 누리고 있는 1학년 4반이다.
"그게..."
"괜찮아. 뭐 어려운 얘기니?"
"저... 수학여행을 안 가면 어떻게 되나요?"
"수학여행? 수학여행을 왜 안가?"
"안 가는 게 아니고 못 가는 거라서요."
"그러니까 왜 수학여행을 못 가는데?"
"그게... 일요일을 껴서 가는 거라 갈 수가 없어요."
"일요일을 껴서 가면 왜 못 가는데?"
신애를 스리슬쩍 치켜보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금씩 격양되었다.
"제가 교회를 다니거든요."
"교회? 교회 다니는 거랑 수학여행 안 가는 게 무슨 상관이야?"
"일요일에 교회를 빠질 수가 없어서 수학여행은 못 가게 될 것 같아요. 부모님도 허락 안 하실 거고요."
"뭐? 교회는 너만 다녀? 그럼, 우리 반에 교회 다니는 애들 다 못 가겠네? 네가 믿는 하나님이 학교보다 교회가 더 중요하다고 하데??"
불교이신 담임 선생님은 목탁을 두드리는 나무 막대기를 들고 손바닥에 '타닥' 두드리며 다니는 습관이 있었다. 나무 막대기는 가운데가 갈라져있어 한 번 두드릴 때 '타닥'하고 두 번씩 소리가 났다. 이 막대기는 무언의 훈육 기능을 하기도 했다.
"그게 아니고, 제가 교회에서 반주를 하거든요. 반주자가 결석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교회는 피아노 치는 사람이 너 밖에 없어?"
"제가 대예배 반주자라서 빠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학생이 학교 가는 것보다교회에서 피아노 치는 게 더 중요하냐고!!"
이쯤 되니 담임 선생님의 낯빛은 붉다 못해 푸르러졌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진 표정은 이미 이성을 잃어가는 듯했다.
"더구나 수학여행 주간에 부활절이 있거든요. 부활절에는 새벽 5시부터 반주를 해야 해서 더 곤란해요."
"이건 지금 부모님과 의논이 된 이야기야?"
"아직은 아니지만 물어보시나 마나 당연히 안 보낸다고 하실 거예요."
"야!! 너 지금 제정신이야?"
담임 선생님은 이미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신애를 쳐다보며,
"너 지금 날 간 보는거냐? 이딴 식으로 학교에 다닐 거면 학교를 때려치워! 학생이 교칙을 따르지 않을 거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지, 학교는 왜 다녀?"
"그럼, 그냥 자퇴서를 쓸게요. 서류 주시면 지금 쓰겠습니다."
"이 자식! 너 지금 나랑 해 보자는 거야?"
담임선생님은 팔짱을 끼고 신애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신애를 바라보던 담임 선생님은 옆자리에 있는 의자를 보더니 신애 앞으로 밀어 넣었다. 아마도 끝장을볼 심산인가 보다.
"거 앉아!"
"네."
"그래서 선생님 말을 안 듣고 끝내 자퇴서를 쓰겠다 이거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이 자식이 좀 쓸만하다 싶어 눈여겨보았더니 네 눈에는 내가 만만해 보였냐?"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는 녀석이 선생님한테 따박따박 말대꾸하면서, 뭐?? 자퇴서를 달라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건, 선생님께서 교칙에 따르지 않으려면 자퇴서를 쓰라고 하시니..." "야!! 그만큼 수학여행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고 한 거지 누가 너더러 학교를 때려치우래?"
"가정통신문 보고 저도 당황스러웠어요. 날짜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되어 있어서요. 월요일에 재량휴일을 할 거면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로 날짜를 잡아봐도 되지 않았을까요? 저처럼 일요일에 참석 못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너 이 자식 정말... 이 상황에도 저 할 말을 다 하고 있네? 겁대가리가 없나 보구나. 아주."
"어차피 자퇴서 쓰라시니, 자퇴서 쓰면 학교 못 올 텐데 억울한 건 억울하다고 말씀드려보고 싶어서요."
"나 참... 내가 교직 생활하면서 너 같은 꼴통은 처음 본다."
담임 선생님은 한참을 말없이 책상만 바라보며 검지 손가락으로 애꿎은 책상만 두드려댔다.
"너네 집 전화번호 몇 번이야?"
"부모님 지금 집에 안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럼 회사 번호라도 대!"
"회사에도 안 계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물어보나 마나일 거예요..."
