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괄식으로 말하라고? 네가 내 상사야?

연인 간의 올바른 대화법

by 제이

평소와 같이 일과를 끝낸 후 남자친구와 통화를 했다. 요즘 나는 대학원 진학에 관심이 있어 알아보는 중인데 남자친구가 오늘 대학원 알아봤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구구절절 말했다.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인데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그 학위로 뭘 할지 잘 모르겠는 거야. 목표가 명확해야 대학원이랑 세부 전공을 정할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우선 이 업계를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 오늘은 대학원은 안 알아봤어."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남자친구가 말했다. "자기야, 두괄식이 뭔지 알아? 자기는 회사원이 아니라서 그런가 대화법이 다르네."


순간 충격이었다. 솔직히 살짝 기분도 나빴다. 왜냐하면 나는 영어 스피킹 강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시험에서는 무조건 두괄식으로 답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목표는 시험관이 내 말을 쉽게 이해하는 거다. 그러려면 그들이 원하는 답부터 주고 나서 부가 설명을 해야 한다'라고 입이 닳도록 설명한다. 스피킹 강사에게 두괄식이 뭔지 아냐니요?


순간 욱한 마음이 티 나지 않게 최대한 부드럽게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자기야 이건 내가 회사원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자기가 내 상사가 아니기 때문 아닐까? 나는 자기한테 결과를 보고하려는 게 아니고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거야."


그랬더니 남자친구도 아차 싶었던지 "그러네, 상황의 차이네. 전혀 생각 못 했다."라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리액션을 해준 덕분에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의 대화가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는 듯했다. '내가 남지친구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나? 남자친구에게도 앞으로 두괄식으로 얘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It depends on the situation',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거다. 두괄식과 미괄식 대화법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상대방이 바쁘거나 피곤할 때는 그의 집중력이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두괄식이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가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자.


그런데 결론뿐만 아니라 구구절절 과정을 다 공유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들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단, 남자친구가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여유로울 때 얘기하자. 날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면 기꺼이 들어줄 것이다. 매일 시도 때도 없이 모든 내 일과를 들어달라는 게 아니라면.


반면 남자친구를 설득하고 싶을 때는 두괄식은 좋지 않다. 본인 의견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일단 거부감이 생긴다. 남자친구는 내 말에 대한 반론을 생각하느라 내 나머지 말들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때는 미괄식이 효과적이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다가가야 한다. 내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내가 원하는 결론으로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이번 주말에 근교로 놀러 가고 싶은데 남자친구는 쉬고 싶은 상황이라 해보자. 이때 바로 '자기야, 주말에 놀러 가자'라고 말하면 남자친구는 집에서 쉬어야 할 이유에 대해 늘어놓을 것이고 그러면 자칫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럴 때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좋다. '자기야, 요즘 동네에서만 데이트하니까 나 좀 답답한 것 같아. 주말에 푹 쉬는 것도 좋지만 근교로 나가서 바람 쐬고 오면 기분 전환도 돼고 너무 좋을 것 같아. 이번 주말에 날씨도 좋다는데 우리 어디 가까운데 놀러 갈까?'라고 말하면 이미 내가 놀러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나열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그런데도 가기 싫다고 말하는 남자친구는 흔치 않다.


결론은, 우리는 대화할 때 사람과 상황을 봐가면서 두괄식으로 말할지 미괄식으로 말할지 눈치껏 정해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한 가지.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배려하자. 남자친구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그가 피로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내 말에 경청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