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어른

그런 아이에게, 그런 어른이

by 노푸름

네이버에는 해피빈이라는 기부 프로그램이 있다.

블로그로 모은 콩을 돈으로 환전하거나

실제 돈으로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얼마 안 되는 콩이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해피빈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내 어린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

‘가난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지은 죄도 없이

벌을 받고 있었다.


창피함이라는 고문,

불쌍함이라는 낙인.


새 학년이 되면 어김없이

내야하는 가정실태조사서


채울 수 없는 칸만큼

내 자존감은 비워있었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를 가도,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를 가도,

그 비워진 칸에 대한 창피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반면 허영심은 늘어갔다.

‘반쪽 부모면 어때, 나는 부족하지 않아’

그렇게 사들인 물건들


그 당시 그것은

나에게 무기가 아닌 방패였다.

나에게 날아드는

화살 같이 날아드는

딱한 시선을 막아줄 방패.


그 무거운 방패를 벗게 해준 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것쯤이야 아무렴 어떠냐고.

언제나 나는 그들에게

사랑스러운 존재이고 소중한 존재라고.

그들의 사랑은 나에게 그런 사실을

단단히 일러주었다.


이제는

그런 상처가 많이 아문 듯싶다.

다시 꺼내 보아도 아프지 않으니 말이다.


그 안에 내가 놓쳤던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창피했지만 분명 나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창피하기 전에

감사한 손길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돈 중에

성의를 보일 수 있는 만큼

해피빈에 기부를 했다.


그 아이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댓글을 달았다.



“저도 어렸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그 덕분에 적은 돈이어도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위해 쓸 줄 아는 어른이 되었죠.

친구는 저보다 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랄게요. 힘내요.



힘내요.

남들과는 다른 시련은 훗날

당신의 특별한 자양분이 될 거예요.

믿어요.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