"이 자식 진짜. 너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잔말 말고 집이랑 회사 전화번호 적어!"
A4용지 한 장을 신애에게 밀어보내며 담임 선생님은 소리를 버럭 질러댔다. 교무실에 있던 몇몇 선생님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자 다들 눈치를 보며 쑥덕대더니 안쓰러운 눈빛으로 신애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이 신애는 전화번호를 적어 담임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담임 선생님은 전화기를 거칠게 끌어다 놓고 적어준 전화번호를 보더니 우악스럽게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통화연결음이 한참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끊으려는 순간 '딸깍' 수화기 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네. 새봄 고등학교 1학년 4반 담임입니다."
"아 예~ 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시 신애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신애랑 상담을 하는데 신애가 되지도 않는 고집을 부려서 전화드렸습니다."
"신애 가요? 어떤..."
"2주 뒤에 수학여행이 계획되어있는데 신애가 참석을 못하겠다고 해서 혹시 부모님 의견도 같으신지 여꿔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음... 왜 수학여행을 안 가겠다고 하던가요?"
"수학여행 날짜가 '금, 토, 일'인데 일요일이 껴서 못 가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교칙에 따를 수 없으면 자퇴를 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자퇴서를 달라지 뭡니까?"
"네... 그런데 수학여행이 일요일까지 인가요?"
"예."
"그럼, 우리 애는 수학여행에 못보내겠네요."
"예?? 제가 전화를 드린 건, 어머니께서 신애를 설득해달라고 부탁을 드려보려고 전화를 드린 건데요."
"주일에 신애가 교회에서 반주를 해야 하거든요. 반주자가 예배에 불참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학교 출석으로 하루 교회 못 가는 건데 그래도 안된다는 말씀이신가요?"
"하루 불참을 해도 불참은 불참이니까요."
"교회에 가는 것이 학교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세요?"
"당연하죠."
"아니, 어머님. 수학여행기간 하루 불참하고 그다음 주부터 더 열심히 예배를 보면 되는 것 아닙니까?"
"선생님, 처녀가 순결을 잃었다고 해 봅시다. 한 번 순결을 잃었는데 그다음부터 없던 일처럼 살아간다고 잃은 순결이 돌아옵니까?" "예??" "아무리 그 후 없던 일처럼 살아도 상처가 생긴 몸이 상처입지 않았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나요?"
"그건... 그렇겠죠?"
"그래서 안됩니다. 그냥 신애는 수학여행 안 가는 것으로 처리해주시죠. 그게 안된다고 하시면 신애한테 자퇴서를 쓰게 하고 보내셔도 됩니다."
담임 선생님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전화기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신애를바라보더니,
"신애야."
"네..."
"너네 어머니... 정말 무서우시다..."
"네??"
"아니, 수학여행 때문에 하루 교회에 못 가는 걸 어떻게 처녀가 순결을 잃은 것에 비유하시냐?"
"아... 네... 그럴 줄 알았어요."
"뭐??"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다고요... 제가 집에서 야단맞을 때 자주 듣던 말이라서요..."
"그렇구나... 너 참 사는 게 힘들겠다..."
"제가 그러니까 부모님께 전화해도 달라질 것이 없을 거라고, 해보나 마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신애와 상담을 하던 담임 선생님은 갑자기 신애를 안쓰럽게 바라보셨다. '한 두 번이 아니었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자 안쓰럽게 느껴져 신애 쪽으로 몸을 돌려 마주보았다.
"신애야, 너 이런 적이 또 있었니?"
"어떤 거요? 수학여행이요?"
"그래. 중학교 때에도 수학여행 갔을 거 아니니?"
"중학교 때도 일요일을 끼워가서 수학여행, 졸업여행 모두 못 갔어요."
"그랬구나... 그럼 친구들이랑 함께 자면서 뒹굴던 추억이 하나도 없겠네."
"네..."
신애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그런 신애를 바라보시던담임 선생님은,
"그래도 교칙은 교칙이니 수학여행 기간에 너는등교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수학여행 기간 동안 다른 학생들은, 9시까지 등교하고 7교시 종례 후 4시 50분에 하교하게 될 거야. 하지만, 너는 아침 0교시 수업이 시작되는 7시 20분에 등교해서 야간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10시에 하교한다. 알겠지?"
"네."
"억울해?"
"아닙니다."
