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의 마지막 주주서한을 기념하며
지난달,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CEO로서의 마지막 주주서한이 공개되었습니다. 마지막인 이유는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CEO에서 사임하기 때문인데요, 올해 3분기부터는 AWS를 이끌고있는 앤디 재시가 아마존의 CEO가 됩니다. 앞으로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나 블루오리진 등의 CEO로서 계속해서 행보를 이어나가겠지만, 아마존 CEO로서는 마지막인 만큼 올해 주주서한이 보다 의미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제프 베조스는 1997년부터 매년 연례 주주서한을 보내왔는데요, 오늘은 역대 주주서한 중 제가 인상깊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성장'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과연 아마존은 어떻게 성장했고, 우리는 아마존의 성장을 통해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요?
우선 역대 주주서한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외적인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97년 첫 주주서한에서 베조스는 직원 수가 158명에서 614명으로 증가하고, 아마존 고객 계정이 150만개를 넘었다고 말하며 그것이 아마존의 Day1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아마존이 현재는 약 130만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2억 명이 넘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확보했으며, 약 1.6조 달러의 시가총액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인터넷, 그리고 아마존을 위한 Day 1 입니다." (1997)
"우리는 매우 빨리 성장해왔습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저는 제 Chevy Blazer(중형 SUV)를 타고 박스를 운반하기 위해 우체국으로 향하면서 지게차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2016)
현재 아마존은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물류, AI스피커, 클라우드, OT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유망해보이는 산업에 미리 진출한 것으로 쉽게 느껴질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2021년인 지금 잘나가고 유망한 산업들이죠!) 베조스의 주주서한을 보면 신사업에 대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유저가 좋아할 서비스인지'와 같은 나름의 기준을 갖고 도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사업 제안은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고객이 그것을 사랑해야 하고, 매우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하며, 자본에 대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고, 그것을 수십년 동안 지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14)
그리고 아마존은 고객을 생각하되, 당장 유저에게 반응이 없더라도 새로운 산업을 개척해나갔습니다. 현재 아마존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산업(AWS)도 처음에는 시장에서 주목받지 않는 거의 새로운 산업이었습니다. 현재는 음성만으로 아마존에서 주문이 가능한 아마존의 AI 음성비서 알렉사 역시 처음부터 상업성이 있던 아이템은 아니었죠.
"고객으로 시작하고, 역으로 생각하며 일해야 합니다.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하지만, 듣기만 하면 안되고 그들을 대신하여 발명해내야 하는 것이죠." (2009)
"많은 이들이 AWS에 대해서 특이하고 대담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게 책 파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요?'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하던 일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2015)
아마존은 단순히 외적인 성장만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조직의 성장에 신경써왔다고 느껴지는데요, 우선 제프 베조스는 미션/비전을 갖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장려합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의미있고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십 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러한 가치를 꾸준히 강조하는 것이 아마존이라는 회사와 조직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인터뷰를 보면 지원자에게 '당신은 오래, 열심히, 똑똑하게 일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에 두개만 고를 수는 없죠'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고객에게 필요한, 우리 손자/손녀에게 설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것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은 원래 쉽지 않죠." (1997)
"사명감은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듭니다." (2007)
아마존하면 '고객 집착'이 유명하죠. 아마존이라는 조직이 성장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아마도 조직원 모두가 '고객'이라는 중요한 요소에 집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업에 있어서 고객을 신경쓰고, 고객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라서 오히려 더 잊어버리기 쉬울 수도 있죠. 아마존은 그런 당연한 요소인 '고객'에 집중하며 항상 고객을 위한 새로운 경험을 추구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에 겁에 질린 상태에서 깨어나 두려워하라고 상기시킵니다. 우리의 경쟁자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고객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누군가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고객이 우리에게 로열티를 갖도록 해야합니다." (1998)
"제가 고객에 대해 좋아하는 한 가지는 그들이 '멋있게 불만족'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기대치는 절대 고정되지 않고 항상 증가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죠. 우리는 수렵-채집 생활에서 만족하면서 이렇게 발전해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더 나은 방식을 추구하고, 어제의 '우와!'하는 놀라움은 오늘의 평범함이 됩니다." (2017)
"Day 1을 지속한다는 것은 인내심을 갖고 실험할 수 있어야 하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씨앗을 심고, 묘목을 보호하며, 고객이 만족할 때 더 고개 숙일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고객에 집착하는 문화는 그러한 조건이 모두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을 가장 잘 만들어줍니다." (2016)
아마존의 주주서한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회사와 조직의 성장에 대한 베조스의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 중에서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교훈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으로서 더 큰 성과와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아마존 같이 잃을 것이 많은 대기업도 끊임없이 도전하는데 우리도 못할 것은 없겠죠!?
"개척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우리를 좁은 통로를 탐험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그 중에 많은 것은 막힌 길이겠죠. 그러나 약간의 행운이 있다면, 보다 넓은 길로 열리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2012)
"실패와 발명은 떼어놓을 수 없는 쌍둥이입니다. 발명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해야 하는데, 만약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고 알고 있다면 그것은 실험이 아닌 것입니다." (2015)
그리고 제프 베조스는 흘러가는대로, 평범하게 사는 것을 경계합니다. 독창성을 유지하고 큰 가치를 만들어내라는 것인데요, 물론 (우주가 평범하게 살도록 수천가지 방법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독창성을 갖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Day 1(개인에게 있어서는 어떠한 결심을 하게 된 순간이 될 수 있겠죠)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독창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것을 배우죠. 제가 여러분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그러한 독창성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에 대해 수용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여러분이 전형적인 사람이 되도록 수천 가지 방법으로 이끌 것인데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020)
"친절하고 독창적으로 살고, 여러분이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창조하세요. 그리고 절대, 절대로 우주가 여러분 주변에 익숙해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것이 Day 1입니다." (2020)
앞으로 제프 베조스의 주주서한을 더이상 받아볼 수는 없겠죠. 그러나 20년 넘게 이어온 베조스의 정신과 아마존의 미션은 앞으로도 꾸준히 남아있을 것 같은데요, 이후에는 또 어떤 도전을 하며 성장해나갈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