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인가, 일기인가? 나의 글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까?
이번 주부터는 꼭 글쓰기가 아니어도 자신의 경험이나 일상, 읽은 책 등 다양한 주제로 감상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도 글의 분량을 늘려보기 위해 내가 쓴 짧은 글들을 다듬어 긴 글로 쓰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본문에 예를 든 연습 글들은 정리해서 다른 매거진에 올려볼 계획이다)
첫 연습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을 완벽하게 만드는 방법'이란 주제로 썼던 짧은 글을 손보는 것이었다. 글을 다 쓴 후 필사 중인 책의 한 꼭지와 비교하며 분석했다. 서론은 너무 간결하고 모호한가? 본론에 나의 하루 경험을 먼저 쓴 후 거기서 얻은 깨달음과 내가 생각한 중심 메시지를 적긴 적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경험이니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남들도 내 메시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결론은 너무 짧고 급하게 마무리한 듯했다. 처참했다. 이 실력으로 무슨 책을 쓰겠다는 건지.
필사하는 책의 서론은 한 꼭지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나의 서론은 본문에 드러나도 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을 도입 부분에 내세웠다.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필사책의 작가는 본론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해 5개의 문단을 할애하였고, 꼭지의 중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3 문단을 더 할애했다. 나는 나의 경험에 대해서만 문단을 배분했고 제대로 된 메시지, 즉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작가는 결론에 다시 한번 하고 싶은 말을 명료하게 전달하여 한 문단의 형태로 썼다. 나의 결론은 그럴싸한 한 문장으로 급히 마무리하여, 대략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 수는 있지만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서론-본론-결론의 구조가 너무 빈약했고 메시지는 너무 추상적이었다. 작가의 글을 두고 나의 글을 비교하니 무엇이 더 필요한지 눈에 들어왔다.
다음 연습은 첫 번째 글쓰기 때 부족했던 점을 염두에 두고 썼다. 이번 주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공간탐색'이었다. 글의 주요 내용은 새로운 보건실에 익숙해지기 위해 내가 사용했던 공간 탐색 방법이었다. 사실 어느 보건교사나 낯선 학교와 보건실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비슷할 것 같아서 대단할 것도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실에 적응하던 경험을 글로 풀어서 써보는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내 소소한 이야기를 한 페이지의 글로 바꾸어 보았다. 경험은 내가 직접 해본 것이기 때문에 마음먹고 써 내려가니 글이 되었고, 이번에 완성된 글은 처음보다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을 비교적 잘 갖춘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처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 주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하느냐였다. 내 경험을 메시지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낯선 곳에 적응하기 위해 공간을 탐색한다는 게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다 같이 새로운 직장에 발령 나면 지도 앱을 켜시고 살펴보세요. 사무실에 들어가서 환경을 정비하세요~’라는 이야기가 메시지가 될 수 있을까? 글의 형식과 길이는 나아졌지만 글 속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지가 새로운 고민이었다. 또 내가 쓰는 것은 에세이인지 일기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나의 글들에는 소재는 있지만 주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에세이와 일기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일기는 나 혼자 읽는 글이다. 내 안에 복잡하고, 좋고 나쁜 모든 감정들을 순화시키지 않고 쏟아내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에세이는 다르다. 에세이는 누군가 읽길 바라고 쓰는 글이며 그 안에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내 경험과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교훈이나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위한 글이 일기라면 에세이는 좀 더 남을 위한 글로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나의 글은 아직 일기와 에세이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일기와 같은 자기 성찰식 글에서 중심 주제가 담긴 한 편의 글로 변화해야 한다.
책 쓰기에 참여하겠다! 고 선언하고 긴 글 쓰기 연습 중인 지금, 아직 우리들이 써야 할 책의 주제와 제목, 목차는 나오지 않았다. 이제 제목 구상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 남았다.
우리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어떤 작가님은 보건실에서 만난 아이들을 이야기해보자 할 수 있고,
또 어떤 작가님은 보건교육이나 보건계열 진로지도에 대해 쓸 수도 있다.
또 어떤 작가는 보건교사의 고충과 노하우에 대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시중에는 이미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있다.
이런 책들과 차별점을 두고 사람들에게 읽힐 책을 쓰려면 어떤 주제를 선정해야 할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가장 잘할 수 있을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
같이 글쓰기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보건교사로서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이다. 나와 나의 임용발령동기 이렇게 둘만이 이제 보건교사 7년 차고 그중 가장 저연차에 속한다. 경험이 길고 짧고 보다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았느냐가 중요하다지만 어떤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을지 사실 걱정이 많다.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선별하여 글로 옮길 수 있는 경험은 어떤 것이 될지 찾아야 한다. 이제 와서 나에게 스펙터클했고 모두의 시선이 쏠릴 경험이 없었다고 아쉬울 건 없지만 잔잔한 내 경험들이 글로 바뀌어 어떤 주제를 담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교훈을 줄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글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최재천 교수는 책 읽기를 강조할 때 꼭 코끼리 똥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코끼리 똥을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만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이 읽어야 많이 싸고 많이 뱉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책을 쓰기 위해서도 나는 알고 있는 것이 많거나, 경험이라는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에 멘토작가님은 많이 알고 있다고 모두가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경험을 쓰는 글이 있고, 생각을 쓰는 글이 있다는 것이다. 아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며, 조금 알고 조금 생각할지라도 글로 바꿔 쓰는 연습을 한다면 멋진 글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쓸 수 있다고 나를 격려하셨다. 쓰면서 내가 부족한 것 같다면 더 배우고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고 깨달은 것, 그것을 글로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10대의 아이들도 글을 쓸 수 있다.
40년 넘게 고유한 '나'라는 존재로 살아오면서 내가 했던 경험과 생각들, 그것을 천천히 글로 풀어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은 메시지가 담긴 글, 다른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 교훈이나 감동을 주는 글,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이 돼야 할 것이다.
역시나 말이 쉽다.
글은 여전히 어렵다.
보건교사 공저 쓰기 도전기 (5) 어떤 글을 쓸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