"그래. 억울해도 할 수 없어. 수학여행에 참석 못하는 학생들은 지하 1층 서고 옆 빈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게 될 거야. 감독하시는 선생님이 계실 거다. 감독을 맡으신 선생님께 내가 신애는 특별관리대상이라고 말씀드려 놓을 거야. 그러니 꾀부리지 말고, 지각, 조퇴도 하지 말고 약속된 시간을 모두 채우도록 해!"
길고 지루한 상담은 끝이 났다. 긴장이 풀어진 신애의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난간을 붙잡고 4층 교실까지 올라갔다. 점심시간이 마쳐지는 예비종이 울려왔다.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아이들이 제자리고 돌아가고 신애는 터벅터벅 제자리에 앉았다.
수학여행을 가기 전 2주 간, 수업에 들어오신 교과 선생님들마다 한 마디씩 건넸다.
"신애야, 너 수학여행 안 간다며...?"
"네..."
"그냥 가지. 재밌을 텐데..."
"네..."
"너 근데 교회 되게 열심히 다니나 보다."
"좀..."
한 두 번도 아니고 교과 선생님들마다 같은 질문을 하시니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경주'
친구들은 모두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짐가방을 들고, 한껏 멋을 낸 차림으로 등교를 했다. 서로를바라보며맞장구까지 쳐 가며 신이 난 모양새다. 책가방을 들고 등교한 사람은 신애뿐이다. 신애는 교실이 아닌 지하 1층 서고 옆 빈 교실로 향했다. 친구들을 보고 배웅한 뒤 내려와도 되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와 보니 온기라고는 하나 없이 텅 빈 교실에 신애만 있었다. 뒷 문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교과서를 펼쳐보았다. 마음이 뒤숭숭해서일까? 펼쳐진 교과서를 바라만볼뿐공부가 될 리 없었다. 따로 챙겨간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9시가 다가오자 하나둘씩 수학여행 낙오자들이 교실로 들어섰다.
모두 12명이었다. 11명의 학생들이 들어서자 혼자 있을 때보다온기가 채워져 갔다.1학년 4반에서는 신애 혼자 낙오자라 아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다른 학생들도 서로 눈치만 슬슬보며 말을 시킬까 말까 간을 보는듯했다. 유독 사람을 못 외는 신애의 눈에는 모두 처음 보는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제각기 챙겨 온 책들을 보는듯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애먼 책상만 바라보았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감독 선생님께서 문을 벌컥 열고 교실에 들어섰다. 조용하던 교실에 '드르륵 쾅!' 거친 소리가 들려오자 모두 깜짝 놀라며 일제히 교탁 앞을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종이 치면 화장실도 다녀오고, 점심시간에는 각자 싸 온 점심을 먹으면 된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교무실에 와서 물어보면 돼. 각자 공부 열심히 하고, 딴짓을 하거나 떠드는 놈이 내 눈에 보이면 정신이 번쩍 나게 해 줄 테니 각오해라! 그리고, 신애!! 너는 담임 선생님의 특별 부탁이 있었으니 내가 특별히 더 신경 써 줄 거다. 7교시가 마쳐지면 모두 하교하면 되고, 신애는 2학년 교실로 이동해서 야자를 하게 될 거다. 알겠나!!"
"네..."
야간 자율학습 (출처 : 2012-05-23 부산일보)
3박 4일 동안 신애는 0교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학교에서 보냈다. 봐주기는 없었다. 토요일에 다른 친구들은 4교시 수업을 마치고 하교했지만 신애는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했다. 일요일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았다. 월요일은 재량휴일이라 1학년 전체가 학교에 오지 않았지만 신애는 0교시부터 밤 10시까지 서고 옆 빈 교실과 2학년 교실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그렇게 3박 4일간의 고된 수학여행은 막이 내렸다.
화요일에 등교 한 친구들은 수학여행 에피소드를 나누어 보느라 꽁지가 빠졌다. 이반, 저반 돌아다니며 추억 나누기에 진심이었다. 함께 찍은 사진들을서로보여주는 무리도 있고, 인화해서 나누어보는 무리도 있었다.
신애의 친구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신애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애써 '괜찮다'라고 얘기해 주었지만 친구들은 못내 미안한 모양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신애였다. 오히려 눈치 보는친구들 때문에 마음이 더 불편했다. '그냥 눈치 보지 말지...' 차마 입 밖으로 소리 내어보지 못했지만 내내 눈치 보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눈으로 사인을 보냈다. 친구들은 끝내 신애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그렇게 화요일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장난기가 가득한 담임 선생님의 표정을 보니 애써 꾹꾹 눌렀던 서운함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너 이름... 혹시 신神 '신'자에 사랑愛 '애'자 쓰냐??"
