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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소대나무 Aug 15. 2024

필사하라, 대가의 생각을 훔치려면.

문장력은 물론, 사고흐름까지 익힐 수 있어

문장력을 단기간에 키우고자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 필사다.


필사란 신문사설, 소설, 에세이 등의 글을 내 손으로 직접 옮겨쓰는 것을 말한다. 대가들의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정제된 글을 모사하면서 해당 문체를 자연스럽게 닮아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문장을 곱씹고 단어의 쓰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사유흐름을 본인도 모르게 추적하게 된다.


그냥 읽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문장과 단어, 쉼표 하나까지도 각별하게 느끼게 되고 작가가 왜 문장을 이렇게 배치했는지, 여러 단어 중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까지 유추하게 되는 것이다.



필사는 작가의 생각과 사고체계, 통찰의 흐름까지 파악하게 되는 아주 능동적인 과정인 것이다. 원작을 베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방식대로 해석해 재편집하는 것에 가깝다.


필사에는 부분필사와 통필사가 있는데, 부분필사는 익히고 싶은 핵심 문장을 추려 필사하는 방법이고, 통필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모사하는 방식이다.


문장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키고 싶다면 부분필사를, 작가의 통찰력과 사고흐름을 배우고 싶다면 통필사를 추천한다.


한 시절, 영화평론가를 꿈꾸었던 필자는 이동진 님의 ‘영화는 두 번 상영된다.’라는 두꺼운 서적을 통필사한 적이 있다. 하루 1시간, 반년동안 빠뜨리지 않고 필사했는데, 어느 순간 이동진 님의 향기가 나는 글을 써 내려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다.(물론, 지금은 그 감각을 모두 잃었음이 애석하다.)



모차르트 역시 필사 광이었다고 하면 믿을 텐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대가들의 음악 악보를 필사하기를 즐겼고, 20대가 되었을 때는 오른손 중지가 휘어있었다고 한다. 악보 필사를 위해 수없이 펜을 움켜쥔 탓이다.


이렇듯 필사의 의미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악보, 모창, 스포츠,그림 그리기에도 확장할 수 있다. 배우고 익히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롤모델을 일단 모사하며 능동적으로 내 몸에 익혀보자.


사실 입시 논술학원도 필요없다는 게 필사를 해본 사람들의 생각이다. 신문사설을 하루 30분씩만 필사해도 입시논술에서 원하는 실력은 충분히 갖출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지금 필자는 가벼운 언어로 넓고 무궁한 세상을 통찰하는 김영하 작가의 사고흐름을 익히고 싶은 마음에 ‘여행의 이유’를 필사하고 있다.


하루 30분, 두바닥씩. 악필이어도 상관없다.


문장을 읽고, 소리내어 말한 후 기억에 의존해 해당 문장을 써내려간다. 최대한 어순, 단어를 기억해내려하지만 사람의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 그렇게 필자가 가진 필력에 김영하 작가 특유의 표현력이 합쳐져 원작과는 다른 문장이 재탄생한다.  


결국 필사는 가장 창조적인 방식으로 모방하는 과정이요, 가장 수준높은 내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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