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책 홍보가 그래요

출간 작가는 아무나 하나, 일곱 번째

by 김돌

지난 6월, 저자명에 내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책(그렇게 아빠가 된다: 아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프롬북스)을 발간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있었던 일을 풀어내 본다.


(yes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7561787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806655


(알라딘)

http://aladin.kr/p/ERRv5






출간이 끝났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다. 보잘것없는 원고를 책으로 내준 출판사에 판매량으로 보답해야 한다. 책을 만드느라 베어진 나무들도 생각해야 한다. 맨디 하기스가 지은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숲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벌목과 제지 과정에서 인권 유린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종이 소비로 인해 인간과 자연 모두 병들고 있다는 것. 그뿐 아니다. 시답잖은 내용을 여과 없이 책으로 만드느라 회사명을 '나무야미안해'로 지은 독립 출판사도 있다. 주로 출판하는 책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카툰 연재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의 작품이라고. 이런 걸 종이책으로 만들어도 될까, 하고 미안한 마음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단다.


그러니까 나와 출판사와 그리고 (다소 오버하자면) 인류와 지구를 위해서라도, 이미 만들어진 책은 최대한 팔아야 한다.


종이책 출간으로 인해 평소답지 않게 진지해진 마음은 한편으로 미루고. 이제부터는 투고 시절만큼 홍보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케팅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들 어떤 방식으로 책 홍보를 하는지 알음알음 알아보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름 있는 메이저 출판사였으면 홍보도 알아서 해 줬을 텐데 투고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내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유명인이었다면 역시나 알아서들 많이 봐 줬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무명작가인 나는 출판사와 함께 직접 발로 뛸 수밖에 없다.


1) 첫 번째로 "우리가 남이가." 가장 쉬운 방법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투고 과정에서 M 출판사로부터 반 자비 출판 제안을 받았을 때 계산해 본 적 있다. 직장 동료, 고향과 대학 친구, 친가 외가 처가의 가족들까지 동원하면 얼추 100권 정도는 팔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소식이 있어서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마치 보험 판매나 종교 권유 같은 연락을 보내볼까, 하고 휴대폰 연락처를 열어서 죽 내려봤다. 어디 보자. 이 사람은 안 되고, 여기 연락하기는 부끄럽고, 아이쿠, 이 양반한테는 연락 안 한 지 10년은 됐겠다. 세상에나, 전여친 번호는 왜 아직도 안 지웠지. 손가락으로 꼽아보니 100명까지는 어림없는 숫자였다. 내 인맥을 과신했나 보다.


2) 내가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블로그와 브런치, 인스타그램 세상에 나름 친구가 많지 않은가. 오랜만에 SNS 계정에 로그인해서 확인해 봤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나를 이웃으로 추가한 분은 740명, 밴드에서 구독 중인 분은 1,064명, 카카오 브런치에서도 770명이나 되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수에 새삼 고마워졌다. 일순 흐를 뻔한 눈물을 훔치고 난 후 곧이어 브런치에 출간 후기 연재를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글 역시 홍보를 위해서다. 출간 계약 때 조언해 줬던 변호사 K는 본인 SNS에서 홍보할 게 아니라 유명 북튜버나 북스타그래머에게 책을 보내란다. 돈을 조금 쥐여주면서. 하지만 아는 유명인이라고는 유튜브 <겨울 서점>의 김겨울 님밖에 없다. 아, 물론 서로 아는 게 아니라 나만 일방적으로 아는 사이다.


3)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 바로 도서관에 희망 도서 입고 신청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이런 상징적인 곳에서 내 책을 소장하고 있으면 뿌듯하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마자 인터넷 창을 열었다. 국립중앙도서관 회원 가입을 하고 비치 희망 도서에 내 책 제목과 ISBN 번호를 기재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자 입고 완료 알람을 받아 볼 수 있었다. 4층 도서자료실 6-2서가에 가면 <그렇게 아빠가 된다>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구립도서관에도 희망 도서를 신청했다. 이때는 아내 이름으로 신청을 진행했다. 신청자와 저자명이 동일해서 그런지 몰라도 한 번 '빠꾸'를 먹어서였다.


