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나를 배우는 중입니다.
감정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나는 여전히 미숙하다.
고작해야,
‘슬프다’, ‘속상하다’, ‘외롭다’, ‘섭섭하다’—
이런 말들만 겨우 떠올린다.
감정을 말하려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하나같이 부정의 색을 띤다.
아직 마음 어딘가가 다 낫지 않은 모양이다.
‘기쁘다’, ‘웃기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이런 말들은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내 안의 복잡한 결을 다 품어내기엔
너무 벅찬 단어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감정을 배제한 채 살아온 세월이 오십 년.
그저 일을 했고,
모범적인 시민으로,
현모양처로,
어진 엄마로,
빈틈없는 ○○씨로 살았다.
그런데 내 안의 자아는 아직 다섯 살이었다.
그 아이를 키우지 않고,
그저 눌러가며 어른의 흉내를 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삶은 자꾸 벅차졌고,
다섯 살의 나는 점점 작아져
지금은 부유하는 먼지처럼 희미해졌다.
울음이 터져버린 어느 날 이후,
나는 스스로를 텐트 안에 가두었다.
난방텐트의 지퍼를 꼭 닫으면
안락하고 안전한 나만의 공간이 된다.
돌아보면 어릴 적에도 그랬다.
마음이 외롭거나 무서울 때면
의자 몇 개를 모아 이불을 덮고
작은 아지트를 만들었다.
그 안은 오롯이 나만의 세상이었고,
그곳에서 인형놀이를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때의 버릇이 아직 남은 걸까.
이번엔 난방텐트 속에서 석 달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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