"네??"
"아니, 너 교회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 거 보니까... 혹시 네 이름을 부모님이 '하나님을 사랑해라!' 뭐 그런 뜻으로 지어보셨나 하고..."
"아닌데요..."
"아니야?"
"네."
"그럼 뭐냐??"
"믿을信 '신'에 사랑愛 '애'인데요?"
"아~ 그럼 그 뭐냐... 믿음, 소망, 사랑... 뭐 그거에서 따온 거야?"
"아마도 그런 듯요..."
"그나저나 암만 생각해도 너네 어머니... 와~ 내가 퇴직할 때까지 너네 어머니 같은 분은 절대 못 볼 것 같다."
"네... 저도 저희 어머니 같은 어머니는 못 봤으니까요."
"그럼, 앞으로도 학교 행사가 일요일에 있으면등교를 안 할 거고?"
"네."
"넌 그럼 그... 교회 말이다... 일요일에만 반주하니?"
"아니요.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에 하는데요."
"그래? 그럼, 수요일, 금요일은 어떡하냐? 야간 자율학습에 걸릴 텐데...?"
"안 그래도 선생님께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담임 선생님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휙휙 저어 보였다.
"아니다! 너 말하지 마!! 말하지 말고 그냥 교실로 가라~"
"아니요... 어차피 이렇게 알게 되셨으니 저, 수요일 하고 금요일에 야간 자율학습 빼주세요."
"뭐?? 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예체능반 학생들은 레슨 시간 빼주시잖아요. 저도 예체능반이라고 생각하시고 빼주세요. 레슨 받는 걸로 처리해주시면 되잖아요."
"와... 이 꼴통 자식... 내가 너한테 졌다. 졌어."
"그럼, 이번 주부터 수요일, 금요일 야자 빼고 하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신애는 선생님께 붙잡히기 전에 꽁무니를 빼고 밖으로 나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안 그래도 지난 한 달 동안 눈치가 꽤 보였다. 매번 핑계를 만들어 야자를 빼기도 어려웠고, 몇 번 예배에 빠져 반주자 없이 예배를 보게됐다고 어른들께 쓴소리를 듣는 것도 마음이 불편했었다. 지독하게 3박 4일 동안 자율학습을 한 덕분에 어려운 숙제 하나가 해결된 느낌이었다. 4월의 농익은 봄! 신애는 비싼 값을 치르고 세상과 마주 보았다. -끝-
"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계절의 "봄"으로 글을 쓰려다가 "보다"를 어학사전에서 찾아보니, "보다"의 의미로 엮어진 다양한 뜻이 천여가지가 되었습니다.
보다의 다양한 뜻 (출처 : 다음 한국어사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양이었고, "실험 정신을 발휘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보다"의 의미를 넣어 "[에피소드] 열일곱의 봄"을 써 보았습니다.
다양한 "보다"를 넣으려다 보니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조금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거푸 퇴고를 하며 돌려보았습니다. 곁에서 훔쳐보던 동글이는,
"혹시 이거 엄마 얘기야?"
"선생님이 정말 이랬다고?"
"엄마, 그래서 수학여행 정말 못 갔어?"
"아니, 무슨 선생님이 자꾸 '해보자는 거야?'라고 말해? 이건 '싸워보자'라는 거지."
라며 호기심을 드러내 보였습니다. 동글이가 새겨보며 호기심이 무궁무진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보았습니다. 엄마가 글을 쓸 때마다 관심을 보여 주는 동글이가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말.
글을 쓰는 것은 참 신기한 힘이 있습니다. 매주 주제를 받아보면서 "글이 될까?"라고 생각하지만, 생각을 모으고 주변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사물 하나하나까지 예사로 보지 않으니 글을 쓰게 되는 나와 마주 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고, 실행으로 옮긴 후 용기 있게 '발행' 버튼을 눌러보고 독자의 반응을 기다려봅니다. 관대한 독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햇병아리 글쓴이에게 '성장'이라는 선물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오늘도 용기 있게 낯선 경험을 해 봅니다. 조금 떨리고 긴장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모아 적은 글이 독자와 마주 보게 될 것을 기대해보며 두근대는 설렘과 해냈다는 성취감을 받아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독자의 마음을 새겨보며 덧붙이는 말을 적어봅니다. 그리고, 감사의 말씀을 전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