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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Jul 05. 2019

여행에서 미술관을 가는 이유

오스트리아 여행 -4, 벨베데레 궁전과 클림트를 만나다

 이번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가장 큰 목표는 바로 벨베데레 궁전이었습니다.  벨베데레 궁전은 1700년대에 지어진 오스트리아 최고의 궁전이자 미술관입니다.  사보이 가문의 왕자였던 오이겐의 여름 궁전용으로 지어지기 시작한 벨베데레 궁전은 당시 유럽을 강타한 최신 트렌드인 바로크 양식으로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따 만들어졌습니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바로크 양식의 궁전부터 시작해 기하학적이고 네모 반듯한 정원까지 베르사유 궁전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지성과 능력을 갖춘 마리아 테레지아 시절 합스부르크 왕국으로 넘어온 벨베데레 궁전은 이후 황실 회화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며 지금의 미술관의 자태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클림트나 에곤 쉴레와 같은 오스트리아 화가들의 작품 뿐만이 아니라 모네 등의 인상파 작품들도 다수 가지고 있습니다.



 숙소에서 한시간 가량 걸어서 도착한 궁전은 그 외벽부터 웅장함이 전해졌습니다. 상궁과 하궁으로 이루어진 궁전의 주변에는 드넓은 정원이 초록색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먼저 표를 구매하고 눈 앞에 보이는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궁전 뒷편의 넓고 푸른 잔디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늘에 누워 마치 귀족처럼 이 공간의 푸른 기운을 온 몸으로 즐깁니다. 따듯한 햇살 아래  정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어느 순간 궁전과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엽서의 한 장면처럼 강한 색채가 눈을 자극합니다. 차가운 푸른색 하늘과 따듯한 초록색 땅이 모이는 곳에 궁전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정원을 한 바퀴 빙 돌아 궁전 앞으로 가면 베르사유 궁전을 참조한 기하학적인 드넓은 정원이 나타납니다. 가운데 뻥 뚫린 멋진 길은 기준으로 양 옆으로 대칭적인 정원은 컴퓨터로 만든 듯 마음 편해 집니다. 마치 타일 끼워 넣어 속 시원한 사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날씨조차 완벽해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제 드디어 오스트리아 최고의 미술관 안으로 들어갈 차례입니다. 총 3층으로 구성된 상궁으로 들어갔습니다. 위엄있는 합스부르크 최고의 지도자였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1층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 본격적인 미술관 투어에 나섰습니다. 어디를 가도 클림트의 작품에 대한 홍보와 전시 안내가 되어 있어 기대는 점점 커져갑니다.



 새롭고 신기한 조각상과 성경을 묘사한 그림을 지나 2층으로 올라서니 수 많은 거장들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사실주의 화가 악셀리 갈렌칼레라의 작품도 있고 신기하게도 고흐의 작품도 있습니다. 유럽 예술 사조를 넘어 세계의 보물인 고흐의 작품은 유럽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에 대한 고흐의 열정과 집착이 결국 이렇게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예술로 거듭났니다. 그리고 드디어, 클림트를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와 키스로 유명한 <연인>입니다. 이처럼 멋진 작품을 두 눈으로 만나게 되니 정말 너무 아름답습니다. 클림트의 작품을 보고 싶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저희 집 한 켠에 먼지와 함께 언제나 집 안을 밝혀두던 그림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시절 제 몸집만큼 작았던 집은 어두침침했습니다. 작은 빌라에다 주변 건물로 인해 언제나 집 안은 그림자로 가득했습니다. 어느날 아버지가 거래처에서 얻어 오신 <연인> 그림은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도 흥미로웠습니다. 황금색 배경의 아름다운 별빛과 키스하는 두 연인의 온 몸의 화려한 색상, 네모난 모자이크의 강렬함과 둥글고 알록달록한 색상의 몰입감, 그리고 총천연색의 발 밑의 들꽃들까지. 작품의 제목이 <연인>이라는 것도 모르고 클림트라는 작가의 이름도 몰랐지만, 이 아름다운 그림 덕분에 어두웠던 집안이 한층 화사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클림트의 작품은 꼭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모나리자>의 작품을 보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기다리고, <별이 빛나는 밤>을 보기 위해 뉴욕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일이 어찌보면 비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발달은 둘째 치고 이제는 VR부터 5G까지 발달한 시대인데 굳이 비행기를 타고 돈 쓰고 시간 쓰며 가서 봐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실제 진품은 금고에 보관해두고 가품을 박물관에 전시해둘 수 도 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제가 노력했다는 것이고, 이 작품, 나아가 이 작가에 대한 사랑을 제 스스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 몸을 바쳐 사랑을 표현하듯이, 이 작품을 사랑하는 만큼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만큼 표현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을 만나면 그간의 고통이나 노력이 모두 행복한 기억이 되는 것처럼, 보고싶었던 작품을 만나는 것도 행복한 기억이 됩니다.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기분입니다. 이제는 이 그림을 다른 어디서 만나더라도 그때의 그 행복이 다시끔 떠오를 것이고 그것 만으로도 여행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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