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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의 대화(요리사)

손 끝에서 오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by 피티대디


예전에도 많이 보았었지만

요즘에 더 많이 보이는 직업인 것 같다.


이곳에 종사하는 분들을 치료할 땐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화를 못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주무시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쪽 업계 일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얼굴을 대면하게 될 때 느끼는 인상은

분명 엄청 밝게 인사해 주시는데 얼굴에 지쳐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통증의 증상도 대부분 몸 전체가 많이 아프지만

특히 목이나 허리 통증이 가장 많다.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라고 물으면

"목이 제일 아프고요, 그다음은 허리, 그다음은 무릎, 발목, 손목이 아파요."


정말 바쁠 때는 정말 허리 한 번 굽혀보지 못한 채로

그 뜨거운 불 앞에서, 그 무거운 웍을 잡은 채로 기약 없이 일한다.

우리가 아무리 치료를 잘 받고 스스로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일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아파지는 게 사람인 것 같다.


이분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곳은 ''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어깨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사용하면 부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깨 부상이 생긴다는 것은 곧 팔꿈치와 손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개가 장시간 숙여진 상태를 유지하면

일단 양쪽 승모근(상부 승모근 부위) 및 쪽에 통증이 생기고

후두부(흔히 뒷골 당긴다고 하는 증상)에 통증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개를 드는 것은 천장을 쳐다보면 안 되고 정면 정도만 쳐다보면 된다.

갑작스럽게 스트레칭을 과하게 하면 오히려 목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목이 굽어지면 허리도 굽을 것 같지만

오히려 허리는 펴고 있다.

우리의 척추는 방향성을 같이 해주는 것이 좋은데

목은 굽어 있고 허리는 펴져 있으면 두 곳 모두 큰 부담이 걸리게 된다.


허리를 간단하고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은

'훌라후프'를 하듯 가볍게 시계방향, 반시계 방향으로 허리를 돌려준다.


또한 장시간 서있게 되면 다리 쪽의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이때는 무릎을 접었다 펴거나, 뒤꿈치를 살짝 들어주는 등

다리의 가벼운 움직임을 주면 다리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치료를 마무리할 때는 반드시 이 말을 전해드린다.

"위의 내용은 요리하면서 관리하는 간단한 방법이에요.

만약 시간이 잠시라도 생겨서 앉을 수 있게 되면 반듯이 앉아주세요.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잠시라도 몸의 긴장도가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환기'에요.

처음 불을 켤 때 나오는 가스, 음식을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

그리고 습한 환경이 우리의 호흡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줘요."


실제로 요리가 업인 환자분들이 오시면 신체적 통증과는 별개로

호흡의 불편함을 대부분 호소하신다.


"내 호흡을 위해서 2가지 방법을 쓰시면 되는데,

첫 번째는 강력한 후드를 설치하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가능할 때 최대한 자주 나가서 직접 바깥공기를 마시세요."


유산소 운동을 하면 증상 예방이나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이분들은 대부분 밤늦게 일을 마치고 오후에 일을 시작하거나

새벽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고 일찍 잠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알려드린 방법으로 일하실 때 관리하면 그래도 통증이 심해지는 걸

막아줄 수는 있어요. 조금 더 관리하는 방법이 익숙해지면 통증도 덜 해지고

일 끝나고 체력도 조금 생길 거예요. 운동은 그때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요리를 업으로 하는 분들을 마주하고 나면

어느 식당에 가던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 종일 불 앞에서 무거운 조리기구들과 씨름하는 사람들.


그분들의 노력으로 내 오감은 어딜 가나 호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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