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감사가 다시 찾아온 순간

by Architect

김동률의 ‘감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던 아침이었다. 내 카톡 닉네임은 ‘감사합니다’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적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오가는 감사 인사들 속에서도 나는 늘 그 말이 진정성을 잃지 않았는지 고민했다. 그렇게 마음속 깊은 감동을 찾기엔 늘 서툴렀다.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에게도 감사할 줄 몰랐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이런 말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내 상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부족했다. 아마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타인에게도 더 자연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문득 대학교 4학년 때 과외하던 샛별이 어머니가 떠올랐다. 임용고사 준비로 바빴던 시절, 나는 학비를 벌기 위해 저녁마다 과외를 했다. 그때 샛별이 어머니는 항상 나를 따뜻하게 보살펴주셨다.


과외가 끝나면 늦은 시간에 직접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시곤 했는데, 그게 당시 나에겐 큰 위로였다. 보험회사에서 일하시며 세 아이를 키우시던 그분의 고단한 삶이 종종 느껴졌는데, 어쩌면 나를 통해 자신의 젊은 시절을 어루만지셨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임용고사에 합격한 뒤, 어머니는 축하 전화를 주셨다. 옷 한 벌 사주고 싶다고 하셔서, 백화점에서 정장 한 벌을 선물 받았다. 가족도 아니고, 친척도 아닌 분에게서 그런 큰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당시에 어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샛별에게 전화를 했을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 소식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기억을 묻어두고 20년을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올해 들어, 어머니는 내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나셨다. 그분이 나에게 베풀어주셨던 조건 없는 사랑을 떠올리자, 갑자기 내 안에 깊은 감사함이 차올랐다. 그날 하루, 어머니를 떠올리며 내 주변의 모든 관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왜 어머니가 지금 이 시점에 떠올랐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지금 나도 세 아이를 키우며 직장일을 병행하는 어머니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의 삶을 내 삶에서 다시 발견한 것이다.


그분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리는 듯했다. “너무 애쓰지 마라.”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어머니가 남긴 건 단지 선물과 기억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법이었다. 이제는 내가 나에게,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더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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