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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상담 3년, 내가 배운 것들 - 3년차 회고

심리학자로 살아남기 13

by 단팥크림빵

기업에서 상담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어갑니다.

최근에 글이 뜸했는데요, 일과 개인적인 삶을 오가며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오늘은 3년차를 짧게 회고해보려고 합니다.


기업상담 안에서의 순간들


일대일 상담에서는 내담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독립을 지지하며 기쁘게 떠나보내는 순간도 있었고요.


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는 집단이 점차 모양을 갖추고, 긴장이 풀리며 자연스럽게 유연해지고 유머를 나누게 되는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 일상 이야기부터 상담 이야기, 업무 이야기로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또 집단 수퍼비전에서 참관자이자 발표자로 참여하면서, '나의 요즘 상담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내담자와의 심리적 공간 안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효과적인 수퍼비전은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늘 보람있고 즐겁기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업무가 많을 때도 있었고, 상담이 어렵게 느껴져 부담이 되거나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몸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아 쉬고 있어도 아플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들은 언제나 옅어지고 휘발됩니다. 그렇다면 지난 3년 동안 의미 있었던 변화는 무엇일까요?


기업상담 3년, 내가 배운 것들


무엇보다 제가 상담과 교육을 더 안전하다고 느끼며 자유로워졌다는 점입니다.


상담에서는 정서·인지·행동·신체감각을 오가며 보다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정서가 아무리 중요해도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인지나 행동, 혹은 신체감각을 통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정서와 연결된 신체감각에도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고, 신체 각성을 조절하며 정서를 다루려 노력하게 됩니다. 내담자의 정서적·신체적 각성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지면 상담실과 상담관계에서 안전함을 잃고 상담 자체가 힘들고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상담의 초점은 언제나 내담자가 '상담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와 '주호소', 그리고 '정서'에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화하기도 했습니다. 상담이 흔들리고 어렵게 느껴질 때, 언제든 돌아갈 곳이 분명히 있다는 믿음은 힘든 순간에도 상담자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합니다.


교육에서도 유연해질 수 있었는데요. 기획이나 틀이 아무리 잘 짜여 있어도, 시간이 부족하거나 예상보다 남을 수도 있고, 교보재가 부족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체하며 대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결국 그 ‘틀’은 수강자들에게 교육의 목적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 틀에서 일부 벗어나더라도 교육 목적을 실현하면 됩니다.


그리고 교육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이를 고려하는 것’임을 실감했습니다. 30~40대 직장인과, 독립을 준비하는 20대 취업준비생이 갖는 질문과 요구는 분명히 다릅니다. 이에 따라 교육을 수정하고 실행하며 수강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습니다. 단순히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자를 중심에 두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을 더 생생하게 만들면, 강의자 역시 함께 살아 있고 즐거워질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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