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 창업기
2023년 중순, 저희 래티스는 스프링캠프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매우 감사한 성과였지만, 저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직 프릭스의 PMF(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 최적화)를 검증한 것도 아니었고,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는 계약 관리(CLM)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명확한 제품이 없었으며, 대부분의 고객들은 계약관리 서비스의 존재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계속해서 고객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프릭스는 고객의 목소리를 통해 점차 진정한 계약관리 서비스로 발전해 나갔고, 더 많은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저희가 어떻게 새로운 시장에서 제품을 고도화해 나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타임라인>
- 23년 6월 3주: 25개사로 클로즈베타 시작
- 23.06.29. 스프링캠프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캠프파이어 7기) 선정
- 23.07.03. 두영님 합류 결정
- 23.07.04. 서울대입구역 BS타워 사무실로 이사
- 23.07.07. 캠프파이어 7기 킥오프
- 23.07.14. 한국산업단지 오픈이노베이션 합격
- 23.08.01. 두영님 첫 출근!
당초 프릭스는 계약서 관리 기능에 집중하였습니다. DocusignCLM이라는 글로벌 레퍼런스 제품이 있었으므로, 계약관리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초기 프릭스의 기능 중 해외 CLM 서비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희는 계약과 함께 자주 사용되는 견적서, 인보이스 등의 영업문서를 간편하게 생성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추가적으로 제공했습니다.
프릭스의 초기 버전은 다음과 같이 계약서 중심의 관리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 팀 초대 및 권한 관리: 팀을 설정하고, 팀별로 계약서와 영업문서를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구분하여 부여할 수 있습니다.
- 계약서 등록/관리 기능: 이미 등록된 계약서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에디터를 활용하여 계약서를 작성하고 템플릿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 전자계약 기능: 이메일로 전자서명을 요청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전자계약 기능을 제공합니다.
- 영업문서(견적서/거래명세서/인보이스) 생성/관리: 영업문서를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생성하고, 이미지/PDF/이메일 등의 다양한 형태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 일정 관리: 계약에 따른 일정을 등록하고, 리마인더 이메일 알림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 대시보드: 태그별 계약서 수와 고객 및 영업문서 정보를 보여주고, 일정 현황을 캘린더로 제공합니다.
저희는 서비스를 출시한 후에도 매일같이 고객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객들은 계약관리 기능을 잘 사용했지만, 계약서 자체의 관리보다는 '프로젝트' 차원에서 계약의 사후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즉, 계약을 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사된 계약의 내용에 따라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받아야 할 돈을 청구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던 것입니다. 당시 집행하던 퍼포먼스 마케팅도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전자서명보다 계약에 수반되는 견적서나 인보이스 관리에 대한 콘텐츠에 더 많이 반응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는 고객 정보를 엑셀이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서비스에서 관리하는데, CRM은 계약관리 기능을 거의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엑셀이 아닌 CRM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전자계약, 클라우드 서비스, 노션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관리에 상당한 불편함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이러한 불편함을 겪은 분들이 프릭스에 찾아와 주셨고, 저희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프로젝트 관리 기능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렇게 프릭스는 점차 비즈니스 운영 전반을 효율화할 수 있는 올인원 계약관리 솔루션으로 발전했습니다.
클로즈베타 기간 동안, 프릭스는 계약서 관리 서비스를 넘어 올인원 계약관리 솔루션을 목표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견적 단계부터 계약, 청구/수금, 인보이스/영수증 발행 및 대시보드 관리 단계까지 계약 전반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여 기업들의 사업 운영 리소스를 효율화하고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서비스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로드맵에 따른 기능들을 기획하기 위해 실제 유저의 입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제까지는 상원님이 제품의 틀을 잡고 제가 기획을 해왔지만, 올인원 계약관리 서비스에 대한 레퍼런스 제품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내부자의 입장으로만 기획했다가는 실제 고객의 니즈와 제품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실제 유저의 입장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프릭스 클로즈베타를 신청하셨던 June(가명)님과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June님은 스타트업의 오퍼레이션 매니저로서 기존의 계약관리 프로세스에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이를 효율화하기 위해 예전부터 직접 엑셀로 여러 기능을 구현했었습니다. 즉, 누구보다 제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많은 고민을 하셨던 June님이야말로 저희와 프로젝트를 함께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이었던 것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6월에 시작되었고, 저희는 프로젝트의 이름을 Project June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총 8주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통해 실사용자 입장에서 제품 및 기능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고객/프로젝트 관리 기능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프로젝트가 끝날 때에는, June님이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해 직접 만들었던 엑셀의 모든 기능은 물론, 엑셀로 구현하지 못해서 불편함을 겪었던 부분까지 모두 프릭스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가 고도화되었습니다.
고객/프로젝트 관리 기능이 완성되며 프릭스는 올인원 계약관리 솔루션에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post-CRM으로서 성사된 거래에 대한 일정과 재무 정보를 관리할 수 있으며, 엑셀을 대체하여 매출 현황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서비스가 발전하며 기능은 점차 탄탄해졌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운영하는 만큼 프릭스의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도 점차 깊어졌습니다. 프릭스를 계속 CLM 제품이라고 알리고 있었지만, CRM 대신에 사용하는 고객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CLM 산업은 아직 국내에서 매우 생소한 시장이라 인지도를 쌓고 서비스를 알리기 매우 어려운 반면, CRM은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많은 기업들이 인지하고 있는 산업이기에 CRM제품으로 포지셔닝한다면 시장 진출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거래가 성사된 고객에 대한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프릭스가 진정한 고객 관리 서비스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희는 기존처럼 프릭스의 정체성을 "CLM"으로 가져가기로 결정했습니다. CRM은 이미 세일즈/마케팅 기능에 집중된 잠재 고객 관리 솔루션의 의미가 강해서, CRM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서비스가 프릭스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CLM이 국내에서 새롭게 태동되는 시장인 만큼 저희가 CLM 산업의 선도자로서 새롭게 시장을 정의하고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로즈베타 기간 중반 타임라인>
- 23.08.01. 두영님 첫 출근!
- 23.08.14. 프로젝트 관리 기능 적용
- 23.08.18. 캠프파이어 중간평가
- 23.08.28. 슬랙 연동 기능 적용
- 23.08.30. 한국통신사연합회 오피스 지원사업(벤처리움) 선정
- 23.09.08. 대시보드/마이페이지 기능 적용
- 23.09.27. CLM으로의 방향성 구체화
프릭스는 클로즈베타 기간 동안 정말 빠르게 발전하였습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욱 큰 뿌듯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프릭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CLM 산업의 선도자로서 기업들의 계약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