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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기획자 충분 Jul 31. 2024

갭이어 해봤슈?

갭이어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던 내 인생의 반전 드라마  

나는 지금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갭이어를 끝내고, 얼마 전부터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적응기간을 거치고 있다. 회사로 돌아가는 데는 딱 1년이 걸렸다. 갭이어를 시작할 때, 길면 1년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기가 막히게 1년을 채우고 새로운 회사 입사했다.


삶에 지쳐 갭이어를 생각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의 1년의 기록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라며, 지난 1년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나는 어쩌다 갭이어를 가지기로 결심했나?


왜 갭이어를 가지게 됐는지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견딜 수 없어서"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퇴사 고비가 있었다. 3일 밤샘 근무도 견디고, 매일 11-12시 퇴근을 밥먹듯이 반복하는 회사도 거쳤지만, 고된 노동에서 누적된 피로감과 더불어 이전 회사에서 마주했던 문제는 더이상 회사란 곳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아래는 당시에 나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 진행했던 커리어 관련 심리 검사 결과이다.

퇴사 직전에 받았던 커리어 검사 by 마인들링


몰입 -10점 / 만족 33점 / 효능감 -10점 / 번아웃 90점..


 내 상태가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 위 지표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직장에 대한 계획 없이 퇴사를 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했기에 다양한 참고자료들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는데 그때 참고했던 체크리스트도 있다.

출처 - trackers

1) 개인 상태 점검 : 반복되는 야근과 광고주, 상사의 갑질 괴롭힘 등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무너진 상태(마음의 건강이 몸의 신호로도 오기 시작함)


2) 회사 상태 점검 : 회사 매출에는 문제가 없으나, 광고업 자체가 사양 산업


3) 역량 & 기회 점검 : 역량이나 기회는 많은 회사였지만, 당시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업무는 그렇지 못했음 / 팀이동을 신청했으나 TO가 오랫동안 미발생


심리검사부터, 체크리스트까지 모든 지표가 퇴사를 가리켰다. 퇴사를 고민하는 수개월 동안, 내게 들리고 보이는 모든것이 '퇴사'를 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2. 퇴사 말고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나? 


나는 내 인생에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퇴사 전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위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쏟았으나, 하면 할수록 힘에 부쳤다. 또한 여러 번 이직을 하며 깨달았던 것은'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질질끌며 결국 이직에 성공한다고 해도 과연 그곳은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직 어릴때, 그냥 통크게 쉬고, 진로 설정도 제대로 해보고 빠르게 실패하고, 새롭게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내가 너무 힘들다며, 퇴사를 고려 중이라고 토로하면, 모두 '그래 넌 좀 쉬어도 된다'라는 이야기가 태반이었다. 그런 조언들 앞에서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당시 오랜만에 한국에 놀러온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는 사촌언니와 만났다. 내 퇴사 고민을 듣던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00아,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이야. 퇴사하는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


이 말이 나의 마음을 굳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떄 읽던 <월든>이라는 책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내게 영감을 줬던 문장을 공유하자면 이렇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매일의 아홉 바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도병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을 뿐이다.
<책-월든>


그때 나는 건강, 자존감,행복,관계 모든 것이 무너져감에도 단지 미래가 두렵다는 이유로 회사를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책속 문장에 머리를 얻어 맞은 듯 띵했다.


결국, 그렇게 책 <월든> 속 문장처럼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기 위해 매일 같이 천 바늘씩 꿰매던 하루하루를 청산하고 자유의 몸으로 갭이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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