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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
by 김지영 Aug 02. 2017

리모트 워킹... 어느덧 1년

디지털 노마드는 어려워

리모트 워킹을 선언한 지 어느새 1년이 흘렀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고 있는 리모트 워킹(원격 근무)은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또 지금 시대에 가장 혁신적이고 멋지게 일할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터지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가. 한편으론 일 년 365일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휴가 가서 업무 전화나 메일을 처리하면서 일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ㅠ.ㅠ)


리모트 워킹을 시작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사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는지도 몰랐다 ㅠ.ㅠ) 페이스북 친구 중에 한 명의 글에 댓글을 달다가 지난 1년의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 1년은 어떻게 현명하게 리모트 워킹을 하고 또 어떻게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아차차,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정말 지극히 나 김지영에 해당되는 글임을 밝힌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고 해도, 나와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다고 해도 절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리모트 워킹을 시작하면서 생긴 장점을 몇 가지 열거해보자. 


장점

1. 무엇보다도 고정 비용이 줄어든다. 사무실 임대료나 전기세/관리비 등등의 고정 비용에 대한 부담은 현저히 줄었다. 사장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한 달에 나가는 고정 비용이 절약되면 그만큼 다른 일에 투자를 할 수 있다.

2.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없어졌다. 조금 더 여유롭게 오전 시간을 시작할 수 있다. 하물며 아침에 토스트에 계란 프라이 그리고 토마토 주스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3. 출퇴근 시간에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어졌다. 주로 차를 가지고 움직이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가 없는데, 길이라도 막히면... 으아~~~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그 시간 동안 책이라도 읽으면 좋을 듯하지만,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라면 책은 개뿔...ㅠ.ㅠ

4. 장소에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카페에서든 도서관에서든 혹은 집에서든. 어디서든 내가 편한 장소에서 내 마음대로 일할 수 있다. 잠옷을 입고 해도 되고, 세수를 안 하고 해도 되고, 시원한 곳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일할 수도 있다. 

5. 하루의 시간을 내가 알차게 쓸 수'도' 있다. 집중이 되는 시간에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다른데 모두 같이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건 참 비효율적이다. 특히 아침잠이 많은 나는 11시나 되어야 또렷한 정신이 돌아온다. (여기에 '도'라고 쓴 이유는 아래 글을 마저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모든 장점은 내가 리모트 워킹을 시작하기 전 머릿속으로 그려 본 것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1년 동안 많은 장점들을 느끼며 생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1번 외에는 나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장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같다. 또한 막상 리모트 워킹을 시작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생겼다. 법인 사업자는 집이나 코워킹 스페이스에 사업자 등록을 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거나, 주소지 이전을 한 곳으로 해두면 결국 회사로 오는 동료들의 우편물에 대해서 대책을 세워야 하고, 또 미팅을 하기 위해서는 카페를 이용하거나 어떤 장소를 빌릴 수밖에 없는 등.


여하튼 오전 시간은 여유로워졌으나, 출근에 대한 부담이 없다 보니 밤에 더 늦게 자는 일이 많아졌다. 밤에 더 늦게 자다 보니 하루가 길다는 생각에 일을 밤에까지 하는 날도 많아졌다. 업무가 조금 더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 1년 거의 10시 정도까지 일을 했던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이 줄었지만 그 줄어든 시간만큼 효율적인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여유를 부리고 게으름을 부리고 빈둥대는 시간이 늘었다고 생각된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일을 하다가 다른 짓을 하더라도 사무실이라는 분위기 탓에 얼른 다시 업무로 돌아왔는데, 혼자 카페나 집 등에서 일하다 보니 딴생각을 하다 보면 끝도 없고... 일 하다가 음악 듣다가 인터넷 하다가 갑자기 책을 보거나 티브이를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하루를 알차게 쓴다기보다는 결국 오늘 끝낼 일을 밤이 되어서야 허덕거리며 마무리한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차라리 회사를 다닐 때는 정해진 시간 동안 딱 일을 하고 나머지는 놀았다. 또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일을 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그 외 시간에는 더 열심히 재미나게 놀았다. 그 시간들이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9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한 나에게 주는 상같은 기분으로 더 많이 즐겼던 것 같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의지력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내가 그때나 다름없이 마음을 다잡고 일을 했다면 어쩌면 더 많은 여유 시간이 생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 못된다. 잡생각도 많이 하는 편이고, 또 한 번 집중하면 오랜 시간 집중하지만 한번 흐트러지면 끝도 없이 무너진다. 


이런 내가 진정 리모트 워킹을 잘 하고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꼭 일을 하고, 아침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자기 전에는 꼭 오늘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이런 규칙적인 생활 말이다. 리모트 워킹이라는 것은 어쩌면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끝도 없이 흐트러지기 쉬운 환경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릴 때 방학 때처럼 그렇게 일과표를 작성할 수는 없어도 스스로 몇 가지 규칙은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리모트로 일한다고 해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협업 도구를 이용해도 좋고 메일을 이용해도 좋다.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멀리 있다 보니 함께 일을 하는데도 혼자 하는 것처럼 자꾸 너무 많은 부분을 서로 하려는 상황이 생긴다. 물론 자신이 해야 할 일까지 다른 사람이 하겠지 생각하며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조금은 더 분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율적이지도 않고 또 업무를 이중으로 하면서 쓸데없는 시간을 쓰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늘었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딱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인데, 아직까지 원고를 검토한다거나 교정을 본다거나 하는 것들을 컴퓨터 화면 상으로만 처리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굳이 꼭 종이로 출력해서 봐야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더 집중도 잘 된다. 또한 거래처들 중에는 모든 것들을 온라인 상으로 일처리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곳들이 많다. 물론 이런 부분 때문에 사무실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데서나 내가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외국에 나가 일하는 것은...ㅠ.ㅠ 아직은 불가능할 듯하다.


리모트 워킹은 스스로 책임감이 필요한 부분이다. 스스로 책임감이 없다면 자꾸 일을 늘어지게 되고 점점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일이 재미없어진다. 그냥 일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 더 가지고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일을 해야 한다.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자유는 책임이 동반되어야 하고 창조적이려면 여유가 생겨야 한다. 솔직히, 리모트 워킹이나 디지털 노마드는 꽤나 멋지다고 생각했으나, 아직까지 나는 멋지게 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내가 진정 디지털 노마드가 되려면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나 혼자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이런 고민 없이 나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일을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1년은 지난 1년의 여러 가지 장단점을 경험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는 더 깊은 고민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도 한두 해는 더 우리 회사에 리모트 워킹을 적용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이제 리모트 워킹 자체의 문제점이 아닌 나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알아 나가면서 단점을 장점으로 개선하기 위해 무얼 해야 할지 찾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틀림없이 나는 멋지게 해내고 말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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