4) 고마운 프롬북스 출판사에서는 출간 직후 서평단을 운영했다. '컬처블룸'이라는 서평 전문 카페를 통해서였다. yes24를 비롯한 온라인서점이나 블로그에 뜬 후기를 찾아보니 죄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라는 고지가 꼬리말처럼 달려 있었다. 애를 더 쓰셨는지 발간하고 한달쯤 됐을 무렵, 교보문고 전자책 플랫폼 sam에 '주목할 만한 신간'으로 올라갔다. 편집자님은 달뜬 표정이 글자에서도 느껴질 만큼 기뻐하며 문자로 소식을 전했다. 아니, 글쎄. 배우 박정민 님의 에세이집과 함께 김민규 작가님의 책이 선택받았다니까요. 예전부터 교보문고에 대해 애정이 있었지만 이날 이후로 더욱 애정이 깊어졌다.


5) 이뿐 아니다. 출판사에서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도 뿌렸다고 했다. 모든 출판사가 홍보를 위해 뿌리지만 일간지나 주간지의 책 소개란에 한 줄이라도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단다. 그만큼이나 수많은 책이 출간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조바심이 난 끝에, 어느 진보 성향 시사주간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대학 동기 B에게도 오랜만에 연락해 봤다. 시시콜콜한 근황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축하 인사를 받고,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의례적인 소감을 받았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참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는 친구에게 괜한 청탁을 할 순 없어서 더 이상의 부탁은 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책 홍보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회사 후배이자 퇴사 선배, 그리고 출간 선배이기도 한 H는 본인의 블로그에서 서평 이벤트를 열었더랬다. 후기를 작성한 이웃에게는 기프티콘을 뿌리고 책을 보내주기도 했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 소도시의 각종 도서전에도 책을 싸 들고 가서 참여했다. 경기도 모 카페에서는 독자들을 불러 모아 북 토크도 진행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반성했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구나.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점잔을 떨었을까. 출간 기획서와 투고용 원고는 그렇게나 열심히 썼으면서 홍보 계획과 실행은 왜 대충대충 했을까.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전문 대행사에 비용을 지하고 홍보를 진행할 걸 그랬다. 돌이켜 보니 드는 후회였다. 삼성전자 주식이 5만 원일 때 살 걸, 10만 원 일 때 살 걸, 아니, 15만 원일 때라도 살 걸 그랬다며 "-걸 -걸"거리는, 시쳇말로 '껄무새'들의 특징이다.


여하튼 나름의 홍보를 하면서 서점에 갈 때마다 틈틈이 내 책을 찾아봤다. 서가에 꽂혀있거나 매대에 놓여있는 책들. 그중에 정말 내 책이 있었다. <그렇게 아빠가 된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도 봤음에도 이게 현실인가, 꿈꾸는 건 아닌가, 하고 신기했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들르기도 했다. 아이는 제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책을 손에 들고 꺄르륵 웃었다. 아빠 책이 여기 있네, 말하면서. 친구들도 서점에 갈 때마다 내게 인증사진을 보내왔다. 진짜 네 책이 있더라. 나도 작가 친구가 생겼네, 이러면서. 비단 오프라인뿐이랴. 마치 주식 차트를 보듯 매일 온라인으로 새로고침 해 가면서 판매 랭킹을 확인했다. 그렇게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계약서상으로 첫 번째 정산을 받는 날이 되었다.



※ 글의 제목은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에서 따 왔다.




(고양 스타필드 영풍문고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내 책)




(이내 광화문/구파발 교보문고 매대에도 책이 깔리기 시작했다)




(교보문고 전자책 sam '화제의 신간'에 올라갔던 날. 교보문고 사랑해요!)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지역 도서관에도 열심히 '희망도서'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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