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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Sep 12. 2017

남편이 외도한 가정의 부인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2. 남편은 왜 바람을 피웠을까.


[ 정신의학신문 :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린 왜 궁금해할까.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람들은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상담실에서도 쉴새없이 궁금증을 표현합니다. "내 남편은 왜 바람을 핀거죠?", "전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죠?", "이혼을 하는게 나을까요?", "한번 바람핀 사람은 평생 피우죠?"


이 질문들에 일일이 답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걸 알게 된 부인들은 이미 탈진된 상태로 치료실을 찾기 때문입니다. 며칠째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에 열이 올라오고, 불면증에, 입맛도 뚝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치료자가 이렇다, 저렇다, 이래야 한다라고 말을 해봐도 이들은 집중하지 못합니다. 아파 쓰러져있는 사람한테, 마음의 원리나 심리학적 이론을 설명한들 제대로 이해될 리도 없고, 실생활에 응용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신과 의사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에 대한 답을 하려고 합니다. 이 강렬한 의문이 꽤나 오랫동안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날부터 "왜 그랬어? 왜 만났어? 왜 그만두지 않았어?"라는 질문을 퍼붓게 됩니다. 이와 비슷한 질문으로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러지 말았어야지 왜 계속 만났어?", "양심의 가책같은 건 없었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거야?"라는 질문도 동반합니다.


사실,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듣는다 한들, 상처받은 마음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애시당초 질문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궁금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하는 말들 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최고고, 난 당신 밖에 없어. 그건 단지 실수일 뿐이야."라는 말을 듣는다고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신뢰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옳은 답을 들어도, 믿을 수가 없어서 화가 납니다. 그래서 많은 부인들이 “나한테 어떤 불만이 있었길래 그런거야?” 하면서 추궁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에게 이런 이런 점이 불만이었는데, 그 여자는 이렇게 해주더라."라고 구체적인 답을 들어도, 상처는 더 깊어집니다. 이혼을 하라는 조언을 들으면, 엄두도 안나고 억울해서 마음이 괴롭습니다. “그냥 참고 살아.”라는 조언을 들어도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하면서 분한 마음에 불편합니다. 수많은 질문과, 수많은 오답이 있지만, 모범 답안은 없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에 대해서 상식적이라도 알아야 하는 시기는 분명히 왔습니다. 이제 남자의 외도는 나랑 아무 상관없는 일로 여겼던 세상에서 벗어났습니다. "내 남자만큼은 정말 특이한 존재"라고 여기며, 불안을 방어하는 것이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한계고 있고, 공통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외도하는 남자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합니다.



외도와 관련된 마음의 병들


외도와 관련된 첫번째 병리는 "자기애성 인격(나르시즘)"입니다. 흔히들 나르시즘에 빠진 분들이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충만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허울일 뿐입니다. 속으로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서 상당한 눈치를 봅니다. 자존감이 낮고, "나의 본질은 무능력하고 쓸모없어. 그래서 사람들이 알아채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확인 받는 작업에 몰두합니다. "내가 남들에게 얼마나 매력있어 보일까? 섹시하게 보일까? 지금도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을까?"하는 염려에 얽매입니다. 누군가를 유혹하는데 성공해야, "아 내가 아직 매력있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만일 거절 당하거나 버림 받으면 극도의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그 마음을 상대에게 투사하여 분노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이들은 결혼을 해서도 매력을 확인 받지 못하면 불안에 빠집니다. 배우자가 아무리 칭찬을 해주고, 사랑한다 해줘도 확인 받고 싶은 욕구가 삐져나가곤 합니다.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통할 만큼 내가 매력있을까?" 이 궁금증에 스스로 답을 못 내립니다. 누군가가 데이트를 청하고, 술자리에 응하고, 잠자리에 응해야, "내가 유용한 사람이군!"하면서 안심합니다. 자기 스스로 자존감을 못 갖는 것은 늘 외도나 불륜의 위험성을 갖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성중독입니다. 진단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성 관련 행동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습니다. 퇴폐영업을 하는 안마시술소나 룸싸롱 혹은,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까지 성적 자극을 부추기는 행동에 중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청소년 시기부터 시작되며, 많은 중독자들이 또 다른 새로운 유형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자극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행동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기대합니다. 이미 결혼 전부터 성중독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지만, 정상적인 범위와 구분이 애매하고, 성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감추려는 특징이 많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받거나 상담을 신청하기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결혼 전부터 있었던 이상을 숨겼다고 생각하지만, 성중독자 스스로도 이것이 병인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은 크게 네단계의 쳇바퀴를 반복합니다. 첫번째는 집착(강박)입니다.성적 충동이나 관련된 생각에 빠져서 성적인 생각이나 공상에 빠져듭니다. 두번째는 의례화(ritualization)입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일상 행동을 성적 행동의 전초 행동으로 설정합니다. 가령, 술에 취하기만 하면 안마방에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술에 취하는게 의례적 행동이 됩니다. 세번째는 성적 강박행동입니다. 앞서 말한 성적행동을 실현함으로써 만족감이나 기분의 전환을 경험합니다. 특이한 것은 중독경험이 반복되면서 이 시기에 느끼는 쾌감이나 만족감은 점차 줄어들기도 하고,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네번째는 절망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고 죄스러워서 무력감과 우울감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세 번째, 성중독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외도의 원인은 "관계 중독"입니다. 이는 심리학적인 의학적인 질병이라기 보단 심리적인 현상입니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연인을 만들어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로맨스 중독" , "연애 중독" 정도로 이름을 붙입니다.


사랑을 주고 받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은 상당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롤러코스터에 흥분하거나,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관계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하루도 혼자 있거나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견디지 못합니다. 하루에 여러건의 약속을 잡아두고, 한번에 여러 연애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결혼을 계기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 생성된 중독의 회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네번째는 우울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무기력이나 권태로움이 지속되면 누구나 여기서 벗어나고 반동심리도 강해집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재미없이 살수는 없잖아!” 라는 생각에 갈망도 강해집니다. 평상시는 순하고, 모험 같은 거 안할 것 같은 사람이 뒤늦게 사고를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턱대고 억누르기만 했던 욕구에 대한 반발심이 자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음주나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불륜이라는 행동을 통해 자극을 얻으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정신 병리와 외도가 연관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성적인 트라우마가 아물지 않아, 오히려 일탈된 성경험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또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은 성적인 경험을 두고도 일어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인 규범이나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혼인의 규칙을 저버립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해결책은 있습니다.


외도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마치 자동차 사고의 원인이 다양하고, 어느 쪽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주장이 다른 것과 비슷합니다. 마음의 병과 관련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행동 자체가 문제라서 심리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남편의 외도에 원인이 A일까? B일까를 고민하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민은 혼란과 연결되는데, 그 시간이 오래간다고 정답에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지금 당장 A라는 결론이 나온다한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시간이 또 흐르면 , 아 B도 이유였겠구나, 아 C나 D도 이유가 될수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원인은 이것일 수도 있고, 저것일 수도 있고, 몇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서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도의 원인이 무엇이던간에, 재발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한번 바람피운 사람은 평생 피운다."라고들 얘기합니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심리적 원인과 이어지고, 이를 전문가들은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파악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고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생각과 행동의 흐름을 바꾸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심리적 원인이 있다 하더라도, 불륜과 외도는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남편이 환자이고, 병이 원인이 되었다고 해도, 행동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그 행동의 원인을 미신에서 찾거나, 무조건 고칠수 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를 이성적이고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전문가 집단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도움을 받아 문제에서 회복되는 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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