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전, 마지막 퇴근길

심리학자로 살아남기 15

by 단팥크림빵

어제는 회사에서 감사인사 메일을 보내고, 남은 짐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마지막 퇴근길에 한 동료 선생님이 “그래도 떠나는데 마음이 좀 그렇잖아”라며 저를 배웅해주셨습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서,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걸까, 뭘 느껴야 할까, 스스로 물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미리 짐을 빼두었어도 가는 손은 무거웠습니다. 두 손 가득한 짐을 겨우 옆자리에 내려놓자, 텅 비어버린 듯한 헛헛함이 밀려왔습니다. 정말 한 페이지가 끝나가는 건가, 이제 다시 못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들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서로 믿고 격려해주던 동료들과 떨어진다는 아쉬움, 험난했던 휴직 과정과 새 집 찾기가 마무리 되었다는 실감, 장학금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앞으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은 두서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집으로 걸어가면서, 흐르면 흐르는 대로 아쉽고 불안한 복잡한 마음을 허용해보았습니다. 내가 매일 머물던 공간, 나를 정의하던 직함, 익숙한 관계들, 그리고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일상'과 이별하는 과정에 놓여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안정된 구조 속의 기업상담자에서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박사과정생'이 된다는 사실이 깊은 허공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짧아질수록 아쉬웠습니다. 이 아쉬움은 거꾸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관계들이 내게 머물렀다는 뜻이고, 자부심을 느끼며 업무를 해왔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퇴로 없는 전진이거나 허공 위에 내던져진 것이 아니라, 심리학자로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어쩌면 잠시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이어폰에서는 콜드플레이의 All My Love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떤 혼란과 변화가 강물처럼 밀려와도, 나를 믿어주는 조직이라는 울타리 대신 이제는 내가 나를 품어주고 믿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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